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된 이란 핵과학자는 '이란판 맨해튼 프로젝트' 지휘자

입력 2020-11-28 09:34   수정 2020-11-28 17:42

암살된 이란 핵과학자는 '이란판 맨해튼 프로젝트' 지휘자
핵개발 계획 세워 우라늄 농축공장 설립 주도
서방 압력에 저지된 뒤에도 핵과학자·기술 관리
"이란에 솔레이마니 폭살에 맞먹는 상징적 충격"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이란에서 27일(현지시간) 암살된 핵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는 이란 핵무기 개발 계획의 선구자다.
대중에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핵무기 개발에 연루돼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은 적이 있으며 이스라엘의 표적으로 거명되기도 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파크리자데는 이란군과 연계된 물리학연구센터의 전직 센터장으로서 핵개발 계획을 구상하고 이란의 첫 농축 우라늄 공장을 짓기 위한 부품을 구하는 데에도 개입했다.
유엔 자료와 이스라엘의 정보에 따르면 파크리자데는 '아마드 플랜'으로 불리는 이란 핵 프로그램을 지휘하고 좌절된 프로그램을 사후에 계속 관리해온 인물로 요약된다.
파크리자데가 주도한 핵 프로그램은 서방 압력 때문에 2003년 공식 중단됐으나 그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조사를 받은 적이 없다.
다만 유엔은 핵무기나 탄도미사일 연구에 연루된 혐의로 2007년 결의를 통해 파크리자데를 비롯한 이란인 8명에 대해 출입국 및 자산동결 제재를 가한 바 있다.
파크리자데의 이름은 이스라엘 공작원들이 이란에서 핵 프로그램 자료를 훔치는 데 성공한 2018년에 다시 등장했다.
이스라엘은 파크리자데가 1998년부터 이란 핵 프로그램을 지휘했다는 정보가 해당 자료에 담겼다고 주장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018년 이란 핵 프로그램 자료를 폭로하는 프레젠테이션에서 파크리자데를 직접 거명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파크리자데의 사진을 처음으로 공개하며 그를 이란의 핵 개발 야심에 도사리고 있는 '음지의 인물'이라고 불렀다.

파크리자데는 이란 핵 프로그램이 중단된 뒤에도 이를 승계한 연구소를 맡아 아마드 플랜에 참여한 과학자들을 관리해왔다.
미국 국무부는 2020년 보고서에서 이란 핵 프로그램에 관여한 과학자들이 파크리자데의 지휘하에 민간과 군에서 이중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무기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투입됐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이란이 핵개발 재개를 결정할 경우 핵무기 개발을 최소 일부라도 지원하겠다는 심산으로 정보를 보존했다"고 주장했다.
핵 프로그램은 이란이 역내 세력확장을 추진하는 데 있어 포기하기 어려운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관측되고 있다.
그런 면에서 파크리자데의 암살으로 이란이 받는 상징적인 충격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일부 안보전문가들은 파크리자데의 암살을 가셈 솔레이마니 전 이란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폭살사건과 비교하기도 한다.
솔레이마니 전 사령관은 올해 1월 이라크를 찾았다가 바그다드 공항 근처에서 미군 무장 무인기의 표적 공습을 받아 즉사했다.
당시 미국은 솔레이마니 전 사령관이 이란의 세력확장을 위한 해외작전을 지휘하며 위협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싱크탱크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의 중동 전문가 사이먼 헨더슨은 "파크리자데와 솔레이마니가 하는 일은 완전히 달랐지만 이란 내에서 상당히 높은 지위였고 권위가 있다는 점에서 상통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60세 정도로 추정되는 파크리자데도 솔레이마니처럼 18∼19세이던 1979년 이란 혁명에 참여한 뒤 그 가치를 수호하는 군사조직인 혁명수비대에 가세한 인물이다.
이란 내에서는 파크리자데를 '이란의 로버트 오펜하이머'로 평가하는 시각도 관측된다. 오펜하이머는 미국의 '맨해튼 프로젝트'를 주도해 인류의 첫 핵무기를 개발하는 데 기여한 이론 물리학자다.
애틀랜틱 카운슬의 연구원 홀리 대그러스는 이란이 실제로 핵무기를 개발하지는 못했더라도 암살과 더불어 '이란판 오펜하이머'로 추앙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크리자데의 암살이 현재 공식적으로는 중단된 상태인 이란 핵 프로그램에 어떤 실질적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연구원 카림 사드자드푸어는 "파크리자데보다 이란 핵 프로그램을 잘 아는 사람은 없다"며 "그의 지휘력, 지식, 총체적 기억을 잃었다는 점은 이란에 분명한 타격"이라고 말했다.
핵무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란이 핵개발에 나선다면 파크리자데가 없기 때문에 받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의 정치학 교수인 비핀 나랑은 "지금은 필요하다면 많은 이들이 핵탄두를 고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의 연구원 헨더슨도 "대체 가능한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솔레이마니가 죽었다고 이란 해외작전이 중단되지 않듯 파크리자데가 죽었다고 핵 프로그램이 사장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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