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승리] 대선 고지까지 고비의 순간들

입력 2020-11-08 05:58   수정 2020-11-08 09:14

[바이든 승리] 대선 고지까지 고비의 순간들
경선 초반 추락 딛고 본선행…잦은 실언·아들 헌터 의혹 부담
코로나19 속 존재감 고전하다 심판론으로 反트럼프 총결집 견인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 3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3수 끝에 본선행 티켓을 따낸 뒤 승리를 거머쥐기까지 여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민주당 레이스에서 초반부 추락을 딛고 기사회생, 대세론을 회복하기까지 천당과 지옥을 오가야 했다. 당내 관문을 넘고 나서 맞닥뜨린 현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본선 대결에서는 대선판을 블랙홀처럼 집어삼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위기인 동시에 기회가 됐다.
잦은 실언과 이를 빌미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신건강 이상설' 공격은 이달 20일로 만 78세가 되는 바이든 후보를 대선 기간 내내 괴롭혔고, 아들 헌터 바이든을 둘러싼 이른바 우크라이나 의혹은 아킬레스건이었다.
무엇보다 힐러리 클린턴이 여론조사 우위에도 불구, 트럼프 대통령에게 고배를 마신 4년 전의 쓰라린 악몽 때문에 마지막 순간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개표 초반 '러스트벨트' 우편투표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탓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밀리다 반전에 성공하기까지 마지막 순간까지 피를 말리는 승부수를 펼쳐야 했다.
그러나 지난 4년간 미국과 세계 질서를 뒤흔들어놓은 '트럼프 시대'에 대한 피로감과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확산세는 심판론 작동으로 이어졌고, 2016년 이완됐던 반(反)트럼프 진영이 총결집하면서 바이든 후보는 미국 역대 최고령 대통령 기록을 세우며 백악관 입성을 눈앞에 두게 됐다.



바이든 후보는 지난해 5월 출마 선언 후 당내에서 대세론을 형성해 왔지만 '본선보다 어려운 예선'이라는 말을 실감할 정도로 올해 경선 초반부 큰 위기를 맞았다.
아이오와(2월 3일), 뉴햄프셔(2월 11일) 경선에서 각각 4, 5위의 참혹한 성적표를 받아들면서다.
그러나 세 번째 경선지 네바다(2월 22일)에서 2위로 올라선 뒤 2월 29일 네 번째 경선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흑인층의 압도적 지지 속에 첫 승을 낚은 뒤 14개 주의 경선이 몰린 3월 3일 '슈퍼 화요일'에서 1위로 도약, 천신만고 끝에 완벽하게 부활했다.
이어 초반부 돌풍을 이어가던 진보의 아이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4월 8일 선거운동 중단을 선언하면서 바이든 후보는 조기에 사실상 당 후보로 확정됐다.
'트럼프 대 바이든'의 본선 대결구도가 짜인 직후인 같은 달 12일 바이든 후보가 과거 상원의원 시절인 1990년대 사무보조 여성에게 성폭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 뉴욕타임스(NYT) 보도를 통해 제기됐다.
더욱이 바이든 후보가 지난해 봄 부적절한 신체 접촉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터라 대선 길목에서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바이든 측이 강력히 부인한 가운데 파장이 계속되진 않았다.
코로나19로 선거전에 발이 묶인 바이든 후보는 델라웨어 자택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일일 화상 브리핑을 통해 코로나19 실정론을 전면에 내세워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또한 '지하실에 갇혀있다'는 조롱에도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철저히 지키면서 '노 마스크' 현장 행보를 재개한 트럼프 대통령과 차별화를 꾀했다.
코로나19 확산과 지난 5월 25일 발생한 흑인 사망사건으로 촉발된 시위 사태 후폭풍에 따른 반사이익 등에 힘입어 바이든 후보는 지지율 우위의 모멘텀을 마련했다. 그러나 선거에 대한 관심 자체가 실종된 상태에서 외부 행보를 자제하는 '부자 몸조심' 모드를 이어가면서 이렇다 할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다 전당대회를 앞둔 8월 11일 검사 출신 '트럼프 저격수'로, 자신의 보완재 역할을 해줄 50대 흑인 여성 상원의원 카멀라 해리스를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로 전격 발탁하며 좀처럼 뜨지 않았던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또한 전대 기간 '바이든=좋은 사람' 마케팅을 통해 인간적 면모를 부각하는 것으로 약한 존재감 만회를 시도했고, 말더듬 증상이 있는 13세 소년에게 자신의 과거 극복담을 들려주는 영상을 통해 '눌변'이라는 단점을 오히려 감동적 휴먼 스토리로 승화했다.
그럼에도 계속되는 말실수는 본선 국면에서 민주당과 지지층마저 불안하게 하는 '바이든 리스크'로 꼽혔다.
바이든 후보는 지난 5월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나를 지지할지 트럼프를 지지할지 생각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흑인이 아니다"라고 말하는가 하면 지난 8월 한 화상 인터뷰에서 인지검사를 받았느냐는 기자 질문에 "당신은 마약쟁이인가"라고 되물었다가 수습에 진땀을 뺐다.
9월 초 흑인 피격 사건이 벌어진 위스콘신주 커노샤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야기를 빨리 끝내지 않으면 총에 맞을 것 같다'는 부적절한 조크를 던져 입길에 올랐고, 같은 달 펜실베이니아주 코로나19 사망자를 '2억 명'으로 실제보다 1천 배 부풀려 잘못 말했다.
지난달 오하이오 유세에서는 대선 출마를 상원의원 출마라고 잘못 말하는 등 잦은 실언으로 구설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으로 잘못 지칭하는 듯한 영상을 놓고 양측간에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평소 '졸린(Sleepy) 조'라는 경멸적 별명을 즐겨온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가 헛발질할 때마다 어김없이 그 틈을 파고들었다.
치매설 내지 노망 논란, 정신건강 이상설을 공공연하게 들먹였고, 국정운영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며 '인지검사를 받으라'고 대놓고 조롱했다.



