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 아제르-아르메니아, 카라바흐 휴전 합의 배경은?

입력 2020-11-12 06:00  

'앙숙' 아제르-아르메니아, 카라바흐 휴전 합의 배경은?
"아르메니아, 전략적 요충지 잃어 전투 지속 불가능해져"
"러시아는 아제르 추가 약진 막고, 터키 영향력 차단하려 중재"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분쟁 지역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둘러싸고 44일 동안 치열한 전투를 벌여오며 교전 지속을 천명하던 앙숙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가 전격적으로 휴전에 합의한 이유는 무엇일까.
BBC 방송 러시아어판 등은 11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을 인용해 양측이 러시아의 중재로 전격적으로 휴전에 합의한 것은 전략적 요충지를 점령당한 아르메니아가 더는 전쟁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고, 러시아도 아제르바이잔의 추가적 약진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니콜 파쉬냔 아르메니아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앞서 9일 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 지역 휴전 합의를 담은 3자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합의문에 따르면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양국 군은 모스크바 시간으로 10일 오전 0시부터 모든 적대행위를 중지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양측의 충돌 방지를 위해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 약 2천 명의 평화유지군을 5년간 배치하기로 했다.
아르메니아는 그동안 통제해온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의 상당 부분과 주변 점령지 등을 아제르바이잔 측에 돌려주기로 했다.
사실상 아제르바이잔 측의 일방적 승리였다.
아르메니아가 이 같은 굴욕스러운 휴전에 합의한 것은 더는 전투를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전황이 기울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아제르바이잔군이 지난 8일 고지대에 있는 전략적 요충지 슈시(아제르바이잔어로 슈샤)를 점령하면서 이곳에서 모든 종류의 무기로 나고르노-카라바흐 주도인 스테파나케르트를 공격할 수 있게 된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다.
독립 공화국을 주장해온 나고르노-카라바흐 자치 정부 수장 아라익 아루튜냔은 "만일 전투가 계속됐으면 아제르바이잔이 며칠 내로 나고르노-카라바흐 공화국 전부를 점령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치정부를 지원해 아제르바이잔과 교전을 벌여온 아르메니아의 니콜 파쉬냔 총리도 "전투가 지속됐으면 (주도인) 스테파나케르트와 마르투니·아스케란 등의 도시들도 함락됐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우리 군인 수천 명이 포위돼 (군사적) 붕괴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휴전 결정 이유를 해명했다.
아르메니아 군부도 병력 동원 어려움을 호소하며 파쉬냔 총리에게 휴전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아제르바이잔이 터키의 지원을 받아 전쟁의 주도권을 쥐면서 주도 스테파나케르트까지 함락될 위기에 처하자 아제르바이잔의 추가적 약진을 막기 위해 서둘러 휴전을 중재했다고 러시아의 국제문제 전문가 표도르 루키야노프는 설명했다.
아르메니아와 함께 옛 소련권 군사협력체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에 가입해 있는 러시아는 전투가 아르메니아 지역으로까지 확대될 경우 동맹 지원 의무상 자동 개입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이렇게 되면 러시아는 아제르바이잔을 지원하는 터키와 무력 대결을 펼치는 상황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적기에 성사된 휴전 합의로 러시아는 '우아한' 중재자의 이미지를 얻고,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면서 남캅카스 지역에 대한 터키의 영향력 확대도 차단하는 결과를 얻게 됐다는 분석이다.
러시아는 같은 튀르크족 국가인 아제르바이잔을 지원하는 터키가 옛 소련권인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러시아는 지난 9월 말 이후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둘러싼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간 교전이 치열하게 벌어지던 와중에도 시리아 내 친터키 용병들이 아제르바이잔군 지원을 위해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으로 투입됐다는 정보가 있다면서 터키 측에 지속해서 우려를 표명해 왔다.
하지만 이번 휴전이 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의 완전한 해결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의 관측이다.
아르메니아의 지원을 받는 나고르노-카라바흐 공화국은 사수한 지역을 근거지로 계속 독립국 지위를 유지하면서 반격의 기회를 엿볼 것이고, 아제르바이잔은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 전체를 탈환하려 시도할 것이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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