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옥·박탈·망명…홍콩보안법 위력에 사라지는 비판 목소리

입력 2020-12-05 06:06  

투옥·박탈·망명…홍콩보안법 위력에 사라지는 비판 목소리
입법부 야당 전멸·민주화 운동가 실형·교육검열·언론단속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시행 6개월째로 접어든 가운데 홍콩에서 비판과 견제의 목소리가 빠른 속도로 사라져가고 있다.
경찰이 개설한 홍콩보안법 위반 신고 채널에 신고가 쇄도해 민심이 흉흉해졌다는 우려 속에서 중국 정부의 홍콩 통제가 본격화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입법부 친중 거수기 전락…다음은 사법부 차례?
홍콩의 의회인 입법회는 지난 1일자로 친정부 의원만 남게 됐다.
중국 정부가 홍콩 입법회 의원들의 자격조건에 관해 내린 결정에 따라 홍콩 정부가 범민주 진영 의원 4명의 의원자격을 박탈하고, 이에 항의해 나머지 범민주 진영 의원 15명 전원이 동반 사직서를 제출한 까닭이다.
입법회에서 야당의 목소리가 사라진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범민주 진영에서는 이미 야당 의원 중 상당수가 각종 혐의로 기소돼 구속 등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입법회 내 의정활동은 의미가 없어졌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홍콩 사법부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 등이 홍콩에는 "3권 분립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가운데, 지난 9월 호주 출신 홍콩 최종심 법원 소속 외국인 판사 제임스 스피겔맨이 2년 임기를 남겨둔 상태에서 사임했다.
스피겔맨은 이후 호주 언론과 인터뷰에서 자신의 사임이 홍콩보안법과 관련됐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달 말에는 영국이 홍콩보안법에 항의해 홍콩 최종심 법원에 있는 자국 판사들의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홍콩 최종심 법원의 비상임 판사로 활동하고 있는 외국인은 영국인 9명을 포함해 13명 가량으로, 람 장관은 그간 홍콩 사법의 공정성을 주장하면서 외국 판사의 역할을 강조해왔다.



◇ 민주화 운동가 전방위 체포…조슈아 웡·아그네스 차우 실형
지난 5개월간 홍콩 민주화 운동가, 야당 정치인들에 대한 전방위 체포가 이어졌다.
대학생부터 야당 정치인까지 지난해 불법집회 참여, 올해 입법회 내 의사진행 방해, 홍콩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잇달아 체포됐다.
조슈아 웡과 아그네스 차우 등 대표적인 청년 운동가가 불법집회 선동·조직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고, 반중매체 빈과일보의 사주인 73세의 지미 라이(黎智英)는 사기혐의로 구속됐다.
이런 가운데 범민주 진영 의원들의 동반 사퇴 때 함께 사직서를 제출한 테드 후이 전 의원은 지난 3일 기후변화 회의 참석 차 출장을 간 덴마크에서 홍콩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영국으로의 망명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후이 전 의원은 의회 소란 등 9개의 혐의로 기소된 상태로, 보석 석방 상태에서 법원의 허가를 받아 4박5일 일정으로 덴마크 출장을 떠나 이날 돌아올 예정이었다.
후이의 홍콩 탈출에 앞서 네이선 로(羅冠聰) 등 홍콩보안법 시행 전후로 여러 민주화 운동가가 해외로 도피했다.
후이 전 의원은 덴마크 매체와 인터뷰에서 "내 모든 가족이 위협을 느끼고 있다"며 "내가 홍콩으로 돌아가면 매우 심각한 결과가, 아마도 공항에서 즉시 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9월 현재 미국 등 영어권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 국가에 해외 망명을 신청한 홍콩인들이 181명이라고 보도했다.
후이의 도피로 앞으로 민주화 운동가에 대한 법원의 보석 심사가 더욱 까다로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교사지위 박탈·교과서 검열…탐사취재 언론인 체포·해고
홍콩 교육부는 고등학교 시사교양과목인 '통식'(通識科·liberal studies)의 과목명 변경을 비롯해 교과과정 단축·토론수업 폐지 등의 계획을 발표했다.
홍콩 내 친중파 등은 이 토론식 교양 교육이 학생들에게 서구 중심 사고를 갖게 하고 반중 정서를 키운다는 비판을 제기해왔다.
교육부는 통식의 모든 교과서는 사전검열을 받을 것이며, 학생들의 중국 본토 수학여행 프로그램도 운영하겠다며 이르면 내년 신학기부터 이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또한 지난 3일에는 일선 학교에 내린 새로운 지침을 통해 '준법'과, 사회질서 유지·법준수가 자신들의 의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공감'을 모든 공립학교의 두가지 핵심가치로 규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안보와 기본법(홍콩 미니헌법) 교육의 강화를 주문했다.
앞서 지난 10월에는 한 초등학교 교사가 수업시간에 홍콩의 독립과 표현의 자유에 대해 가르치다가 교사 지위가 박탈됐다.
수업시간에 홍콩 독립에 대해 가르치다가 교사 지위가 박탈된 첫 사례로, 교육부는 이 외에도 반정부 시위와 관련된 교사들의 위법 행위에 관한 수백건의 신고가 접수돼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람 행정장관은 지난달 25일 시정연설에서 10개년 계획의 대중 법치교육을 시작하고 교사들에 대한 훈련과 관리도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언론계에 대한 단속도 시작됐다.
지난해 홍콩에서 벌어진 범죄인 송환법 반대 시위 현장에서 발생한 '백색테러'를 취재하던 공영방송 RTHK 기자가 취재과정에서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혐의로 지난달 3일 체포됐다. 홍콩 언론계는 명백한 언론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지난 1일에는 케이블방송 '아이케이블'(i-Cable)이 보도국에서 40명을 정리해고했다.
방송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영악화 탓이라고 설명했지만, 직원들은 중국의 인권문제 등을 탐사 취재하던 팀이 통째로 해고통보를 받은 점 등을 들어 언론탄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일부는 항의의 뜻으로 동반 사직서를 제출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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