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기금으로 명품 구매한 이탈리아 30대 여성 체포

입력 2020-10-14 18:48  

교황청 기금으로 명품 구매한 이탈리아 30대 여성 체포
교회 자금 횡령 혐의…바티칸 사법당국이 인터폴에 요청
베추 추기경 둘러싼 의혹 새 국면…수사망 좁혀오는 듯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외교·정보 활동 등을 명목으로 교황청에서 송금받은 베드로 성금을 명품 가방 구입 등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난 30대 이탈리아 여성이 수사기관에 체포됐다.
14일(현지시간) ANSA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탈리아 경찰은 바티칸 사법당국이 인터폴(국제형사기구)에 요청한 체포영장에 근거해 전날 체칠리아 마로냐(39)를 밀라노에서 체포했다고 밝혔다.
혐의는 교회 자금 횡령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로냐는 교황청의 불법 부동산 매매 의혹의 중심에 있는 죠반니 안젤로 베추(72·이탈리아) 추기경으로부터 베드로 성금 50만유로(약 6억7천만원)를 송금받은 것으로 드러나 주목받은 인물이다.
이 여성은 이탈리아 정보기관 고위층과 선이 닿는 자칭 정보 전문가 및 정치 분석가로 활동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송금 시점은 베추 추기경이 교황청의 금융·재무 활동을 총괄하는 국무원 국무장관으로 재직하던 2011∼2018년 사이로, 마로냐가 슬로베니아에 소유한 이른바 '페이퍼 컴퍼니'의 법인 계좌를 통해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아시아 국가들과의 친선·외교 관계를 다지고 해당 지역에서의 선교 및 인도주의적 활동을 촉진한다는 명목이었다.



하지만 바티칸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송금받은 자금의 절반을 명품 가방·가구, 귀금속 구매 등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ANSA 통신이 공개한 세부 지출 내역을 보면 고급 가급 브랜드인 폴트로나 프라우 1만2천유로, 프라다 2천200유로, 토즈 1천400유로, 샤넬 8천유로 등이다.
마로냐는 구매한 명품 제품에 대해 인맥 구축을 위한 선물용이며, 개인적으로는 단 1유로로 쓰지 않았다고 강변하고 있다.
이탈리아 현지 언론은 베추 추기경과 마로냐가 일반적인 업무 관계가 아니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으나 두 사람은 "터무니없는 추측"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두 사람 모두 이탈리아 사르데냐 출신으로 2015∼2016년께 처음 알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베추 추기경이 이 여성을 자신의 조카라고 교황청 주변 인사들에게 소개하고 다녔다는 설도 있다.
베추 추기경은 2014년 국무원이 거액의 베드로 성금 등으로 영국 런던 첼시 지역 고급 상가 건물을 매입하는 데 깊이 관여한 인물이다.
교회 기금으로 자선단체, 목공사업체 등을 운영하는 친형제들에게 경제적 특혜를 줬다는 의혹도 있어 바티칸 경찰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긴급 호출을 받아 만난 뒤 순교자·증거자의 시복 및 시성을 담당하는 시성성 장관에서 경질됨과 동시에 교황 선출 투표권 등 모든 추기경 권한도 박탈당했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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