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도 사치"…코로나 장기화에 일터 내몰리는 개도국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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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0-16 01:48  

"교육도 사치"…코로나 장기화에 일터 내몰리는 개도국 아이들

"교육도 사치"…코로나 장기화에 일터 내몰리는 개도국 아이들
중남미·아프리카 등 빈곤층 아이들, 학교 못가자 돈벌이 나서
세계은행 "개도국 아동 10억 명 코로나19에 학업 중단 우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주의 산악지역에 사는 원주민 소년 안드레스 고메스(11)는 아침부터 호박 광산에 가서 종일 호박을 캔다.
원래는 방과 후 한두 시간 아버지를 돕던 것이었는데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학교 문이 닫힌 이후엔 하루 대부분을 광산에서 보낸다.
집에 TV도 컴퓨터도 없는 그에게 온라인이나 TV 수업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AP통신이 15일(현지시간) 전한 안드레스와 같은 사례는 전 세계에 무수히 많다.
코로나19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학교에 갈 수도 없고 원격수업에 참여할 여력이 없는 아이들은 어려워진 가계를 돕기 위해 일터로 간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전날 미국 언론 인터뷰에서 전 세계 개발도상국 학생들 10억 명이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밖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AP통신은 이날 "코로나19가 전 세계 아이들의 미래를 위협한다. 개도국에선 아동 노동을 막기 위한 20여 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있다"며 중남미와 케냐, 인도 등지의 빈곤층 아이들 사연을 소개했다.
볼리비아 엘알토에 사는 한 가족은 6살 막내부터 14살 맏이까지 5명 아이들이 모두 부모님의 작은 목공소에서 일한다.
볼리비아 정부는 높은 빈곤율과 낮은 인터넷 보급률 등을 고려해 아예 새 학기 수업을 포기했다. 학업을 이어가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아이들은 일터로 갔다.

수도 라파스에서 빈곤층 지원활동을 하는 파트리시아 벨라스코는 "거리에서 물건을 파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늘었다"고 전했다.
파라과이 토바티에 사는 우고 고도이는 3월 학교 문이 닫힌 이후 아이들을 근처 공장에 보냈다. 15살 아들은 벽돌을 나르는 일을 하고 하루 10달러(약 1만1천500원)를 번다.
많은 나라에서 일정 연령 미만의 아동 노동, 특히 강도 높은 노동이 금지돼 있지만 실제로는 많은 아이들이 일을 한다.
케냐의 시민 활동가인 메리 무구레는 수도 나이로비의 3개 지역에서 11살 어린 아이를 포함한 1천 명가량의 여학생들이 성매매를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인도에서도 코로나19로 중단됐던 경제활동이 재개되자 수만 명의 아이가 농장이나 공장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고 아동복지단체 관계자가 AP통신에 전했다.

과거에도 아프리카의 에볼라 유행 등과 같은 위기로 학교 문이 닫힌 적이 있지만 학교가 다시 열리면 학생들도 돌아왔다. 그러나 위기가 길어질수록 학생들의 학교 복귀도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멕시코 치아파스자치대의 일리아나 메리다는 AP통신에 "팬데믹으로 교육도 사치가 됐다"며 "많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가계를 돕기 위해 일을 하라고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업의 중요성을 잘 아는 부모들은 아이들이 배움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하고 싶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멕시코 치아파스의 농부 아구스틴 바스케스(52)는 매일 자녀들과 함께 일을 하고 틈나는 대로 아이들의 공부를 봐준다. 초등학교 졸업 학력이 전부인 그는 "공부를 도와주려 하고 있지만 난 농부일 뿐이라 선생님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걸렸다 회복하기도 한 바스케스는 "코로나는 무섭지 않다. 가장 걱정스러운 건 아이들이 놓친 교육"이라고 AP에 말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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