인간 주변 육식동물 절반 이상 인간음식으로 배 채워

입력 2020-10-13 15:57  

인간 주변 육식동물 절반 이상 인간음식으로 배 채워
육식동물 간 인간음식 쟁탈 경쟁 등 생태계 교란 위험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인간 주거지 근처에 사는 육식동물들이 먹이의 절반을 음식물 쓰레기를 비롯한 인간 음식에 의존하고 있어 생태계를 교란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육식 동물이 경쟁을 피해 자신들만의 먹이에 맞춰 진화를 해왔는데 기존 먹이 대신 인간 음식에 똑같이 의존하다 보면 서로 경쟁이 격화돼 육식동물 간 서열이나 포식자와 먹이 간 관계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생태계 교란이 구체적으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확실치 않으나 강력한 포식자의 영향을 받아온 생태계에 해로운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매디슨 위스콘신대학교와 외신 등에 따르면 이 대학 삼림·야생 생태학 교수 존 폴리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오대호 주변에 서식하는 늑대와 여우, 담비 등 포식동물 7종의 먹이를 분석해 도시나 농장 가까이 살수록 인간 음식에 더 많이 의존한다는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 최신호를 통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포식 동물 약 700마리의 뼈와 털 등에 있는 탄소 동위원소를 분석해 무엇을 먹었는지를 파악했다. 식물이 자랄 때 동위원소가 다른 탄소를 축적하고 이는 궁극적으로 먹이사슬을 타고 동물에게도 남게 되는 점을 활용했다.
인간의 음식은 곡물과 당분의 비중이 높아 독특한 탄소 형태를 갖고, 육식동물의 먹이가 되는 동물도 야생에서 섭취한 식물에 따라 독특한 탄소 동위원소를 갖는데 육식동물의 뼈와 털에 있는 이 비중을 따져 인간 음식을 얼마나 먹었는지, 직접 먹었는지 아니면 사냥감을 통해 간접적으로 섭취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고 한다.
그 결과, 육식 동물의 인간 음식 의존도는 지역별로 편차가 컸으나 인간의 손길이 닿는 곳에서는 평균 25%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짧은꼬리살쾡이와 같은 철저한 육식동물은 인간 음식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았으나 코요테와 여우, 담비 등과 같은 잡식성 육식동물 종은 인간 음식 의존도가 50%를 치닫는 것으로 밝혀졌다.
논문 제1저자인 멕시코대학 박사후과정 연구원 필 맨릭은 "이는 상대적으로 충격적인 수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연구팀은 인간 음식 의존이 먹이를 겹치게 해 육식 동물 간 먹이 경쟁을 격화하는 것은 물론 인간 거주지 주변을 돌아다니다 인간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을 더 높이고 전통적인 먹이 사냥 방법이나 시기까지 바꿔놓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오대호 일대에서 많은 동물을 대상으로 진행돼 육식 동물의 인간 음식 의존 현상이 특정 지역이나 단일 동물종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다고 밝히고 이런 현상에 따른 결과는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폴리 교수는 "한 종(種)의 가장 중요한 속성 중 하나인 먹이와 관련해 환경을 급격히 바꾸면 전체 군집의 구조에 알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면서 "이런 새로운 생태계를 이해하고 누가 승자나 패자가 될지를 따지는 것은 생태학자이자 환경보존 생물학자인 우리들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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