바이든 후보의 '불안한 입'은 TV토론 등을 앞두고 캠프에도 고민거리였다. 그러나 9월 29일 첫 TV토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과도한 끼어들기와 비방으로 바이든 후보가 오히려 후한 점수를 받으면서 실전 대응에 대한 우려가 어느 정도 불식됐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건강 관련 논란도 바이든 후보의 마스크 착용과 대규모 유세 자제 등을 비웃었던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10월 초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잠재워졌다.
대선 가도에서 차남 헌터는 바이든 후보의 '그늘'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헌터가 이사로 있던 우크라이나 에너지 회사 부리스마에 대한 현지 검찰 수사를 바이든 후보가 무마했다는 이른바 우크라이나 의혹 등을 제기하며 걸핏하면 '헌터 나오라'고 역공을 취했다.
특히 헌터가 부리스마 측 인사와 부친의 만남을 주선한 내용의 이메일이 담긴 노트북을 입수했다는 뉴욕포스트의 보도가 대선 3주 전인 10월 14일 터져 나오면서 트럼프 진영은 '결정적 한 방'이라 반색하며 대대적인 재점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4년 전 대선을 불과 11일 앞두고 힐러리의 '이메일 스캔들'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 대선판을 뒤흔들었던 연방수사국(FBI)이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바이든 부자 수사 압박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헌터 의혹은 일단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바이든 후보는 선거 막판 일부 경합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거센 추격을 받으면서 끝까지 안심할 수 없는 처지였지만, 기록적인 사전투표 열기에서 보듯 선거전 내내 그가 내세운 심판론이 4년 전 느슨했던 반(反)트럼프 진영의 단단한 결집을 견인하면서 트럼프의 재집권을 막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진보의 아이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지난 9월 별세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후임을 바로 내리꽂고 대선 전 대법원의 보수화를 완료한 것도 결과적으로는 반(反)트럼프 진영의 위기감을 고조, 투표장으로 불러들였다는 분석도 있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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