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입원치료 중 인종차별 고발 미 52세 의사 끝내 숨져

입력 2020-12-24 17:02   수정 2020-12-24 17:03

코로나 입원치료 중 인종차별 고발 미 52세 의사 끝내 숨져
SNS로 부당 대우 고발…"진통제 투약 요구에 마약중독자 취급도"
퇴원 2주만에 병세 악화 사망…흑인 코로나 사망률, 백인 3.6배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내가 백인이었다면 이런 대우를 받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마치 내가 마약중독자인 것처럼 느끼게 했다."
코로나19로 입원한 후 인종차별로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다며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불만을 털어놓았던 미국의 흑인 여성 의사 수전 무어(52)가 끝내 숨졌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 등 미국 언론과 무어의 페이스북에 따르면 무어는 지난달 2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인디애나폴리스 대학 병원에 입원했다.
심한 통증을 느낀 무어는 백인 의사에게 진통제를 추가로 투여해달라고 했으나 외면받았다. 자신이 의사여서 치료 과정이나 절차에 관해 일반 환자보다 잘 알았지만 소용없었다.
무어는 코로나19 치료에 쓰는 항바이러스제인 렘데시비르를 처방해 줄 것을 간청하기까지 했었다고도 밝혔다.
무어는 거듭 통증을 호소한 끝에 검사가 이뤄졌고, 폐렴 증상과 림프샘 문제가 발견되고 나서야 진통제 투약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그나마 몇 시간이 지나서야 실제 투약이 이뤄졌다는 게 무어의 주장이다.
무어는 "흑인들은 이런 식으로 집으로 돌아가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죽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어는 치료에 불만을 품고 인디애나 의대의 수석 의사를 만나 자신이 겪은 상황에 대해 항의하기도 했다.
그러자 병원의 진료 서비스가 예전보다 개선돼 통증도 완화됐고, 담당 의사도 바뀌었다고 한다. 병원은 또 인종 다양성에 대한 교육도 실시하기로 약속했다.
이렇게 상황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무어는 여전히 의료진의 대응이 늦고 서비스가 부족한 데 대한 불만을 느끼고 있었다고 그의 아들이 전했다.
그는 결국 의사의 권고대로 지난 7일 퇴원했다. 그러나 퇴원 후에도 피로감은 가시지 않았다고 한다.
병원 측은 무어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몇 차례 전화를 걸었으며, 전화를 받지 않자 구급차를 보냈다.
구급차가 도착했을 때 무어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으며, 거의 걷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당시 체온은 40도에 육박했고, 혈압도 매우 떨어졌다고 무어는 적었다.
입원 후 12시간이 지나 다른 병원으로 옮긴 무어는 예전보다 친절하고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았다고 밝혔지만, 상태는 급속하게 악화했다.
무어는 결국 지난 20일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자신의 SNS에 인종차별을 고발하는 영상을 올린지 약 2주만이었다.



무어의 경우처럼 흑인은 특히 통증 완화 치료를 받을 때 백인보다 열악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NYT가 전했다.
NYT는 또 병원을 포함해 어디서든 흑인의 교육 수준과 상관없이 이러한 차별을 받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무어는 자메이카 태생으로 미시간에서 자랐으며,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한 뒤 미시간 의대에서 의사 면허증을 취득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우리는 의료진의 헌신과 전문성을 믿으며, 환자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라며 "인종 차별 주장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모든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브루킹스연구소 조사 결과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은 백인과 비교해 흑인과 라틴계 인종이 각각 3.6배와 2.5배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aayys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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