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U 보험조사파일] 주부, 직장인 등 수백명씩 가담…'실손 다단계' 기승

입력 2020-11-28 09:00   수정 2020-11-28 12:34

[SIU 보험조사파일] 주부, 직장인 등 수백명씩 가담…'실손 다단계' 기승


[※ 편집자 주 = 지난해 보험사기로 적발된 인원은 9만3천명, 적발 금액은 8천800억원입니다. 전체 보험사기는 이보다 몇 배 규모로 각 가정이 매년 수십만원씩 보험료를 추가로 부담하는 실정입니다. 주요 보험사는 갈수록 용의주도해지는 보험사기에 대응하고자 보험사기특별조사팀(SIU)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SIU 보험조사 파일' 시리즈는 SIU가 현장에서 파헤친 주목할 만한 사건을 소개합니다.]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서울의 한 교회 전도사 A씨는 자신이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으로 부담 없이 시력교정수술을 받아 안경을 벗었다며 눈이 나빠진 교인들에게 병원을 소개해줬다.
교인들은 비용이 1천만원에 가까운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수술을 받고, 백내장 치료 명목으로 실손보험에서 수술비를 받았다.
이들은 A씨 덕에 값비싼 노안수술을 공짜 수준으로 받았다며 고마워했지만 A씨의 소개 뒤에는 교인들이 모르는 '거래'가 숨어 있었다.
A씨는 실손보험에 가입한 백내장 수술환자 1명을 소개할 때마다 병원 광고 대행업체 P사로부터 수술비의 10%가량 수수료를 받아 챙겼다.
P사는 병원 광고 대행업체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실손보험 환자를 모집하는 다단계 조직이고, A씨는 다단계 조직의 말단 브로커 역할을 한 것이다.
영리 목적으로 환자를 소개·알선하는 행위는 의료법 위반 행위로,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실손보험 환자모집 다단계 조직은 다른 보험사기사건을 조사 중이던 보험사 보험사기특별조사팀(SIU)에 꼬리를 잡혔다.

경찰 수사 결과 P사가 다단계 방식으로 9개 의료기관에 1천400회 넘게 환자를 알선하고 그 대가로 14억여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P사 대표, 병·의원장, 모집책 등 230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P사는 병원으로부터 진료비의 25%를 '광고비' 명목으로 받아, 환자 소개인에게 수수료를 주고 그 상위 2단계까지는 실적수당을 지급하는 등 다단계 판매 조직으로 운영됐다.
입건된 다단계 조직원 중에는 자신도 수술을 받은 후 모집책으로 활동한 주부나 직장인도 포함됐다.
검찰은 작년 말 P사 대표이자 다단계 조직 총책에 해당하는 김모씨를 구속하고, 상급 조직원과 병원장 등 1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김씨의 다단계 조직은 주로 안과와 성형외과에 주로 백내장 수술과 코 성형수술 환자를 각각 공급했다.
백내장 수술 환자 모집에는 백내장 치료보다는 시력교정에 초점이 맞춰졌다. 미용 목적의 코 성형수술은 실손보험 대상이 아니지만 환자에게 형식적으로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게 한 후 비중격만곡(콧구멍이 휘어진 형태) 치료 목적을 내세워 보험금을 타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돈을 주고 환자를 유인한 의료기관은 불필요한 수술을 하기도 한다"며 "백내장 수술을 해야 보험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멀쩡한 수정체를 긁어내는 '생내장 수술'을 하는 게 그런 사례"라고 설명했다.


◇ "도덕적 해이, 전체 가입자 피해로…불필요한 진료 우려도"
P사 다단계 조직 사건으로 입건된 브로커와 병원 관계자는 230명이지만 대표 김씨 등 17명만 기소되고, 나머지 213명은 초범이거나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로 무더기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번 사건을 조사한 DB손해보험의 문성필 보험사기조사팀장은 2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기소유예로 법적 책임을 지지 않게 된 모집책들은 지금도 비슷한 다단계 환자 알선 영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다단계 조직이 수술비를 지원하는 사내복지제도를 운영하는 대기업을 돌며 무더기로 환자를 알선하는 행태도 감지됐다.
문 팀장은 "특정 대기업에서 백내장 수술 보험금 청구가 쏟아져서 의아하게 여겼는데, 그 회사 직원으로부터 '외부 차량이 수술 받을 직원들을 실어날랐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각 보험사 SIU는 P사와 유사한 실손보험 가입자 알선 다단계 조직 여러 건을 추가로 포착하고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김기용 손해보험협회 보험사기조사팀장은 "P사 다단계 조직의 모집원 가운데 일부는 자신도 소개로 수술을 받았다가 죄의식 없이 브로커 활동에 연루된 경우도 있지만 검찰이 '팀장급' 모집책까지 아무런 법적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했다.
김 팀장은 "죄의식 없이 보험사기에 가담하는 행태가 사회에 만연하면 결국 전체 보험 가입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며 "검찰과 법원이 보험사기 범죄에 더 엄정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tr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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