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지도자가 규칙을 지키지 않을 때

입력 2020-11-22 07:07  

[특파원 시선] 지도자가 규칙을 지키지 않을 때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코로나 방역수칙 어기고 고급식당 파티 참석
'야간 통행금지' 명령 새로 내렸는데 일부 보안관 "단속하지 않을 것"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에서 가을철을 맞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무섭게 재확산하고 있다.
한국에도 3차 유행이 찾아오며 확진자가 다시 급속히 늘고 있지만 미국은 규모에서 차원이 다르다. 19일(현지시간)에는 하루에만 18만7천여명의 신규 감염자가 나왔다.
주민이 4천만명에 육박해 미국 50개 주 중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州)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 전체적으로는 10월 중순부터 코로나19 환자가 증가하기 시작했지만 캘리포니아주는 이보다 2∼3주 늦은 이달 초 확산세가 본격화했다.
20일에는 1만3천5명의 신규 환자가 나오며 코로나19 사태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사태가 악화하면서 개빈 뉴섬 주지사는 지난 19일 '야간 통행금지'란 강도 높은 처방을 내놨다. 21일부터 한 달간 밤 10시부터 이튿날 새벽 5시까지 필수업무 종사자가 아닌 사람은 집 밖으로 외출하지 말라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주는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선도적으로 방역에 나선 자치단체다. 주 정부 가운데 가장 먼저 고강도의 '자택 대피령'을 도입했고 그 덕분에 올봄 코로나19의 파도를 비교적 무난히 넘겼다.
6∼7월 미국의 재확산 때는 '4대 집중발생 지역'의 한 곳에 들긴 했지만 이 고비도 극복했다.
그런데 이번에 내려진 규제 조치를 두고 미묘한 거부의 기류가 감지된다.
프레즈노란 도시의 보안관 마거릿 밈스는 이 통행금지령을 어기는 사람이 있더라도 처벌하지 않겠다고 공표했다고 폭스뉴스가 보도했다.
밈스 보안관은 동영상 브리핑에서 범죄조직에서 총을 빼앗고 마약 밀매를 단속하는 등 다른 할 일이 많다며 "우리는 정상적으로 법을 지키는 시민들을 범죄자로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소셜미디어에는 이를 환영한다는 의견들이 올라왔다.
"브라보", "나는 우리 보안관을 사랑한다"라거나 "USA는 자유를 의미한다"는 식의 반응이다.
'BG'란 트위터 이용자는 "상식을 쓸 줄 알고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일부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규칙을 어기는 어떤 정신 나간 주지사에 의해 만들어진 범죄자 말고 진짜 범죄자(와 상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보안관의 태도를 비판하는 의견도 있다. 오즈커란 이용자는 트위터에 "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았더라면 나는 보안관이 됐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폭스뉴스는 다른 법 집행기관들도 비슷한 방관주의적 접근을 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머세드카운티 보안관실이나 킹스카운티 보안관실, 머데라 경찰 등이 통행금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평소처럼 업무를 보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킹스카운티 보안관실 관계자는 "카운티 감독위원회로부터 계도적 접근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사람들에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지침을 안내할 것이라고 밝혔다.
폭스뉴스는 뉴섬 주지사가 속한 민주당의 라이벌인 공화당을 지지하는 매체다.
기자가 본 트위터 이용자들의 반응은 정파적 견해가 반영된 것일 수 있다. 올봄과 달리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9개월째로 접어들며 주민들이 코로나19 방역에 피로감을 느끼고 지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뉴섬 주지사가 최근 주의 방역 수칙을 어기고 친한 로비스트의 생일 파티에 참석했다는 사실이 폭로된 것도 이런 거부 정서에 땔감이 됐을 것이다.
뉴섬 주지사는 이달 6일 와인 산지로 유명한 나파밸리의 고급 프랑스 식당에서 20년 지기이자 정치 자문 역할을 해온 로비스트 제이슨 키니의 50번째 생일 축하 만찬에 부인과 함께 참석했다.
그는 논란이 커지자 "나쁜 실수를 저질렀다"며 "설교만 할 게 아니라 나 스스로 실천이 필요하다"고 사과했다.
트위터 이용자들의 반응 중 '자기 규칙을 어긴다'는 대목은 주지사의 이런 이중 잣대를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뉴섬 주지사도 이런 여론을 의식했는지 야간 통행금지 조치를 발표하는 온라인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AP 통신은 "평소라면 뉴섬 주지사가 직접 나와 했을 종류의 발표였지만 별다른 설명 없이 그는 회견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뉴섬 주지사는 자신의 사과로 과오를 사면받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물론 여전히 많은 사람은 뉴섬 주지사의 개인적 일탈과 무관하게 새로운 방역 조치를 준수할 것이다.
하지만 혹시라도 누군가가 주지사의 과실을 구실 삼아 방역 준칙을 무시하고 행동하는 사람 때문에 코로나19에 걸리고, 그 결과 심하게 앓거나 목숨을 잃는다면 뉴섬 주지사의 사과는 결코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sisyph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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