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샵 아프리카] 코로나 밤에 남아공서 '베들레헴 별'을 보다

입력 2020-12-24 08:00  

[샵샵 아프리카] 코로나 밤에 남아공서 '베들레헴 별'을 보다
생애 한번 기회 모처럼 밤나들이…목성·토성 겹쳐보여 더 밝아




(프리토리아=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별은 밤이 짙을수록 밝게 빛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다사다난한 2020년을 보내면서 성탄절을 앞두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생애 한번 볼까 말까 한 별 보기가 있었다.
바로 성탄절이 가까운 시점에 일어나 '베들레헴의 별'(크리스마스 별)로 불리는 것이다. 아기 예수의 유다 베들레헴 탄생을 경배하러 온 동방박사들이 봤다는 그 별을 빗댄 것이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저녁 7시반에서 8시 사이 목성과 토성이 가장 근접해 지구와 거의 일직선상으로 비껴 보이는 베들레헴의 별 현상이 빚어졌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밤 시간대에는 거의 800년만의 현상으로 2020년에는 세계 거의 모든 사람이 목성과 토성의 '대결합'(Great Conjunction)을 목격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북반구는 연중 해가 가장 짧은 동지이고 남반구는 해가 가장 긴 하지이다.
과연 밝은 목성 바로 우편에 토성이 빛나 두 개의 별이 거의 붙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날 현지 TV에서는 별 바라보기(Star Gazing) 안내가 이어졌다.
케이프타운, 요하네스버그, 더반 등에서 전국에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구름이 문제였다.
낮에도 구름이 많이 끼었고 7시 이후 해 질 녘에도 구름은 잔뜩 끼어있었다.
석양 쪽을 바라보란 말이 있어서 그쪽을 주시했지만, 여전히 구름은 지평선 너머로 짙게 깔려 있었다.
이날 왓츠앱을 통해 인근 자연보전공원 산을 한시적으로 저녁 8시까지 공개한다는 안내가 왔다.
모처럼 온 기회를 놓칠 수 없어 가족과 이웃이 함께 갔다.
단지를 나오니 별을 보려고 차들이 공원 입구까지 길가로 다 주차해 있었다.
우리는 사전에 배부받은 비밀 암구호를 대니까 공원 문지기가 문을 열어줬다.
조금 짜릿했다.
일종의 선택받은 사람들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평소 이 자연공원은 저녁 시간대에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
아프리카에서 특히 남아공에서 밤에 나돌아다닌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다 같이 함께 다른 이웃과 함께 이렇게 밤 나들이를 한다는 것은 더욱 그렇다.
그러나 베들레헴의 별 보기에 간만에 저녁 호젓한 곳으로 다들 외출을 한 것이다.
통신탑이 있는 꼭대기 부근에 가니 입장이 허용된 차들이 역시 줄을 서서 별을 기다리고 있었다.

구름은 여전히 저 석양 쪽 산 능선 위로 잔뜩 끼어있었다.
구경나온 다른 백인 중년 부부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별을 보라'고 해서 봤더니 어느새 별이 구름 사이로 보이고 있었다.
마침 최근 사들인 중고 천체망원경을 갖고 별을 바라봤다.


육안으로도 또렷하게 두 별이 거의 겹쳐서 가까이 보였다.
망원경으로 배율을 크게 해서 보니 목성만 마치 전자현미경으로 동그란 세포를 보듯 보였다.
배율을 적게 하니까 두 개의 별로 보였다.
신기했다.
한국에선 바쁘게 살다 보니 하늘을 쳐다볼 기회가 별로 없었다.
물론 강원도 시골에 가서 별구경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 남반구에 와서 별을 바라보고 더구나 일생일대의 기회인 '베들레헴의 별'을 보게 된 감흥이 적지 않았다.
여름 저녁 바람도 선선하게 불어왔다.
여름에 성탄절이라, 영화제목 '8월의 크리스마스'처럼 이것도 남반구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이다.
내친김에 초승달까지 천체망원경으로 거의 수직으로 곧추세워서 보는데 누군가 다가왔다,
네 흑인 모녀가 다가와 천체망원경 좀 볼 수 없냐고 물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망설임도 잠시 자리를 비켜줬다.
베들레헴 별도 보고 싶다고 해서 다시 보조 렌즈로 맞춰 대물렌즈로 보도록 했다.
머리를 예쁘게 갈래로 딴 로지(6)는 별 보기를 즐겼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접안렌즈에 눈이 안 닿아 언니들이 몸을 들어줘서 봤다.
로지 엄마는 "아이들이 집안에서만 볼 수 없다며 바깥에 나가서 보자고 졸라 대 나왔다"고 말했다.
그날 밤 남아공은 모처럼 흑백 가리지 않고 별을 보는 이웃들이 됐다.
그렇다 별은 누구나 볼 수 있다.
함께 보는 별은 더 아름답다.
산에서 바라본 수도 프리토리아 야경이 별을 흩뿌려 놓은 듯 환했다.

sungj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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