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또 '소신 발언'…"주택서 소득분배까지 인민 불만 크다"

입력 2020-11-18 11:50  

리커창 또 '소신 발언'…"주택서 소득분배까지 인민 불만 크다"
"세계 2위 경제국 되도 선진국 따라가려면 멀어"…냉정한 자기판단 강조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중국 공산당의 권력이 집중되면서 권력 주변으로 밀려났다는 평가를 받는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중국의 14차 5개년 경제계획(14·5계획·2021∼2025년) 수립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서 집권 세력인 중국 공산당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소신 발언을 했다.
시 주석 집권 후 중국 공산당 안에서 1인자와 당을 일방적으로 찬양하는 분위기가 고착화한 가운데서도 리 총리는 종종 이와는 결이 다른 발언을 내놓아 주목을 받는다.
리 총리는 18일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를 통해 '14·5 계획 시기 경제사회 발전의 지도 방침'이라는 제목의 5천자 분량의 글을 발표했다.
리 총리는 "모든 마음을 모아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것이 우리 당의 근본 목적이며 (경제) 발전의 근본 목적도 민생 복지를 증진하는 데 있다"며 "현재 인민대중의 교육, 의료, 주택, 식품·의약품 안전, 소득 분배 등 방면에서 느끼는 불만이 여전히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름다운 생활에 대한 인민의 수요는 더욱 커지고 다양화됨에 따라 경제사회 발전 과정에서 새 요구를 제시하게 될 것"이라며 "민(民)의 바람이 정치를 펴야하는 방향이라는 점에서 인민들이 가장 관심을 두는 문제들을 잘 해결해 나가는 가운데 부단히 사회 공평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가 비록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소득 분배'와 '사회 공평'을 중요한 목표 중 하나로 열거한 점도 눈길을 끈다.
작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 달러를 넘을 정도로 중국 경제가 성장했지만 '사회주의 국가'를 표방하는 중국의 부의 불평등 문제는 세계 주요국 중에서도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중국 공산당이 14·5계획 기간을 넘어 2035년까지의 장기 경제 발전 방향을 논의한 19기5중전회(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를 열고 나서 장밋빛 미래 청사진을 대대적으로 선전 중인 가운데 리 총리는 스스로의 역량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됐지만 1인당 수준은 여전히 높지 않다"며 "우리가 산업 현대화, 국민 생활, 생태 환경 등 영역에서 선진국의 수준에 접근하거나 다다르려면 장기간에 걸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리 총리는 이어 "(중국 경제의) 발전 불균형과 불충분 문제가 여전히 두드러진다"며 "구조적·체제적 문제들이 서로 얽힌 가운데 혁신 능력은 높은 질적 발전 요구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고 생태 환경, 민생 보장 등 방면에서 여전히 확실히 부족함이 있다"고 진단했다.
리 총리는 또 '여러 요인'의 영향으로 중국 경제의 안정을 유지하는 일이 현재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특히 수요 부족 문제가 경제의 안정적 회복에 제약을 가하는 가운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특히 큰 어려움을 겪고 고용안정 유지에 매우 큰 압력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했다.
리 총리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 중에서는 드물게 이따금 소신성 발언을 내놓아 주목을 받곤 한다.
일례로 그는 지난 5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빈곤과 불평등 문제를 지적하며 "6억 명의 월수입은 겨우 1천 위안(약 17만원)밖에 안 되며, 1천 위안으로는 집세를 내기조차 힘들다"고 밝혔다.
이는 시 주석이 그간 선전해온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 건설'에 대한 정면 반박으로 읽힐 여지도 있어 중국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중국 안팎에서는 당 지도부 안에서 '소수파'인 리 총리가 가끔 비판적인 발언을 하곤 하지만 이를 절대권력자인 시 주석과의 '권력 투쟁'으로 보기는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리 총리의 소신 발언도 당내의 '마지노선'을 넘지는 않은 수준으로 평가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적지 않은 소신 발언성 내용이 담긴 것처럼 보이지만 이날 리 총리 발표문의 전반적 주제는 19기5중전회에서 정해진 14·5계획 및 2035년까지의 장기 발전 계획을 잘 추진해야 한다는 쪽에 맞춰졌다.
리 총리는 이날 발표문 맨 뒤에서 "청사진은 이미 마련됐으니 분투해 나아가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며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의 주위에서 더욱 긴밀히 단결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 실현을 위해 더욱 새롭고 큰 공헌을 하자"고 밝혔다.
리 총리는 14·5계획이 적용되는 2021∼2025년은 중국이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목표로 나아가는 긴 새 여정의 첫 5년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건강한 경제 발전을 유지하는 것이 특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공산당은 창당 100주년인 2021년 전에 '전면적 샤오캉 사회'를 만들고, 국가 수립 100주년인 2049년까지 미국을 넘어선 세계 최강국인 '전면적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만든다는 이른바 '두 개의 100년 목표'를 갖고 있다.
이런 가운데 리 총리는 발표문에서 올해 중국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플러스 성장을 무난하게 달성할 것이라면서 중국의 올해 국내총생산이 100조 위안(약 1경6천877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작년 중국의 GDP는 99조865억 위안이었다.
한편 리 총리는 전날 경제 전문가들 및 일부 기업인들을 초청한 가운데 연 좌담회에서 "현재 국내외 정세가 여전히 복잡하고 엄중해 어려운 도전에 대응할 준비를 잘해야 한다면서 "정책 자원을 더욱 긴요한 곳에 쓰면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더 잘 지원하는 등 정책을 더 효과적으로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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