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일본] 극과극 관용차…2억원 넘는 센추리와 중고자전거

입력 2020-11-07 13:28  

[톡톡일본] 극과극 관용차…2억원 넘는 센추리와 중고자전거
"코로나 와중에 비싼 차 사야 하나"…비판의견 약 200건 접수
경찰관·공무원·택배 배달원, 업무에 자전거로 활용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센추리·조달 금액 2천90만엔(약 2억2천709만원).
한국에는 딱히 소개되지 않았으나 도요타자동차가 2018년 발매한 고급 세단 제3 세대형 센추리가 최근 일본 민심을 자극했다.
광역자치단체인 야마구치(山口)현이 올해 8월 현 의회 의장 관용차로 센추리를 사들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뒷말을 낳았기 때문이다.
일본 왕족이 야마구치현을 방문하면 의전용으로 활용한다는 명목을 붙였지만, 평소에는 현 의장이 주로 사용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해 왕실의 대외 활동이 거의 없어지고 야마구치를 방문할 일이 없어 야나이 슌가쿠(柳居俊學) 의장 전용차인 셈이다.
이번에 사들인 센추리는 전면 개조 후 2018년 여름부터 판매됐고 배기량은 5천㏄다.

뒷좌석에 안마 기능이 장착돼 있고 11.6인치 모니터와 12채널 오디오 앰프 및 스피커 20개가 내장돼 현장감 있는 음악과 영상을 즐길 수 있다고 도요타자동차는 특장점을 내세웠다.
야마구치현 담당자는 센추리와 관련해 지난달 말까지 206건의 의견이 전화 혹은 이메일로 들어왔으며 이 가운데 194건이 부정·비판적 견해였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민생이 어려운 가운데 2천만엔이 넘는 고급 차가 꼭 필요하냐는 지적이 많았다.
나머지 12명은 '그 정도의 격식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센추리 도입을 옹호했다.
야마구치현 담당자는 앞서 사용하던 차량은 2007년에 나온 약 1천200만엔(약 1억3천39만원)짜리 센추리였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러 고급 옵션을 장착한 탓에 비싸진 것으로 오해하는 이들도 있으나 신형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제조사가 설정한 기본 가격 자체가 높다며 억울하다는 투로 말하기도 했다.
일본 지방자치단체의 일에 한국 기자가 굳이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 야마구치현이 보유한 700대가 넘는 관용차 중에 서민형 차량이 다수인 점을 고려하면 센추리는 꽤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사례를 찾아봤다.

야마구치현이 보유한 가장 소박한 '관용차'는 자전거다. 자전거는 일본 도로교통법의 규제를 받는 엄연한 차량이다.
재활용센터 등에서 확보한 기어조차 없는 재래식 중고 자전거 3대(본청 기준, 외청 제외)를 운용하고 있다고 한다.
현청 직원들이 1㎞ 정도 떨어진 시청 등 가까운 곳에 갈 때 장부에 기록하고 열쇠를 받아 사용하는데, 연간 이용 빈도가 200회에 달한다고 하니 꽤 인기가 있는 편이다.
개인의 출퇴근용 자전거를 근거리 업무 때 쓰는 직원까지 고려하면 실제 자전거 이용 빈도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공무원이 관용차로 자전거를 쓰는 사례는 더 있다.
각지에 설치된 경찰관 근무 거점인 '고반'(交番·경찰관 2∼3명 정도가 근무)에는 업무용 자전거가 배치돼 있다.
수도 도쿄도(東京都)를 관할하는 경찰 조직인 경시청은 이런 자전거를 약 1만154대 운용하고 있다.
작년 기준 경시청 소속 경찰관 정원이 4만3천566명(경찰관 외 직원 제외)이니 경찰관 4.3명당 1대꼴로 업무에 자전거를 활용하는 셈이다.
신속하게 현장에 출동해야 할 경찰관이 자전거로 되겠느냐는 물음에 경시청 관계자는 "넓은 도로에서는 순찰차나 오토바이나 나서지만, 큰길만 있는 게 아니고 뒷골목이나 계단이 있는 길 등에서는 자전거가 활용하기 편하다"며 "모든 경찰관에게 순찰차가 있는 게 아니므로 일상적으로 자전거를 활용한다"고 말했다.

모든 경찰관이 반드시 자전거를 선호하지는 않을 것 같지만 예산 등 여러 제약 속에서 일본의 많은 경찰관이 자전거로 순찰하고 때로는 출동도 하는 셈이다.
역시 남의 나라 일이니 이런 방식이 좋은지에 관한 판단은 일본 유권자에게 맡긴다.
자전거는 민간에서도 업무용 차량으로 빈번하게 쓴다.
일본의 크고 작은 기업이 외근 등에 업무용 자전거를 사용한다.
심지어 택배 회사나 유통업체가 자전거를 배송용 교통수단으로 쓰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배송원들이 충전식 배터리가 장착된 전동 자전거 뒤에 수레를 연결해 물건을 싣고 현장을 도쿄 곳곳을 누빈다.
자전거를 업무용 교통수단으로 쓰는 이들에게는 센추리는 속칭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일 것 같은데 야마구치현에 항의의 뜻을 표명한 이들이 200명도 안 됐다니 상당히 의외다.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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