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쌍용차, 이해당사자들이 양보해 회생 대책 마련해야

입력 2020-12-22 11:25  

[연합시론] 쌍용차, 이해당사자들이 양보해 회생 대책 마련해야

(서울=연합뉴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면서 도산과 대규모 정리해고 등 곡절을 겪었던 쌍용자동차가 21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2004년 중국 상하이기차에 인수돼 새 출발 했으나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2009년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 11년 만이다. 그 후 인도의 마힌드라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아 경영 정상화에 노력한 결과 2016년 흑자를 기록하는 등 한때 회생 조짐을 보였으나 이렇다 할 신차를 내놓지 못하고 국내외 판매도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또다시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만에 하나라도 법원이 회생절차를 인가하지 않거나 인가한 후에도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내리면 쌍용차는 파산의 운명을 맞을 수 있다. 쌍용차가 문을 닫는다는 것은 5천 명에 가까운 회사 임직원과 수만 명에 이르는 협력업체 종사자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지역 경제와 금융권까지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됨을 의미하는 만큼 가능한 범위 내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런 사태를 막아야 한다. 다행히 서울회생법원이 쌍용차의 신청에 따라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을 적용하기로 해 본격적인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기 전에 회사를 정상화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됐다. 이는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최대 3개월까지 미뤄 이 기간 채권자와 채무자 간 구조조정 합의를 통해 회생절차 대신 정상 기업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마침 최대주주 마힌드라의 매각 방침 발표 후 원매자가 나타나 구체적인 협상이 진행 중이었던 만큼 이 기간에 새 주인을 찾아 경영을 정상화하는 것이 최선의 시나리오다.

쌍용차가 또다시 벼랑 끝에 내몰린 직접적인 발단은 금융기관의 대출금 상환 실패다. 쌍용차는 산업은행에서 빌린 대출금 900억원을 만기 연장일인 이날까지 갚지 못했고 같은 날 만기가 돌아온 우리은행 대출금 150억원도 상환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외국계 금융기관 연체액 600억원을 포함해 쌍용차의 연체 원리금은 1천650억원 규모가 됐다. 채무 상환 능력의 고갈은 결국 경쟁력 저하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올해 들어 11월까지 쌍용차의 판매량은 9만6천82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8% 감소했다. 판매 부진이 이어지면서 1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3분기 연결기준 자본잠식률은 86.9%로 작년 말(46.2%)에 비해 크게 악화했다. 국내외 자동차 시장의 극심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가 절실했으나 대주주 마힌드라가 투자 의욕을 상실한 사이 판매 부진과 부채 증가의 악순환이 계속됐다. 기업회생절차 신청 이후에는 기업 이미지 악화로 판매에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반전시킬 변수는 쌍용자동차의 매각 협상이다. 마힌드라는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H 오토모티브와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다. ARS 기간에 HAAH 오토모티브 혹은 또 다른 신규 투자자와 협상을 마무리하고 유동성 위기를 해소할 수 있게 되면 채권단 등과의 합의를 통해 회생절차 없이 곧바로 정상화 수순을 밟게 될 수도 있다.

문제는 매입을 희망하는 업체가 쌍용차의 회생 가능성을 높이 평가할 때만 매각이 성사될 수 있다는 점이다. 원매자는 부채 탕감이나 정책금융 지원 등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과 대규모 인력 감축을 포함한 구조조정 방안을 요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봐야 한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로 모두가 어려운 때에 유독 쌍용차에만 나랏돈을 대규모로 투입하는 것은 어렵다. 다른 기업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고 국민적 동의를 받아내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쌍용차의 파산도 받아들일 수 없다면 남은 방법은 주주, 채권자, 임직원 등 모든 이해당사자가 조금씩 양보하고 희생을 분담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길뿐이다. 특히 쌍용차가 어려움을 겪어온 데 책임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는 노조 역시 필요하다면 살을 도려내는 고통도 감수하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정부는 쌍용차 문제에 직접 개입하지는 않더라도 일련의 사태가 관련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대책을 마련해 주기를 바란다. 특히 멀쩡한 협력업체들이 쌍용차에 대한 채권이 동결돼 연쇄도산 하는 일이 없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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