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따블라디] 160년 전 조약 놓고 엇갈린 중·러 시선

입력 2020-11-14 07:43  

[에따블라디] 160년 전 조약 놓고 엇갈린 중·러 시선
러 외교관 기념공원 새 단장…"기념비 세워야" 주장도
블라디보스토크 탄생 기념일 축하 영상에 중국인들 분노

[※ 편집자 주 : '에따블라디'(Это Влади/Это Владивосток)는 러시아어로 '이것이 블라디(블라디보스토크)'라는 뜻으로, 블라디보스토크 특파원이 러시아 극동의 자연과 역사,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생생한 소식을 전하는 연재코너 이름입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김형우 특파원 =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시 프룬젠스키 지역에 있는 니콜라이 이그나티예프 기념공원.
이곳은 19세기 활동했던 외교관이자 정치인 니콜라이 이그나티예프(1832∼1908)의 이름을 따 2015년 만들어졌다.
공원 내에는 그를 기념하는 게시판이 하나 세워져 있다.



이 게시판은 1860년 11월 14일 그가 러시아를 대표해 청나라와 맺은 북경조약의 의미를 자세히 담고 있었다.
특히 그로 인해 지금의 블라디보스토크시가 존재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감사하는 마음을 강조했다.
연해주 지방정부는 올해 도심 내 다른 공원들과 함께 낙후한 이 기념공원의 시설을 대대적으로 손봤다.
전에는 없었던 각종 운동기구와 폐쇄회로(CC)TV 등이 설치됐다.
지난 9월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 속에서도 개장식을 하기도 했다.
올레그 구메뉴크 블라디보스토크 시장은 당시 기념식에 참석해 "이곳은 (러시아) 극동을 위해 많은 일을 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공원"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안락한 휴식처로 기념공원을 탈바꿈시키면서 현지 주민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주민은 기자에게 "니콜라이 이그나티예프에 대해서 비교적 잘 알고 있다"면서 "깔끔한 시설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니콜라이 이그나티예프가 서명한 북경조약을 통해 러시아는 청나라로부터 연해주를 넘겨받는다.
러시아는 이 조약으로 아시아 진출을 위한 핵심 요충지인 연해주 일대를 단숨에 손에 거머쥐게 된다.
이전까지 러시아와 청나라 양국은 1858년 맺은 아이훈 조약에 따라 연해주 영토를 공동 관리했다.
니콜라이 이그나티예프가 연해주에 위치한 블라디보스토크 탄생에 기여한 핵심 인물로 현지에서 평가받는 이유다.
러시아 지리학회 연해주 지부 회장인 알렉세이 부야코프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니콜라이 이그나티예프가 러시아를 위해 많은 일은 한 만큼 기념비를 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청나라는 연해주를 러시아에 넘겨주면서 대륙 본토에서 동해로 나아갈 수 있는 통로를 잃어버린다.
중국 내 시선이 북경조약에 호의적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는 연해주 정부가 코로나19 속에서 진행한 블라디보스토크시 탄생 160주년 기념행사를 바라보는 중국인들의 반응에서도 엿볼 수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7월 중국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트위터에 블라디보스토크시 탄생 160주년을 축하하는 영상을 게시했다.
이를 본 중국인들은 러시아 제국이 강제로 청나라 영토를 빼앗았다고 주장하며 러시아 대사관의 트윗을 비난했다.
환구시보의 후시진(胡錫進) 총편집인이 '블라디보스토크'라는 명칭을 거부하고 중국의 옛 명칭인 '하이선와이'라 부르며 비난에 동참하기도 했다.
미국의 압박 속에서 최근 부쩍 가까워진 양국이지만 영토 문제와 얽힌 역사에 대해서는 아직도 엇갈린 시선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vodcas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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