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 면역효과' 불구 영국은 왜 아스트라제네카를 승인했나

입력 2020-12-31 00:00  

'고무줄 면역효과' 불구 영국은 왜 아스트라제네카를 승인했나
화이자·모더나 비해 효과 떨어지지만 독감 백신보다는 나아
'자국 개발 백신'에다 가격·유통상 장점…접종 확대 위해서는 필수
'변이 출현'에 영국 코로나 감염자 급증도 신속 승인에 영향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 정부가 30일(현지시간) 전 세계 최초로 옥스퍼드대와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손을 잡고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
그러나 아스트라제네카는 아직 유럽의약품청(EMA)이나 미국 식품의약국(FDA)에는 승인 신청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이나 미국에서는 빨라야 내년 2월 이후 승인 여부가 가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이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코로나19 백신에 이어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세계 최초로 승인한 것에 대해서는 여러 분석이 뒤따른다.

◇ 화이자·모더나 비해 효과 떨어져도 백신 활용 가능성 충분
옥스퍼드대가 개발하고 아스트라제네카가 생산하는 이 백신은 당초 코로나19에 대응할 가장 유력한 백신 후보 중 하나였다.
가장 먼저 개발이 기대된 것도 이 백신이었다.
그러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고무줄 면역효과', 핵심 데이터 및 정보 누락 등으로 논란이 됐다.
특히 이미 미국 등에서도 승인된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에 비해 면역 효과가 떨어지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화이자 백신은 면역 효과가 95%, 모더나는 94.5%에 달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는 평균 70.4%로 떨어진다.
다만 백신 1회분의 절반을 우선 투약하고 한 달 후 1회분을 온전히 투약한 참가자들은 예방 효과가 90%로 올라갔다.
두 차례 모두 1회분 전체 용량을 투약한 이들의 예방효과는 62%였다.
이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 및 규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영국 정부는 이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관련해 1회분 전체 용량을 두 차례 투약하는 방식에 대해 사용을 승인했다.
이 경우 예방효과는 62%지만 1회분과 2회분의 투약 간격을 확대하면 효과가 더 높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투약 후 코로나19에 걸린 이들 중 심각한 상태로 증상이 악화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통상 계절독감 백신의 효과는 40∼60% 정도인데, 이는 바이러스가 매년 진화하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백신의 효과가 최소 50%는 돼야 이용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 역시 50∼60% 정도만 효과적인 코로나19 백신도 그런대로 괜찮다고 밝힌 바 있다.
즉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에 비해 효과는 떨어지더라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역시 백신 자체로서 기능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영국 정부의 판단이다.


◇ 가격 저렴하고 유통 쉬워…대규모 접종에 적합
여기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에 떨어지는 효과를 상쇄할만한 가격 및 유통상의 장점이 있다.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은 '영하 70도±10도'에서 운송해야 한다.
접종 장소에서 백신을 해동하면 일반 냉장고 온도인 2~8도에서 최대 5일간 보관할 수 있다.
이처럼 저장 및 운송이 까다롭다 보니 독일과 스페인 등 화이자 백신을 넘겨받은 각국에서 접종이 지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8일 세계 최초로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 역시 20여일간 80만명을 접종하는 데 그쳤다.
반면 아스트라제네카는 가격이 매우 저렴한데다 2~8도의 일반 냉장고 온도에서 최소 6개월간 백신을 운송·보관·관리할 수 있다.
집단면역 확보를 위해서는 대규모 백신 접종이 필수적인데, 아스트라제네카 승인 없이 화이자 백신만으로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앞서 일간 텔레그래프는 정부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을 승인하면 2주 안에 200만명을 상대로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백신을 접종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위해 영국 정부는 스포츠센터나 콘퍼런스홀 등을 대규모 백신센터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대규모 백신센터는 물론 별도 저장 설비 등이 갖춰지지 않은 지역보건의(GP) 및 약국 등에서도 백신을 맞을 수 있게 되면 1주일에 100만명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건은 충분한 물량 확보다.
영국 정부가 확보한 화이자 백신 선주문 물량은 2천만명이 2회분을 투여받을 수 있는 4천만회분이다.
모더나 선확보 물량은 350만명이 이용할 수 있는 700만회분에 불과하다.
반면 영국 옥스퍼드대, 영국과 스웨덴에 기반을 둔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개발해 사실상 '자국 백신'인 이 제품은 1억회분을 입도선매했다.
이중 내년 3월 말까지 4천만회분이 이용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승인 없이는 이른 시일 안에 영국 전체 인구가 접종을 완료하기는 어려운 셈이다.


◇ 변이 출현으로 영국 코로나 감염 급증…백신 절실
영국은 최근 코로나19 변이로 인해 감염자 급증세가 겉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일일 신규 확진자는 지난 28일(4만1천385명) 사상 처음으로 4만명선을 넘은 데 이어 하루만인 29일(5만3천135명)에는 5만명선도 돌파했다.
전 세계 각국은 변이 바이러스 발견 사실을 최초 공개한 영국에 대해 입국 금지 또는 제한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승인을 통한 대규모 접종 확대만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규제당국은 그러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승인하기 위해 절차를 단축하거나 검증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영국 정부에 백신 사용을 권고한 독립 규제기관인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의 청장인 준 레인 박사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과 효과, 질에 관한 모든 데이터를 이용 가능한 순간부터 쉬지 않고 살펴봤다"며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pdhis9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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