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승리] 쿠바 화색·브라질 난감…희비 엇갈린 중남미

입력 2020-11-08 06:45   수정 2020-11-08 09:08

[바이든 승리] 쿠바 화색·브라질 난감…희비 엇갈린 중남미
미·중남미 협력 강화 기대감…쿠바, 제재 완화 '희망'
'親트럼프' 브라질·콜롬비아는 머쓱…對베네수 정책 변화 예상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미국과 지리적으로도, 정치·경제적으로도 가까운 중남미는 이번 대통령 선거 결과를 어느 지역보다 예의 주시했다.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의 승리로 미국과 중남미의 협력 관계가 전반적으로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가운데 나라별 희비는 다소 엇갈렸다.
◇ 미·중남미 관계 재설정 기대…환경·인권 압박은 거세질 듯
도널드 트럼프 정권에서 중남미는 미국의 외교 우선순위에서 다소 밀려났다.
미국 매체 디애틀랜틱은 최근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체로 중남미를 무시했다"며 "중남미 지도자들은 미국의 리더십 부재와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 속에서 정책을 펼쳤다"고 표현했다.
미국 싱크탱크 미주대화의 마이클 시프터는 최근 중남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4년간 미·중남미 관계는 크게 훼손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중남미 정책은 주로 미국으로의 불법 이민자 유입을 막으라고 압박하거나, 베네수엘라 압박에 동참을 촉구하거나, 혹은 중국의 중남미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전반적으로 지난 4년간 일방적인 관계였던 데 반해 바이든 정권에서는 보다 긴밀한 '협력 관계'가 복원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바이든은 부통령 시절 미국의 어떤 대통령이나 부통령보다도 중남미를 자주 방문했고, 경험과 관심도 많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다만 바이든 정부가 현 정권에서 경시됐던 환경과 인권, 부패, 민주주의 등에 더 관심을 기울이면 중남미 각국에 대한 압박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쿠바, 대미 관계 개선 기대…對베네수 정책 변화 예상
중남미 내에서 이번 대선 결과가 가장 반가울 나라는 쿠바다.
쿠바는 트럼프 정권에서 갈수록 수위가 높아진 경제 제재 탓에 관광업 등이 크게 위축되면서 공산정권은 물론 일반 국민의 삶의 질도 크게 악화했다.
쿠바 내에선 바이든 전 부통령이 버락 오바마 정권에서 이뤄졌던 양국 관계 개선 성과들을 되돌려주길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정권에서 최악으로 치달았던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관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바이든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트럼프 정부의 제재 위주 대베네수엘라 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이었다.
다만 쿠바와 베네수엘라 정권에 대한 지나치게 온화한 태도는 곧바로 비판을 살 수 있어 바이든 정부도 당장 제재 완화 등 극적인 변화에 나서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 과정에서도 바이든 측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에 대한 태도를 누그러뜨리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 '친(親)트럼프' 브라질·콜롬비아 정부는 곤혹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노골적으로 응원한 중남미 일부 우파 정부에겐 이번 결과가 다소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린 극우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다.
바이든 정권이 들어선다고 당장 양국 관계가 삐걱대진 않겠지만, 환경 문제 등에 있어서 브라질에 대한 압박이 거세질 수 있어 브라질 정부로서는 반갑지 않은 결과다.

이반 두케 콜롬비아 정부도 다소 불편한 상황이 됐다.
콜롬비아 정부는 베네수엘라 문제 등에 있어 트럼프 정부와 긴밀히 보조를 맞춰왔다.
보수 성향의 두케 대통령은 보우소나루와 달리 공개적으로 트럼프 지지 의사를 밝히진 않았으나 여당 의원들이나 외교관들이 직간접적으로 트럼프를 지원한다는 의혹이 나왔다.
이 때문에 선거를 앞두고 콜롬비아 내에서도 정부가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 4년 전 충격 빠졌던 멕시코는 절제된 반응
멕시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4년 전 대선 결과에 가장 '경악'한 국가 중 하나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을 공언하는 등 반(反)멕시코 성향을 드러냈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철회까지 언급하며 멕시코 경제에 폭탄을 투하할 태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패한 지금 멕시코가 마냥 환호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우려와 달리 트럼프 정권 들어선 후에도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진 않았고, 이후 취임한 좌파 성향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의외의 궁합을 보였기 때문이다.
멕시코 대통령이 지난 7월 방미 당시 바이든 후보와의 일정 없이 백악관만 방문하자 오히려 멕시코에선 바이든 당선 이후의 양국 관계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다만 트럼프 정권에서 이어졌던 이민 문제와 관련한 압박과 이를 빌미로 한 관세 위협 등의 불확실성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외환시장에서도 바이든의 승리를 멕시코 페소화 가치에 호재로 받아들였다.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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