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란 잘란] 인도네시아에선 '치과 냄새' 정향 담배가 대세

입력 2020-10-15 06:06  

[잘란 잘란] 인도네시아에선 '치과 냄새' 정향 담배가 대세
담배 가격도 판매도 주인 맘대로…30㎎ 이상 고타르 담배도 보편적



[※ 편집자 주 : '잘란 잘란'(jalan-jalan)은 인도네시아어로 '산책하다, 어슬렁거린다'는 뜻으로, 자카르타 특파원이 생생한 현지 소식을 전하는 연재코너 이름입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남성 흡연율 세계 1위, 15세 이상 남성의 약 70%가 담배를 피우고, 600여개 회사가 2천여 종류의 담배를 판매하는 나라.
'흡연 대국' 인도네시아에서는 편의점 앞이나 길거리 곳곳에서 사람들이 삼삼오오 담배 피우며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무슬림 인구가 대다수라 술을 마시지 않는 대신 흡연에는 아직 관대한 분위기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연간 3천억 개비의 담배가 팔린다. 시장 규모로 보면 세계 두 번째 수준이다.
부동의 1위는 중국이고, 2위 자리는 미국·러시아·인도네시아가 돌아가면서 차지한다.
인도네시아 흡연 문화의 가장 특이한 점은 흡연자의 96%가 정향(clove)이란 향료가 첨가된 '크레텍'(Kretek) 담배를 즐긴다는 점이다.
정향은 정향나무 꽃봉오리를 말린 향신료로, 중부 자바와 마두라, 술라웨시섬 등에서 재배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19세기 말에 정향을 담뱃잎과 섞어서 피우기 시작했고, 정향이 기침·감기·천식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대중의 인기를 끌었다.
직접 정향 담배 냄새를 맡아보니 '치과 냄새'가 났다. 치과에서 정향 추출물이 들어간 진정제를 쓰기 때문에 특유의 냄새가 나는데, 바로 그 냄새가 정향 담배 냄새였다.
또 정향 담배에 불을 붙여보면 '타닥타닥'하는 소리가 나는데, 그 소리 때문에 '크레텍'으로 불리게 됐다.
인도네시아에서 정향 담배가 아닌 일반 담배는 '화이트 담배'라고 부른다.



자카르타 시내 편의점 두 곳에 들어가 어떤 담배가 가장 인기냐고 물어보니 모두 삼뽀르나(필립모리스)의 정향 담배인 'A마일드'를 보여줬다.
이 담배는 인도네시아에서 무려 연간 215억 개비가 팔리는 최고 인기제품이라고 한다.
편의점 직원 아르띠(26)씨는 "하루 100명 정도가 담배를 사러 오는데 70%가 남성, 30%가 여성"이라며 "담배 한 갑당 가장 싼 것은 1만3천 루피아(1천원)이고, 가장 비싼 말보로 담배는 3만5천 루피아(2천800원)"라고 말했다.
사실, 인도네시아의 담배 가격은 가게마다 모두 다르다. 한국은 담배를 정찰제로 팔고 판매망도 허가제로 운영된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권장가격이 있을 뿐, 소비자 가격은 파는 사람 마음이고, 허가제가 아니라서 편의점, 와룽(초미니 슈퍼), 식당, 카페는 물론이고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판다.



담배 포장도 한국은 한 갑에 20개비가 들어있지만, 인도네시아는 한 갑에 10개비, 12개비, 16개비, 20개비로 다양하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세수를 늘리고, 흡연율을 낮추겠다며 작년 대비 담배소비세를 20% 이상 올렸지만, 여전히 한 갑에 한국 돈 500∼600원밖에 안 하는 저가 담배도 팔린다.
인도네시아에서도 담배 포장지의 40%에 폐암·구강암 환자 등 사진은 반드시 넣어야 한다.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는 담배 5종류를 살펴보다 타르 함유량을 보고 깜짝 놀랐다.
1위 제품이라는 'A마일드'는 타르가 14㎎이고, 나머지 4종류는 31㎎, 32㎎, 39㎎이었다.
한국은 1970년대 청자 담배의 타르 함유량이 최고 33㎎이었지만, 2000년대 들어서 레종, 더원 등 저타르 제품이 나오면서 지금은 4㎎이 넘으면 고타르 담배로 구분한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30㎎이 넘어야 고타르 담배로 구분하고, 많은 흡연자가 한국의 1㎎ 저타르 담배보다 30배 이상 독한 담배를 보편적으로 즐긴다.
KT&G 인도네시아 판매법인 조권기 팀장은 "인도네시아의 고타르 두꺼운 담배는 담뱃잎이 더 많이 들어가 연소속도가 느리다"며 "한국 사람들은 보통 2∼3분이면 담배 한개비를 피우지만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10∼15분 동안 천천히, 끝까지 피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KT&G는 2011년 인도네시아 담배공장 트리삭티(Trisakti)를 인수하면서 진출해 현재 시장점유율 6위를 차지한다.
인도네시아 담배 시장은 삼뽀르나(필립모리스) 30%, 구당가람 30%, 자룸 20% 등 1∼3위 기업이 점유율 80%를 꽉 잡고 있다.
이에 KT&G는 기술력을 앞세워 초슬림 타입 정향 담배 '에쎄 체인지'를 주력 상품으로 밀고, 필터에 애플민트·딸기·망고스틴·꿀 향기 캡슐을 장착한 제품, 손으로 말아 만든 수제 담배 등 30여개 제품으로 현지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권민석 KT&G 인니 판매법인장은 "코로나 사태로 현지인들의 주머니가 얇아지면서 인도네시아 담배 시장도 15∼20% 정도 위축된 상황"이라며 "경기가 안 좋으면 아무래도 고타르 제품, 저렴한 제품이 많이 팔린다"고 분석했다.
KT&G는 인도네시아의 흡연인구가 독보적으로 많고, 경제가 계속 발전하고 있기에 시장점유율 5위, 4위 기업으로 올라간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noano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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