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신냉전 속 중국이 선택한 발전전략은 '국내 대순환'

입력 2020-10-25 06:30  

미중 신냉전 속 중국이 선택한 발전전략은 '국내 대순환'
'쌍순환' 강조 속 방점은 내부에…신형인프라로 내수 창출 도모
세계 가치사슬서 내쫓으려는 미국 공세에 '기술 자립' 사활 걸어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공산당이 26일부터 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19기 5중전회)를 열고 미중 신냉전 시대 경제 발전을 어떻게 이끌어갈지를 논의한다.
중국 지도부는 일찌감치 '쌍순환'(雙循環·이중순환) 발전 전략을 2021∼2025년 적용될 14차 5개년 경제계획(14·5계획)의 핵심 개념으로 제시했다.
아직은 추상적 수준에 머무르는 쌍순환 발전 전략이라는 것이 이번 회의를 통해 과연 어떤 방향으로 구체화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 외부보단 내부의 힘에 기대겠다는 중국
간단히 말해 쌍순환 전략은 세계 경제(국제 순환)와 긴밀한 연결을 유지하면서도 국내 경제(국내 대순환)을 최대한 발전시켜나간다는 개념이다.
쌍순환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5월 열린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였다.
당 최고 지도부 회의체인 상무위원회는 회의를 후 낸 성명에서 "우리나라의 거대한 규모의 시장 장점과 내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해 국내와 국제 쌍순환(이중순환)이 서로를 촉진하는 새 발전 방식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쌍순환 전략은 "국내 대순환을 위주로 하면서 국제·국내 쌍순환이 상호 촉진하는 신발전 방안"이라는 말로 정리됐다.
국제·국내 순환을 모두 중요하게 여긴다고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국내 대순환'에 더욱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볼 수 있다.
바깥이 아닌 내부에서 생존 동력을 모색하는 쌍순환 전략은 미국의 전방위적인 공세를 맞은 중국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무역 전쟁이 발발하면서 미중 갈등이 본격화한 2018년부터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은 공개 석상에서 부쩍 '자력갱생'이라는 말을 많이 썼다.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 시대의 구호인 자력갱생이 세계와 긴밀한 관계를 맺은 현재의 중국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에 중국이 미중 신냉전이라는 외부 환경 악화에 맞서 자력갱생의 현대화 버전인 쌍순환 전략을 새로 만들어 내놓았다고 볼 여지도 있다.
미중 갈등 격화 속에서도 중국은 개혁개방 견지하고 자국 시장의 문호를 계속 넓히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스스로 '고립주의'로 향하는 것이 미국이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 주석 등 상무위원들은 22일 회의에서 "복잡다단한 국제 환경이 초래한 새로운 모순과 도전을 깊이 인식하면서 쌍순환 발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중국 최고 지도부가 현재의 대외 환경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쌍순환 전략 차원에서 14억 인구를 바탕으로 한 거대 내수 시장의 힘을 한층 키우면서 화웨이 제재 등 미국의 세계 가치사슬 디커플링(탈동조화) 압박에 맞서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내수 확대 기조는 중국이 이미 10년 전부터 표방해왔던 경제 발전 방향이었던 것인 만큼 변화의 핵심은 기술 자립을 바탕으로 한 산업 구조 고도화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미국의 전방위적 공세 속에서 중국이 가장 뼈아플 때는 반도체와 같은 자국이 취약한 기술 분야가 공격당했을 때였다.
중국을 대표하는 기술기업이자 세계적 5G 선도 기업으로 손꼽히는 화웨이(華爲)가 미국의 반도체 공급 제재로 곧바로 존폐 위기에 내몰린 것은 중국이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국 최고 지도부의 일원인 한정(韓正) 상무위원은 지난달 화웨이 우한(武漢) 기지와 반도체 업체인 창장춘추(長江存儲) 등을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이) 목을 조르는 기술을 정복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기술 자립 중요성에 관한 중국 지도부의 인식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기술로 자국 주도형 새 시장 창출 노력…반도체 등 투자 확대
중국이 산업 구조 고도화와 기술 자립 노력을 통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함으로써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려 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은 기존 세계 가치사슬에서 선진국을 추격하며 계속 위로 올라갔는데 이는 필연적으로 선진국과 충돌을 빚고 엄청난 견제를 받게 됐다"며 "앞으로는 기존 전략을 병행하면서도 새로운 기술 분야에서 자국 내에서 먼저 산업과 시장을 동시에 만들어내려 한다"고 지적했다.
지 연구위원은 14·5계획 기간 5G 기지국, 데이터 센터, 인공지능(AI), 고속·도시철도, 산업 인터넷처럼 최근 중국에서 자주 거론된 이른바 '7대 신형 인프라'의 대대적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런 식의 계획을 통해 선진국과 무역 분쟁을 피할 수 있고, 먼저 키운 자국 시장에 세계 기업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며 "미국은 중국에 들어가지 말라고 하지만 중국의 신산업 발전은 이들 기업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압력이 된다"고 지적했다.
14·5계획 기간을 포함한 미래에 중국이 연구개발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려나갈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왕타오(汪濤) UBS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차이신(財新) 기고문에서 "2020년 GDP의 2.5%(3천500∼4천억 달러)이던 연구개발비 비중은 2025년 3%(6천억∼6천500억 달러)로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왕 이코노미스트는 "디커플링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이 반도체, 소프트웨어, 정밀기계 등 기초 연구 및 과학기술 연구 투입 비용을 큰 폭으로 늘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14·5계획의 초점이 중국 산업 구조 고도화, 사회 전반의 디지털 전환 가속 등과 같은 '높은 질적 발전'에 맞춰지면서 상대적으로 GDP 증가율 등 양적 목표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약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왕 이코노미스트는 "중미 관계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14·5계획 중 GDP 성장 목표는 덜 강조되거나 하향 조정될 것"이라며 "경제 구조를 바꾸는 문제와 발전의 질을 향상하는 것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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