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서민아 박사 연구성과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조영제 없이 테라헤르츠 전자기파를 이용해 생체 표본을 촬영, 치매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Aβ plaque) 같은 미량의 질병 원인물질을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1일 센서시스템연구센터 서민아 박사팀이 테라헤르츠(THz) 전자기파를 이용해 조영제 없이 생체 내 미량만 존재하는 물질을 검출하는 새로운 이미징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이용해 치매모델 생쥐의 뇌에서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 양을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양전자단층촬영(PET)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형광현미경 등으로 생체 내부를 촬영하려면 촬영 대상이 잘 보이게 하는 조영제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조영제는 부작용 우려와 함께 생체 조직과 반응해 조직을 변형시킬 가능성 등 문제가 있다.
1초에 1조번 이상 진동하는 테라헤르츠 전자기파는 X선이나 다른 방사선처럼 고에너지를 갖고 있지 않아 생체 조직을 변형시킬 위험이 없고 별도 조영제 없이도 생체 내부를 관찰할 수 있어 차세대 이미징 기술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테라헤르츠파는 파장이 길어 크기가 아주 작거나 극미량만 존재하는 물질을 관찰하기 어렵고 생체 내 수분에 잘 흡수돼 사라지기 때문에 해상도가 높은 정밀 영상을 얻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연구팀은 테라헤르츠파의 민감도를 높이고, 테라헤르츠파가 생체 내부의 물과 만났을 때 흡수되지 않고 그 경계면에서 반사돼 돌아오도록 하는 새로운 나노구조의 메타물질을 개발해 기존 테라헤르츠파 영상기술의 한계를 극복했다.
이 메타물질로 만든 칩 위에 생체 조직 표본을 놓고, 메타물질을 통과해 테라헤르츠파를 조사하면서 영상을 촬영하면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기존 테라헤르츠파 기술로는 영상화가 어려웠던 극미량의 물질도 측정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이 이 기술을 생후 4, 7, 10개월 된 정상 쥐와 치매모델 쥐의 뇌 표본에 적용한 결과 뇌 속에 극미량만 존재하는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변화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기존 영상 진단법으로는 영상의 명암 차이로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 양을 상대적으로 비교만 할 수 있었으나, 이 기술을 적용하면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축적량 변화를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서민아 박사는 "이 기술을 인체 내 다양한 질병 원인 물질을 조영제 없이 직접 검출해 질병을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인체 내 암조직 등의 경계면을 조영제 확인하는 영상기술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분석화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바이오센서와 생체전자공학'(Biosensors and Bioelectronics) 최신호에 게재됐다.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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