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두렵지 않다"…프랑스 전역서 테러규탄 집회(종합)

입력 2020-10-19 08:36   수정 2020-10-19 08:45

"우리는 두렵지 않다"…프랑스 전역서 테러규탄 집회(종합)
파리, 리옹, 니스 등 전국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려
당국, 테러위험 인물 231명 추방검토…테러 찬양 메시지 80건도 추적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프랑스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은 발 디딜 틈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인산인해를 이뤘지만 표현의 자유를 가르치다 숨진 중학교 교사를 기리는 1분 동안만은 정적으로 가득 찼다.
18일(현지시간) 오후 3시 파리를 비롯해 마르세유, 리옹, 릴, 툴루즈, 스트라스부르, 낭트, 보르도 등 프랑스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사뮈엘 파티(47) 추모 집회에 수만 명의 시민이 모였다.
파리 외곽의 한 중학교에서 역사와 지리를 가르치던 파티는 지난 16일 학교 인근 길거리에서 참수된 채 발견됐다.
체포 과정에서 사살된 용의자는 범행 직후 아랍어로 "신은 위대하다"(알라후 아크바르)라고 외친 것으로 전해졌다.
파티는 수업 시간에 표현의 자유를 가르치려고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소재로 삼은 풍자만화를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가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손에 희생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날 레퓌블리크 광장에는 시민들 외에도 장 카스텍스 총리, 장미셸 블랑케르 교육부 장관, 마를렌 시아파 내무부 시민권 담당 장관, 안 이달고 파리시장 등이 찾아와 함께 그를 기렸다.
카스텍스 총리는 트위터에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이 프랑스 국가 '라마르세이예즈'를 제창하는 영상을 올리며 "당신은 우리를 겁줄 수 없습니다. 우리는 두렵지 않습니다. 당신은 우리를 갈라놓지 못합니다. 우리는 프랑스입니다"라고 적었다.
블랑케르 장관은 취재진에게 "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우리가 단결하면 민주주의의 적들과 싸우는 데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일간 르파리지앵이 전했다.
프랑스를 의인화한 여인 마리안 동상이 세워진 광장 중앙에는 끊임없이 촛불이 놓였고, 하얀 장미꽃과 사뮈엘을 지지하고 응원한다는 쪽지들이 수북이 쌓였다.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은 파티의 사진뿐만 아니라 '내가 사뮈엘이다', '나는 선생이다', '표현의 자유, 가르칠 자유'와 같이 다양한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나와 고인에게 연대의 뜻을 표했다.

파티가 수업 시간에 사용한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를 쥐고 있는 사람들도 자주 눈에 띄었다. 샤를리 에브도는 이슬람교 선지자 무함마드를 풍자 소재로 삼았다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 표적이 됐던 주간지로, 2015년 1월 이 주간지의 파리 시내 편집국에서 일어난 총기 테러로 12명이 목숨을 잃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날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열린 시위 현장을 찾은 사람들은 점점 늘어 경찰이 통제하던 도로까지 점령했다. 레퓌블리크 광장은 샤를리 에브도 테러 당시 150만명의 시민이 모인 장소이기도 하다.
이슬람 극단주의자인 사이드, 셰리크 쿠아치 형제가 자행한 샤를리 에브도 테러 이후 프랑스인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내가 샤를리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연대의 뜻을 나타내왔다.
파리뿐 아니라 다른 대도시들에서도 파티를 기리고 테러를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리옹에서는 1만2천명, 툴루즈에서는 5천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왔고, 2016년 7월 14일 해변의 트럭 테러로 86명의 인명이 희생된 휴양도시 니스에서도 수백명의 시민이 모여 테러를 규탄했다.

프랑스 당국은 용의자가 파티의 수업 내용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고 용의자의 가족과 친구 등 11명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또한 이번 테러를 온라인상에서 찬양한 80여건의 사례를 파악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관계 장관 회의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각급 학교 주변의 치안·테러대비 태세를 강화하기로 했다.
프랑스는 테러위험 인물의 대거 추방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1 방송은 경찰노조 소식통을 인용, 당국이 종교적 극단주의에 심취해 테러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인물 231명을 추방하기로 하고 관련 절차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장관은 18일 경찰청장 회의에서 이같이 지시했으며, 추방대상 인물 중 180명은 현재 수감시설에 있고 51명은 조만간 구금될 예정이라고 유럽1 방송은 전했다.
프랑스 경찰과 정보기관 등 대테러 당국은 평소 종교적 극단주의에 심취하거나 테러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인물을 '파일 S'라는 이름의 리스트에 올려 집중감시를 하고 있다.
다르마냉 장관은 또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관계 당국에 난민 자격을 신청하는 사람들에 대한 심사 강화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run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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