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의 게임인] 게임 캐릭터, 예쁘고 몸매 좋아야 더 몰입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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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1-28 08:00  

[이효석의 게임인] 게임 캐릭터, 예쁘고 몸매 좋아야 더 몰입되나요?

[이효석의 게임인] 게임 캐릭터, 예쁘고 몸매 좋아야 더 몰입되나요?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개발력 척도로 작용…위메이드 '미르4' 호평
2K 등 해외는 평범한 외모에 초점…'실감 세대' 겨냥할 필요 대두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우리는 왜 게임을 할까?
문화연구자인 김겸섭 경상대 교수는 "자신의 가면인 '아바타'(avatar)를 통해 평소의 자기를 감추고 일상에서 하지 못했던 것을 연기하기 위해서"라고 풀이한다.
"심지어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바꿀 수도 있어요. 현실의 제약에서 벗어난 새로운 몸, 아바타를 창조하는 것입니다."(김겸섭 저,『모두를 위한 놀이: 디지털 게임의 재발견』 305쪽)
진짜 현실을 잊고 게임 속 '가상 현실'에 몰입하려면 아바타가 '나 같으면서도, 나 같지 않아야' 한다. 적절한 아바타 만들기가 성공적인 게임의 필수 요소다.

1990년대에 롤플레잉게임(RPG)이 태동할 때부터 아바타를 만드는 것이 게임의 시작이었다.
컴퓨터 그래픽이 없어서 텍스트만으로 게임을 할 때도 이름 짓기, 성별 선택이 게임에 입장하는 대문 역할을 했다.
다중접속임무수행게임(MMORPG)에서는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이 개발사의 기술력을 가늠하는 척도로 작용한다.
최근 대형 신작 MMORPG '미르4'를 발표한 위메이드의 장현국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강조했다.
미르4의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은 실제로 깔끔하면서도 수려한 그래픽을 선보인다.
이용자는 캐릭터의 헤어스타일이나 피부색은 물론이고, 이마·광대뼈·볼·턱·눈·코·입 등 얼굴 부위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다.

국산 MMORPG뿐 아니라 북미·유럽의 콘솔 게임 제작사들도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을 고도화하고 있다.
그런데 서구권 게임사들이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에서 주안점을 두는 지점은 국내 게임사와 조금 다르다.
국내 게임사들이 캐릭터가 어떻게 하면 더 수려한 외모를 자랑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춘다면, 해외 게임사들은 캐릭터가 어떻게 하면 더 사실적일지에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장현국 대표는 미르4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을 설계하면서 "개발자들뿐 아니라, 강남의 유명한 화장 전문가들에게도 컨설팅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미르4 캐릭터를 보면 마치 강남 성형외과 광고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캐릭터들은 사회에서 대체로 말하는 '미인형 외모'의 극단에 가까운 외향이며, 몸은 비현실적인 9∼10등신이다.



반면 최신 플레이스테이션5(PS5) 게임 중 가장 고도화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을 선보이는 2K의 'NBA 2K21'을 보면, 이 게임이 기본 제공하는 외양은 미르4와 달리 다소 '평범'한 모습이다.
물론 NBA 2K21에서도 눈·코·입·광대뼈·피부색 등을 조정할 수 있다.
EA스포츠의 신작 축구 게임 'FIFA21'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미남·미녀다, 아니다'라는 잣대에서 벗어나 평범하면서도 개성 있는 외모를 기본적으로 제공하고, 이를 미세 조정할 수 있도록 한다.

이들 게임의 공통적인 특징은 이용자가 자신의 사진을 스캔해서 실제 얼굴로 캐릭터를 만드는 기능도 지원한다는 점이다.
NBA 2K21은 이런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사상 처음으로 미국 여성 프로농구(WNBA) 선수를 직접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긍정적인 파급력을 퍼뜨린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WNBA 선수 알렉시스 존스는 USA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어린 소녀들이 남자와 같은 목표를 가질 수 있고 그것을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을 게임에서 경험할 수 있게 됐다. 정말 끝내준다(dope)"고 말했다.

게임 디자인 전문가들은 과거에는 게임 이용자들이 현실에서 도피해 이상향을 추구했다면, 최근에는 자신을 게임에 직접적으로 투영하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한다고 분석한다.
이런 변화는 최근 'MZ세대'(1980년대 초반∼2010년대 초중반생)가 '실감(實感) 세대'라고 불리는 트렌드와도 무관하지 않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실감형 콘텐츠'와 친숙한 MZ세대는 콘텐츠를 즐길 때 자신이 직접 체험하는 느낌을 받기를 원하며, 게임 같은 가상현실에서도 자신이 '자신으로서' 직접 존재하기를 원한다.

일각에서는 국내 게임사들이 여성 캐릭터를 설계하는 방식이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국산 MMORPG는 대부분 여성 캐릭터의 몸매를 부각한다. 여성 캐릭터의 갑옷은 전투에 쓸모없는 수준으로 맨살을 드러낸다.
설정은 '여전사', '여제'인데 이용자에게 애교를 부리거나 귀여운 포즈를 짓기도 한다.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국산 MMORPG는 '예쁘장한 여캐(여성 캐릭터)' 애완동물처럼 키우는 맛에 하는 것 아니냐"는 여성 혐오 관점이 당연시된다.
일부 개발사는 성 인지 감수성을 제고하고 있다지만, 업계 전반이 '이용자의 니즈에 맞춰야 한다'는 핑계를 대면서 성차별 관행을 답습하는 것은 사실이다.
MMORPG가 고유의 정치·경제·사회 시스템을 핵심으로 삼는 장르이며, 해당 국가의 실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다는 게임학 이론을 떠올리면 씁쓸하기도 하다.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으로 '나 스스로'를 게임 주인공으로 만드는 게 세계적 추세인데, 우리는 아직도 '남에게 보일 액세서리'만 꾸미고 있는 것은 아닐까.

[※ 편집자 주 = 게임인은 게임과 사람(人), 게임 속(in) 이야기를 다루는 공간입니다. 게임이 현실 세상에 전하는 메시지,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의 뒷이야기를 두루 다루겠습니다. 모바일·PC뿐 아니라 콘솔·인디 게임도 살피겠습니다. 게이머분들의 많은 제보 기다립니다.]
hy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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