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걸려가며 돌봤는데" 아일랜드 이주민 요양사 추방 위기

입력 2020-11-15 20:31   수정 2020-11-15 20:44

"코로나 걸려가며 돌봤는데" 아일랜드 이주민 요양사 추방 위기


(서울=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속 아일랜드의 의료복지 분야에서 일한 아프리카 출신 이주 노동자들이 추방당할 위기에 놓였다고 CNN 방송이 1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의 한 양로원에서 일하는 릴리(가명) 최근 법무평등부로부터 '추방 통지서'를 받았다.
통지서에는 "당신은 더는 아일랜드에 거주할 수 없다. 자발적으로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추방 조처가 내려질 것"이라고 쓰여있었다. 당국은 닷새간 생각할 기회를 준다는 단서도 달았다.
릴리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에 복잡한 감정이 교차했지만, (아일랜드에) 머물기 위해서는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터져 나오는 눈물을 꾹 참았다"고 말했다.
그는 성 소수자(LGBTQ) 박해를 피해 고향인 짐바브웨를 떠나 2016년 아일랜드로 왔다.
남을 돕는 것을 좋아했던 릴리는 요양보호사가 되었고 지난해 양로원에 취직했다. 앞으로는 간호학 학위를 따겠다는 꿈도 꾸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와중에 양로원에서 계속 일했다.
자신이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지난 4월 3주간 치료와 격리를 위해 쉰 것이 팬데믹 이후 휴식의 전부였다.
릴리는 "그들은 보건 현장 최전선에서 일한 근로자들을 영웅이라고 말하지만, 뒤에서는 우리를 쫓아내려고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다른 양로원에서 일하는 콘스턴스(가명)도 릴리와 같은 처지다.
그는 지난해 성 소수자 박해를 피해 아일랜드에서 살게 해달라며 망명 신청서를 냈지만 거부당했다. 양성애자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그는 인도주의적 근거를 들어 다시 당국에 망명을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거절당하고 결국 지난달 28일 릴리와 마찬가지로 '추방 통지서'를 받았다.
아일랜드 법무평등부는 유엔난민기구(UNHCR)의 지침을 따르고 있으며, 특정 사례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CNN에 답했다.
아일랜드의 시민단체인 망명 신청 운동(MASI)의 불렐라니 엠파코 대변인은 이주 노동자들이 팬데믹 상황에서 보건, 환경미화, 경비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지난 5월 아일랜드 정부에 코로나19 대유행 속 필수적인 분야에서 일하는 이주민들의 공로를 인정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CNN은 최근 아일랜드 의회에서 의료 분야 등에서 일하는 이주민들을 추방하려는 정부 방침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아일린 플린 의원은 지난주 의회 연설에서 팬데믹 와중에 의료기관에서 일한 이주민을 내쫓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주민 노동자들은 이 나라에서 목숨을 걸고 일했다"며 "이런 것이 국가에 대한 결의와 헌신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logo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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