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 계기 되길

입력 2020-11-16 15:07  

[연합시론]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 계기 되길

(서울=연합뉴스) 정부가 16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주인인 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에 넘기기로 했다.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을 지배하는 한진칼에 8천억 원을 투입하고, 대한항공은 이 자금을 받아 아시아나항공의 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내년 6월 30일까지 인수를 마무리한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경영난에 시달리던 아시아나항공을 매물로 내놓고 HDC현대산업개발과 협상을 벌였으나 지난 9월 무산됐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내외 이동이 멈추면서 매출이 급감해 항공업계 전반이 빈사 상태에 빠진 상황이어서 원매자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거대 항공사인 아시아나를 일시적 경영난을 이유로 퇴출하기엔 정부 부담이 너무 크고, 그렇다고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항공사 경영을 국책은행이 언제까지 떠안고 갈 수도 없다는 점에서 정부의 선택은 고육지책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1, 2위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하면 글로벌 톱10 수준의 거대 항공사로 도약한다고 한다. 항공 빅딜이 잘 마무리돼 대한항공이 경쟁력 있는 글로벌 항공사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두 항공사의 빅딜이 겉으로 보기엔 그럴듯해 보이지만 속을 파고들면 우려스러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양사의 재무구조가 너무 취약하다. 보통 인수합병(M&A)은 정상기업 간 또는 우량기업과 부실기업 간 짝짓기일 때 성공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두 회사가 안고 있는 빚은 35조 원(대한항공 23조 원, 아시아나항공 12조 원)에 달한다. 부채비율은 대한항공이 1천100%, 아시아나항공은 2천300%다. 아시아나항공은 자본잠식률이 56%인 부실기업이다. 국내 항공업계는 이미 저가항공사의 난립에 따른 극심한 경쟁으로 부실이 누적된 상태에서 코로나 사태라는 결정타를 맞았다. 두 회사에는 국책은행이 4조5천억 원(대한항공 1조2천억 원, 아시아나항공 3조3천억 원)의 자금을 투입했고, 이도 바닥나 공적자금인 기간산업안정자금에 기대고 있다. 재무적으로 취약한 대한항공이 부실 공룡인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했다가 잘못되면 바로 공멸이다. 빅딜이 성사된다고 경영이 곧바로 좋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국책은행의 자금 지원이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정부가 통합을 결정한 것은 밑 빠진 독 두 군데에 계속 자금을 쏟아붓느니 한쪽으로 몰아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강화로 경영 정상화를 앞당기겠다는 생각일 것이다. 정부와 국책은행은 시시콜콜한 경영 간섭으로 배가 산으로 가게 해선 안 되겠지만 국민 혈세가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철저한 감시·감독 등 대주주이자 채권자로서의 책무를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결정했지만, 인수합병이 최종적으로 성사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두 회사와 자회사를 합칠 경우 시장 점유율이 절반을 넘어 독과점 문제가 발생한다. 두 회사의 통합이 운임 인상 등 소비자 편익을 해치지 않도록 정부가 각별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기존 주주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이미 한진칼 지분의 46%를 보유해 최대 주주의 위치에 있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를 비롯한 주주연합은 산업은행의 한진칼 증자 참여가 조원태 회장의 우호 지분이 될 수 있기에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이번 M&A가 경영권 분쟁에 개입해 어느 한쪽에 힘을 실어주는 게 아니라 산업 구조조정과 국가기간산업 보호에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또 하나의 큰 걸림돌은 인력 구조조정을 우려한 양대 항공사와 자회사 노조원들의 반발이다. 정부는 대한항공으로부터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는 확약을 받았다지만 중복 노선 정리나 업무 효율화 차원에서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가족 간 경영권 분쟁과 갑질 등으로 대한항공 오너 일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바닥인 만큼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특혜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가족의 경영 참여를 배제하고 윤리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