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거짓말에서 시작된 프랑스 역사 교사 참수 비극

입력 2020-11-06 21:29  

중학생 거짓말에서 시작된 프랑스 역사 교사 참수 비극
학부모가 딸 말만 믿고 SNS에 비방 영상→용의자 자극
용의자가 범행 전후 사진 보낸 대상 10대 3명 추가 체포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표현의 자유를 가르치다 일면식도 없는 청년에게 길거리에서 처참하게 살해당한 프랑스 역사 교사의 비극은 한 소녀 'Z'의 거짓말에서 시작됐다.
'Z'는 아프다는 이유로 학교에 출석하지도 않은 날에 교실에서 벌어진 일을 과장해서 아버지에게 전달했고, 아버지는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페이스북에 교사를 비방하는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은 이슬람 극단주의에 심취했던 청년의 눈에 띄었고 청년은 영상에 언급된 교사와 학교 이름만으로 자택에서 100㎞나 떨어진 중학교를 찾아가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
10월 16일 파리에서 북서쪽으로 30㎞ 거리에 있는 콩플랑생토노린의 중학교에서 참혹한 테러가 발생하기까지 악순환을 일간 르파리지앵이 그간 수사 내용을 기반으로 재구성해 5일(현지시간) 전했다.
참극의 도화선이 된 'Z'의 거짓말은 사뮈엘 파티(47)가 수업 시간에 이슬람교를 믿는 학생이 있다면 손을 들라 했고, 불쾌할 수 있으니 교실을 떠나도 된다고 말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Z'는 파티가 이슬람교를 창시한 예언자 무함마드를 불쾌한 방식으로 묘사한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을 보여준 수업을 듣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Z'도 있었던 10월 5일 수업에서 파티는 샤를리 에브도를 둘러싼 찬반 의견을 학생들에게 들려줬고, 다음날 수업 시간에 만평을 가져올 것인데 충격받을 수 있으니 눈을 감거나, 나가도 좋다고 예고했다.
파티가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을 보여준 10월 6일 'Z'는 결석했다. 2초가량 화면에 띄워진 만평을 보지 않으려 눈을 감은 학생들은 몇몇 있었으나 아무도 교실을 떠나지 않았다는 게 학생들의 진술이었다.
딸의 이야기만 듣고 화가 난 아버지는 10월 7일 밤늦게 페이스북에 교사 이름과 학교 주소를 공개하며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1시간 30분 뒤 글에서 이름과 주소를 지웠다.
학부모는 10월 8일 학교를 직접 찾아가 항의를 했지만,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같은 날 페이스북에 또다시 비난 영상을 올렸고, 딸과 함께 경찰서를 찾아가 파티를 고소했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에 관심을 보여온 체첸 출신의 용의자는 이 학부모가 올린 영상에 나와 있는 번호를 보고 10월 9일 전화를 걸었고 10월 13일까지 연락을 주고받았다.
조사 과정에서 학부모는 용의자가 자신의 영상을 보고 분노한 게 아니라고 주장하며 그가 파티를 살해하지 않았다면 분명 다른 사람을 죽였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한편, 프랑스 수사당국은 용의자가 범행 직전 총과 흉기를 들고 있는 5초짜리 영상을 찍어 보낸 스냅챗 단체대화방에 참여했던 18세 남성 2명과 17세 여성 1명을 추가로 체포했다.
용의자는 "나를 위해 기도해줘. 오늘 시험을 치를 것이고 알라의 도움으로 성공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고, 대화방에 있던 몇몇은 IS를 상징하는 손 모양으로 응답했다.
8∼10명이 참여한 이 단체 대화방에서는 주로 이슬람 극단주의를 주제로 한 대화가 오갔으나, 용의자가 범행 당일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는 다른 참가자들도 몰랐던 것으로 파악됐다.
용의자는 범행 직후에도 사진을 찍어 대화방에 올렸고, 이를 본 참가자들은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냐며 두려워하다가 대화방을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run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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