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정적' 독살시도 관여한 러 연방보안국 요원 신원 확인"(종합)

입력 2020-12-15 15:49  

"'푸틴 정적' 독살시도 관여한 러 연방보안국 요원 신원 확인"(종합)
CNN·벨링캣 등 "FSB 독극물팀이 2017년부터 나발니 미행"…러 정부 배후 의혹 커져
나발니 독살시도때 해당팀이 같은 지역 머물러…부인이 비슷한 증상 겪기도


(워싱턴·서울=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이윤영 기자 = 러시아 야권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를 독살하려던 시도가 러시아 정보기관 연방보안국(FSB) 산하의 독극물팀에 의해 이뤄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탐사 보도가 나왔다.
미국 CNN방송은 14일(현지시간) 영국 탐사보도 매체 '벨링캣', 독일 더슈피겔 등과 함께 각종 통화와 여행 기록, 서류 등을 공동 취재한 결과 지난 8월 나발니 독살 시도에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FSB 특수요원들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나발니 독살의 배후에 러시아 정부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장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은 평가했다.
서방 정보기관들은 그동안 독살 시도의 책임이 FSB에 있다며 사실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 제거 목적이라고 봤지만, 러시아를 이런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나발니는 지난 8월 20일 항공편으로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이동하던 중 기내에서 갑자기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다.
그는 사흘 후 독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의식을 회복했고, 독일 정부는 나발니에게서 냉전 시대 말기 구 소련이 개발한 노비촉 계열의 화학 신경작용제가 사용됐다는 증거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CNN에 따르면 나발니와 그의 팀은 FSB의 꾸준한 감시 대상이었다.
늦어도 2017년 1월, 즉 나발니가 푸틴 대통령에 도전하기 위한 대선 캠페인을 시작할 무렵부터 FSB 요원들이 나발니를 미행하기 시작했다.
FSB의 독소 및 신경제 전문팀은 2017년 이후 30차례 이상 모스크바를 오가면서 나발니를 따라다녔다고 한다.
이 팀은 의사와 독극물 학자, 긴급 의료요원 등 6∼10명으로 구성돼 있고, 주로 3명 단위로 움직였으며 최근에는 버릴 수 있는 선불폰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CNN은 전했다.
이 팀의 사무실은 모스크바 남서쪽 외곽에 있는데, 나발니가 시베리아에 머물 때 소통의 허브 역할을 했다.
특히 통화 데이터 분석 결과, 모스크바에 위치한 이 시설의 주소는 독극물 제조에 특화된 옛 국가보안위원회(KGB)의 비밀 연구소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곳은 과거 언론에 유출된 러시아 정부 자료에서 방사성 물질인 폴로늄-210을 저장해 놓은 시설로 알려졌던 곳이다.
폴로늄-210은 지난 2006년 발생한 러시아 스파이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암살 사건과 관련 있는 물질이기도 하다. 리트비넨코 역시 푸틴 대통령을 비판하다가 영국으로 망명한 뒤 피살됐는데, 당시 그가 런던의 호텔에서 마신 녹차에 폴로늄-201이 들어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나발니의 독살 시도가 있기 몇 주 전 블라디미르 보그다노프 소장 등 이 팀의 지휘부는 신경제 연구 전문가들과 정기적으로 소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FSB의 고위급인 보그다노프는 지난 7월 2월 크렘린 고위 당국자, 푸틴 대통령의 측근과 통화한 기록이 있다.
공교롭게도 나발니와 부인은 그 다음 날인 7월 3일 칼리닌그라드의 한 호텔에서 짧은 휴가를 시작했는데, FSB 팀 중 최소 3명이 이곳에 나타났고 이들의 체류 당시 호텔 감시 카메라도 꺼져 있었다.
이 팀이 모스크바로 돌아간 직후인 7월 6일 나발니 부인의 몸에 이상이 생겨 갑작스러운 피로감과 방향감각 상실이 있었지만 결국 회복됐다. 이후 나발니는 자신이 독극물 공격을 받았을 때와 똑같은 증상이었다고 말했다.

CNN은 이 팀에서 적어도 2명이 러시아 지도부가 종종 여름을 보내는 소치를 두 차례 다녀왔고 두 번째 방문은 나발니 독살 시도 전날이었다며 독살시도가 고위급에서 승인 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나발니의 독살 시도가 이뤄진 시베리아 여행 때는 5∼6명의 요원으로 구성된 2개 팀이 배치됐다.
이들은 나발니가 머문 시베리아 톰스크의 호텔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 요원은 나발니가 시베리아에서 머물던 6일 내내 모스크바 외곽의 사무실에 머물며 현장요원들과 소통했다.
나발니는 8월 20일 아침 일찍 모스크바로 돌아가기 위해 공항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비행기가 이륙한 뒤 땀을 뻘뻘 흘리며 아프기 시작했고, 이내 독극물 공격을 당한 것 같다고 알렸다.
CNN은 당시 비행기 기장이 모스크바로 가지 않고 의료 도움을 받기 위해 옴스크로 방향을 바꿨는데, 이것이 나발니가 살게 한 원인이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나발니가 혼수상태로 옴스크 병원에 도착할 무렵 FSB 지도부와 2명의 독극물팀 구성원 간 짧은 통화가 연이어 이뤄졌다. FSB 수장인 알렉산드로 보르트니코프 국장이 이 팀의 간부와 통화한 기록도 있다.
당시 호텔에 남아있던 나발니 팀은 방에서 수건, 물병, 샴푸 병과 칫솔을 수거했다. 이 물건은 나발니가 치료를 받은 독일로 함께 옮겨졌는데, 최소 2개의 물건에서 노비촉 양성 반응이 나왔다.
CNN은 나발니 독살 시도를 이 팀이 했다고 확실하게 확인할 순 없지만, 유럽이 러시아 책임을 지목한 것은 잘못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현재 독일에 머무는 나발니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보도가 푸틴 대통령 주변 측근들에 대한 강력한 제재로 이어지길 기대한다면서도 의사가 허락할 경우 러시아로 돌아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독일 보안당국 고위 관계자도 이번 보도에 "우리가 파악하고 있는 내용과 일치한다"며 독일 정부는 이 독살시도에 누가 관여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jbry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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