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살해범 쫓다 숨진 멕시코 여성…10년째 정의에 목마른 유족들

입력 2020-12-17 08:37  

딸 살해범 쫓다 숨진 멕시코 여성…10년째 정의에 목마른 유족들
'사법정의 부재' 드러낸 에스코베도 피살사건…여전히 정의 실현 요원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2010년 12월 16일 멕시코 북부 치와와주 정부 청사 앞에서 50대 여성이 괴한의 총에 머리를 맞아 숨졌다.
숨진 이는 2년 전 10대 딸이 피살된 뒤 투사가 되어 범인·당국과 동시에 맞서 싸우던 시민 활동가 마리셀라 에스코베도였다.
에스코베도의 10주기를 맞아 16일(현지시간) 멕시코에서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그를 추모하고 정의 실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에스코베도 사건은 멕시코에 만연한 강력 범죄 심각성과 사법 정의의 부재를 고스란히 드러낸 비극이었다.
멕시코에서도 범죄율이 높은 지역인 시우다드후아레스에 사는 에스코베도의 인생은 2008년 16살 막내딸 루비가 살해된 이후 180도 바뀌었다.
그는 미온적인 경찰을 대신해 딸의 남자친구였던 세르히오 바라사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직접 증거를 수집해 법정에 세웠다. 체포된 바라사도 범행을 시인했으나 법원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바라사의 무죄를 선고한다.
분노한 에스코베도는 정의 실현을 요구하며 멕시코 전역에서 시위를 이어갔다. 딸 루비뿐 아니라 치와와주의 많은 여성 실종·살인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와 처벌을 요구하는 활동가로 변신했다.
살해되던 날도 그는 주정부 청사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던 중이었다.

멕시코 안팎을 충격과 분노로 몰아넣은 사건 이후 10년이 지났으나 유족은 여전히 고통 속에 살고 있다. 루비를 죽인 이도, 에스코베도를 죽인 이도 분명한 법의 심판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은 2012년 에스코베도 살해 용의자를 잡았다고 발표했으나, 어머니의 죽음을 눈앞에서 봤던 아들은 그 용의자가 진범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경찰이 범인으로 내세운 인물은 2014년 교도소에서 다른 수감자에 의해 살해됐다.
1심 재판부의 무죄 판결 이후 석방돼 마약 카르텔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루비 살해 용의자 바라사는 죗값을 치르기 전에 2012년 군 작전 중 사살됐다.
이러한 에스코베도의 이야기는 '마리셀라 에스코베도, 세 번의 죽음'이라는 제목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로 최근 제작되기도 했다.
마약 조직 등의 강력범죄가 만연한 멕시코에선 범죄 후 붙잡혀 처벌을 받는 비율이 10%가량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기관이 사실상 제 기능을 못하는 셈이다.
치와와주 사법당국 역시 유족의 호소에도 루비의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에스코베도가 직접 잡다시피 한 범인을 고스란히 풀어줘 결국 에스코베도마저 목숨을 잃게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날 멕시코 일간 엘우니베르살은 당시 사건을 조명하면서 "에스코베도 살해 10년 후의 경과를 보면 처참하다"며 "치와와주 당국 관계자 중 아무도 처벌을 받지 않았고, 당국은 공식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에 거주 중인 에스코베도의 딸 제시카는 이날 화상 기자회견에서 "어머니는 마지막까지 멕시코 정부를 믿었는데 결국 정부가 어머니 살해를 도왔다"며 "끝까지 정의 실현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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