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일본] 과거 외면 속 미래 강조 '창업 150년' 미쓰비시

입력 2020-12-12 14:18  

[톡톡일본] 과거 외면 속 미래 강조 '창업 150년' 미쓰비시
징용 재판 때는 '전쟁 중 미쓰비시와 우리는 별개다' 주장
전쟁에 협력하고 자산 축적한 '전범기업'…징용배상 거부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제 강점기 한반도에서 동원된 노무자를 혹독하게 부린 일본 미쓰비시(三菱)그룹이 창업 150주년을 맞이했다.
미쓰비시그룹은 지난달 24일 미야나카 슌이치(宮永俊一) 미쓰비시중공업 회장이 참가한 가운데 도쿄의 한 호텔에서 창업 150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일본 실업가 이와사키 야타로(岩崎彌太郞·1835∼1885)가 1870년 12월 '쓰쿠모(九十九)상회'라는 이름으로 해운업에 투신한 것이 그룹의 시발점이라는 것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옛 미쓰비시 중공업(이하 '옛 미쓰비시')이 한반도 출신 노무자에게 강제 노역을 시킨 기간도 이들이 자축한 150년 역사에 포함되는 셈이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옛 미쓰비시가 자신과 별개라고 극구 부인했었다.
일제 징용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옛 미쓰비시'는 전쟁이 끝난 후 해산됐으므로 자신은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 회사이며 옛 미쓰비시의 채무를 이어받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이다.



물론 '오리발' 전술은 통하지 않았다.
한국 대법원은 옛 미쓰비시와 현재의 미쓰비시중공업을 충분히 동일한 회사로 평가할 수 있다는 판결을 2018년 11월 29일 확정한 바 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전관(前官)을 포함한 김앤장 변호사들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해 책임 회피를 위해 안간힘을 쓰더니 재판에서 지자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전략을 택했다.
이 기업은 징용 판결 이행을 거부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문제가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며 "일본 정부와 협력해 적절하게 대응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답을 내놓았다.



한국에서 '전범 기업'으로 각인된 미쓰비시가 '전쟁 도우미'로 일본 근현대사에 남긴 발자취는 쉽게 지울 수 없을 정도로 크다.
태평양 전쟁 등 일본이 일으킨 침략 전쟁에서 군에 적극적으로 협력해 기술력과 자금을 축적했다.
'자살 특공대'가 탔던 영식함상전투기, 즉 제로센(零戰)을 비롯한 다수의 군용기를 개발하고 나가사키(長崎)조선소 등에 조선인을 동원해 혹독한 환경에서 일을 시킨 것이 유명하다.
현재의 미쓰비시중공업은 유도탄, 호위함, 잠수함 등 사업에 참여한 것은 물론 일본 정부가 자국 주도로 전투기를 만들겠다며 40여 년 만에 추진하는 F2 후속기 사업의 주력 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일본 방위 산업의 축을 형성하고 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함께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우주 실험동을 만들거나 각종 위성 발사에 사용되는 로켓 발사체를 제작하는 등 우주 사업도 이끌고 있다.
그룹 전체로 눈을 돌리면 미쓰비시는 금융, 상사, 소재, 철강, 부동산, 해운, 자동차, 기계, 음료 등 실로 다양한 분야로 확장한 재벌이다.



150주년 기념행사에서 미야나카 회장은 미래를 개척할 젊은이들을 여러 가지로 지원하기 위해 작년에 그룹이 '미쓰비시 미래 육성 재단'을 설립했다고 소개했으며 "더 좋은 사회를 목표로 빛나는 미래의 주춧돌이 됐으면 하는 생각이 강해졌다"고 말하는 등 미래를 강조한 메시지를 던졌다.
하지만 어두운 과거와 직면하지 않는 미쓰비시가 진정으로 밝은 미래는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을 낳는다.
징용 배상을 촉구하는 일본 시민단체의 활동인 '금요행동' 참가자 가와미 가즈히토(川見一仁·69) 씨는 이즈미사와 세이지(泉澤淸次) 미쓰비시중공업 사장에게 역사를 직시하라고 촉구하는 편지를 최근 보냈다.



그는 편지에서 "역사적 책임은 과거에 대한 것뿐만이 아니라 오늘과 미래에 대한 것"이라며 "그녀들(근로정신대 피해자를 의미함) 한 명 한 명의 인생을 받아들이는 것은 22세기를 향해 기업의 현재와 미래를 개척해 가는 젊은 사원에 대한 신의이며 책임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이 편지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가와미 씨는 미쓰비시중공업에 어두운 역사를 직시할만한 도량이 없는지도 모르겠다며 "좋든 나쁘든 자신들의 역사이므로 제대로 마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표명했다.
전범 기업으로 계속 기억될지 반성한 기업으로 거듭날지는 미쓰비시의 선택에 달렸다.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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