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가 '생태계 엔지니어' 비버 사냥에 집중하는 이유는

입력 2020-11-14 13:28  

늑대가 '생태계 엔지니어' 비버 사냥에 집중하는 이유는
새 댐·연못 만드는 비버 죽여 사냥터 습지화 방지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늑대가 숲에 댐과 연못을 만들어 서식지로 삼는 비버를 죽여 자신들의 사냥터에서 습지가 확대되는 것을 막는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버는 성체가 되면 원래 서식지에서 독립해 새로운 곳에서 물길을 막아 댐을 만들거나 주인 없이 버려진 곳을 보수해 서식지로 삼으면서 어디든 습지로 바꿔버리는데, 늑대가 이런 비버들을 사냥해 죽임으로써 습지 형성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미국 미네소타대학 '보야저 늑대 프로젝트' 연구진은 보야저 국립공원 내 늑대 약 30마리에게 GPS 목걸이를 달아 20분 이상 머문 곳을 파악해 사냥한 동물을 일일이 확인하고, 새로 만들어진 댐과 연못의 비버 동향을 추적한 끝에 얻은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즈'(Science Advances)를 통해 발표했다.
미네소타대학과 외신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2015년 봄 늑대가 새로 댐을 만든 비버를 사냥해 죽인 뒤 이 비버가 살던 댐이 불과 며칠 만에 붕괴하며 물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보고 "숲이 연못으로 바뀌는 것을 막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으며 이후 본격적인 관찰에 나서 5년간 추적 연구를 해왔다.



그 결과, 늑대들이 비버 사냥을 통해 연간 88개의 연못과 댐 형성을 막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못이 그대로 유지됐다면 미네소타주 북부의 아한대 숲 1천800㎢에 걸쳐있는 '보야저 대생태계'에서 19만㎥의 물을 저장하며 습지를 만들었을 것으로 추산됐다.
보야저 늑대 프로젝트 책임자로 논문 공동 저자로 참여한 토머스 게이블 박사는 "늑대가 비버를 제거하면 다른 비버가 나타나 댐이나 연못을 다시 건설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린다"고 했다.
비버가 늑대의 사냥으로 죽은 뒤 새 비버가 등장해 수리를 시도하는 데는 1년 이상 걸렸으며, 이번 연구의 발단이 된 댐은 아직도 새 주인이 나타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 연구를 통해 늑대가 보야저 국립공원 안에 서식하는 비버의 개체 수를 통제한다는 증거를 드러내지는 못했으나, 최상위 포식자로서 비버가 물길을 막아 댐이나 연못을 만들고 유지할 수 있는 장소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미시간공과대학의 늑대 전문 야생 생태학자 롤프 피터슨 교수는 AP통신과의 회견에서 "비버는 아한대 숲의 모습을 결정짓는 데 중심적 역할을 해 비버의 분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이든 폭포효과를 갖는다"고 지적했다.
비버가 물길을 막아 습지를 만들면 나무나 물고기, 양서류, 새 등에 새로운 생태 공간을 제공하게 돼 비버는 '생태계 엔지니어'라는 별명을 갖고있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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