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환자에 시한부 알려줘야 하지만…내 가족이면 '머뭇'

입력 2020-12-09 06:03  

불치병환자에 시한부 알려줘야 하지만…내 가족이면 '머뭇'
서울대병원, 전국 의사 928명·일반인 1천5명 설문조사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말기 암이나 에이즈, 파킨슨병, 치매 등 불치병에 걸린 환자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할까.
의사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은 환자가 불치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단 본인이 환자일 때보다 '내 가족'이 환자라면 불치병 사실을 알리는 데 주저하는 경향이 있었다.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오시내·윤영호 교수 연구팀은 전국 의사 928명과 일반인 1천5명을 대상으로 환자가 치료가 어려운 질환의 말기 상태에 놓였다는 사실을 공개해야 하느냐에 대해 설문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9일 밝혔다.
연구팀은 본인이 환자인 경우와 본인의 가족이 환자인 경우 등 두 가지 상황을 가정해 장기부전, 루게릭병과 같은 치료 불가능한 신경계 질환,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IDS·에이즈), 뇌경색 또는 파킨슨병, 치매 등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하느냐고 묻는 식으로 설문했다.
그 결과 의사와 일반인 모두 예후가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데 10명 중 9명꼴로 동의했다.
의사의 경우 말기 예후를 알려야 한다는 응답률이 장기부전일 때 99.0%, 신경계 질환 98.5%, 에이즈 98.4%, 뇌경색 또는 파킨슨병 96.0%, 치매 89.6% 등이었다.
일반인도 마찬가지였다. 장기부전 92.0%, 신경계 질환 92.5%, 에이즈 91.5%, 뇌경색 또는 파킨슨병 92.1%, 치매 86.9% 등 질환의 종류와 관계없이 대부분 알려야 한다고 답했다.
다만 일반인의 경우 의사와 비교해 불치병 사실과 말기 예후를 공개해야 한다는 비율이 낮았다. 특히 본인이 환자일 때보다 가족이 환자일 때 말기 예후를 알려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약 10%가량 떨어졌다.
예컨대 의사들은 본인이 장기부전 상태라면 99.0%, 가족이라면 98.7%가 말기 예후를 알려야 한다고 답해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일반인은 말기 예후를 알려야 한다는 응답이 본인이 장기부전 상태일 때 92.0%, 가족이 환자일 때 88.5%라고 답해 차이가 났다. 치매의 경우 본인이 환자일 때는 86.9%가 예후를 알려야 한다고 응답했으나 가족이 치매라면 알려야 한다는 응답이 78.5%까지 떨어졌다.
환자에게 치료가 어려운 병이라는 말기 상태를 알릴 때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는 의사와 일반인 모두 '환자가 본인의 상태를 알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응답이 31.6%로 가장 많았다.
윤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대부분의 사람이 암 이외의 질환에서도 환자에게 말기 예후를 알려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암 아닌 중증 질환에서도 환자에 예후를 알려 스스로 남은 일을 정리하고 완화의료 등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인 '대한의학회지'(JKMS)에 게재됐다.


jand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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