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 박쥐, 반향 정보만으로 곤충 다음 동선까지 예측

입력 2020-11-03 11:41  

어둠 속 박쥐, 반향 정보만으로 곤충 다음 동선까지 예측
현재 위치 넘어 이동 방향 파악…1980년대 연구 결과 뒤집어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어둠 속에서 활동하는 박쥐는 인간의 귀에는 들리지 않지만, 성대에서 발사한 3만~6만Hz의 초음파가 물체에 부딪혀 돌아오는 것을 포착해 물체의 위치나 크기에 관한 정보를 얻는다. 이른바 '반향정위'(反響定位)라는 것인데, 박쥐가 소리만으로 먹잇감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는 것을 넘어 다음 동선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JHU)에 따르면 이 대학 심리·두뇌 과학 교수 신디아 모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박쥐가 반향 정보를 토대로 한 비행 예측 모델로 먹이가 향하는 곳을 계산해 낼 수 있다는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발표했다.
모스 박사는 "테니스 선수가 어느 순간, 어디서 공을 받아쳐야 할지를 파악해야 하는 것처럼 박쥐도 사냥감으로 삼은 곤충을 어느 순간, 어디서 잡아챌지를 예측해야 한다"면서 "박쥐와 곤충 모두 날아다니는 급변 상황에서 박쥐가 최근 반향 정보에만 의존한다면 먹잇감을 놓치고 말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반향 정보만으로 사냥하는 박쥐가 변칙적으로 날아다니는 곤충을 잡아먹을 수 있는 것은 곤충의 이동 방향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했으며, 이를 확인하기 위해 실험실 안에 야생의 사냥 상황과 비슷한 환경을 꾸며놓고 관찰을 했다.
우선 박쥐에게 횃대에 앉아 곤충을 추적하게 훈련을 시킨 뒤 박쥐의 반향정위 신호와 곤충의 이동에 따른 머리 움직임 등을 기록했다.
박쥐는 초음파 반향의 시차를 통해 먹잇감과의 거리를 파악하며, 반향 강도의 변화를 포착해 수평면의 먹잇감 위치를 찾는다. 이때 큰 귀가 달린 머리를 먹잇감 방향으로 기울이는데 곤충의 이동에 따른 머리 움직임을 집중적으로 관찰한 것이다.



박쥐가 먹잇감의 위치를 예측하지 못한다면 머리는 늘 목표물이 지나간 뒤 이를 뒤따라 움직일 것이고, 항상 같은 방향으로 고정돼 있다면 이 역시도 먹잇감의 위치를 예측한 것이라고 할 수 없는데 실험에서는 두 경우 모두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연구팀은 "박쥐가 반향 시차를 통해 속도 정보를 얻고 머리가 지향하는 곳을 추가로 조정한다는 가설을 세웠는데, 수리 모델을 고안해 관찰된 자료를 대입한 결과 가설과 잘 들어맞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런 결과는 박쥐가 곤충의 동선을 예측하지 못한다는 1980년대의 연구 결과를 뒤집는 것으로, 당시는 고속촬영 비디오가 널리 보급되기 전이다.
논문 공동 저자인 앤젤리스 샐리스 박사는 "동물은 다음 행동을 미리 결정해야 하므로 예측은 중요하다"면서 "인간을 비롯한 시각 동물은 눈을 통해 끊임없이 정보가 들어오지만 박쥐는 짧은 음향 신호만으로 이를 하는 것이라 놀랍다"고 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박쥐를 갖고 진행한 것이지만 음향을 추적하는 다른 동물에게도 적용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시각장애인의 음향신호 이용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omn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