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너무 커 걱정" "예산증액 등의 후유증 남을 것"
SK·LG '배터리 소송'에는 "친구 사이 협상 아냐…법적 결론 나와야 해결"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내년 한국 경제가 단기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코로나19 비상대책에 따른 후유증이 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회장은 지난 23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진행한 출입기자단과 송년 인터뷰에서 내년 경제전망에 대해 "불확실성의 크기가 너무 커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기저효과로 올해 대비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단기적 측면에 불과할 것"이라며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투입한 예산 증액 등 비상대책의 후유증이 남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 후유증을 검토하고 필요한 조치가 뒤따르지 않으면 내후년엔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민간부채와 하반기 대선정국,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등 내년도 불확실성이 너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박 회장과 인터뷰 요지.

-- 2021년 새해 경제 전망은.
▲ 내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백신 접종이 시작돼 거리두기에 대한 부담이 완화되고 경기 부양책이 연결되면 올해보단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다만 회복세는 단기적 측면에 불과할 것 같고, 코로나19 상황에서 취해진 비상 대책에 대한 후유증이 남을 것이다. 이 후유증을 적절하게 검토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내후년엔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급격히 좋아질 것 같지는 않고, 기업들의 '옥석 가리기' 구조조정도 활성화될 것 같다. 사회적으로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민간부채, 하반기 대선정국 등 불확실성 요인들이 많다. 단지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좋아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기업 대상 금융지원과 주요 불확실성 요인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 최근 국제관계 변화의 국내 산업계 영향은.
▲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한미는 예측 가능한 관계로 복귀할 것으로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오랜 우방으로서 군사나 외교, 무역 문제 등에서 돌발 변수가 줄어들고, 예측 가능한 게임의 규칙 아래서 움직일 것 같다. 한일관계는 정경분리가 됐으면 좋겠다. 한일갈등이 1년 이상 지난 현재 양국 모두 얻은 것이 없다. 이제는 말로만이 아니라 정치는 정치, 경제는 경제로 분리됐으면 좋겠다.
-- 경제3법이 결국 통과됐는데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은.
▲ 경제3법의 내용이나 절차에 대해 아쉬움이 있지만, 이제는 소모적인 논란을 이어가는 것보다 정해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제도적 보완책을 찾아야 한다. 시행령, 시행규칙 등 하위법령에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이 반영돼야 하고, 기업도 투명하고 경영효율을 높이는 대책을 찾아야 할 것 같다. 경제3법은 기본법이지만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등 기업들이 기회만 있으면 보완해달라고 지속해서 요청하는 개별법들이 있다. 국회는 해당 법안에 대해 과잉입법은 아니었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경제단체들이 단합해 공동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의견은.
▲ 경제단체는 태생적으로 단체의 성격에 따라 내는 목소리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경제단체별로 회원사 구성이나 설립 목적, 임무, 집중 이슈가 다르기 때문이다. 각자 집중하는 이슈에 따라 토론하고 의견을 내야지 '경제계 vs 정부', '경제계 vs 입법부' 등 대립 구도를 설정하고 구분 짓는 것 같아 불편하다. '경제3법' 국면에서도 경제단체들이 처음에 반대의견을 내서 공동대응을 하자는 제안이 왔는데, 대한상의는 이후 토론회와 공청회 등 절차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참여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경제단체가 한꺼번에 모여서 공동성명 내는 것은 줄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LG화학[051910]과 SK이노베이션[096770] 간 배터리 소송이 장기화하고 있는데,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 어떤 형태로든 법에 의한 결론이 나와야 해결이 될 것 같다. 두 기업이 자신의 기술과 인적자원 문제를 놓고 서로 시각이 달랐고, 법원에 판단까지 맡긴 상황에서 그냥 친구 간 협상하듯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저보고 양사를 중재해보라는 얘기도 있었지만, 두 기업의 규모나 사회적 지위 등을 고려할 때 쉽게 중재나 화해를 떠올릴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기업을 바라보는 눈이 선진화될 필요가 있다.
-- 올해 대한상의 역점사업은 무엇이고 어떻게 평가하는지.
▲ 기업이 새 기회 찾으려 하는데 낡은 법·제도가 가로막는다면 그것을 바꾸거나 들어내야 한다는 소신에 변함이 없다. 작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에게 '민간 샌드박스 창구를 열어주십시오. 대한상의도 손을 보태겠습니다'고 말했는데, 정부가 빠르게 샌드박스 민간창구를 만들어줬다. 올해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대한상의 민간 샌드박스로 어려웠던 일이 풀린다고 소문이 나니까 청년 창업가들이 찾아와서 세상에 없던 신기술들이 출시됐다. 낡은 법과 제도를 혁신하고 젊은 기업에 사업 기회를 확대하는 일을 욕심껏 할 수 있었다. 제일 큰 보람으로 생각한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한상의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는데, 교감이 있었는지.
▲ 회장직 제안 여부와 내부 논의 상황을 공개할 순 없지만, 답이 올 것으로 생각한다. 대한상의 회장 인선 절차는 법으로 정해져 있고 지금부터 약 한 달 사이 어떤 형태로든 회장단의 중지를 모아야 한다. 누가 됐든 차기 대한상의 회장은 상당히 큰 책임감을 느끼면서 이 자리에 들어올 것으로 생각한다. 제가 처음 회장이 됐을 때와 대한상의 환경이 너무 많이 바뀌었다.
-- 내년 3월 퇴임 예정인데, 지난 7년간의 소회와 퇴임 후 계획은.
▲ 공식 임기가 3개월 남아있는 만큼 아직 생각을 정리하진 않았다. 다만 우리 사회가 기업·경제에 대해 가지고 있는 문제나 기대가 처음 취임했을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고 그대로인데, 바꿔야 할 것을 바꾸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퇴임 후 계획은 아직 없고, 뭘 해야 할지 고민해봐야겠다.
kc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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