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대 정제마진에 허덕이는 정유업계…4분기 실적 '먹구름'

입력 2021-01-03 06:01  

1달러대 정제마진에 허덕이는 정유업계…4분기 실적 '먹구름'
손익분기점보다 한참 아래…지난해 누적 적자 '5조원' 규모 예상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되는 하반기부터 실적 본격 반등 예상"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국내 정유업계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함께 국제유가가 오르며 정유사 실적 회복 기대감도 높아졌지만, 영업이익에 직결되는 정제마진이 수익분기점 이하인 1달러대에 머무르며 지난해 4분기에도 반등 기점을 찾지 못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세계 경제가 회복하고 석유제품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하반기부터 정유사 실적이 본격 반등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 4분기 정유사 실적도 '먹구름'…2020년 누적 적자 '5조원'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SK이노베이션[096770]과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보다 악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3분기 정유 4사는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이익에 힘입어 총 2천94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4분기에 재고이익 효과가 줄어들면서 실적이 다시 악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1위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의 적자 규모가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인포맥스 시스템을 이용해 증권업계의 최근 2개월 컨센서스(시장 전망치 평균)를 종합한 결과 SK이노베이션은 작년 4분기 1천788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석유화학 사업과 윤활유 사업은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했지만, SK에너지 등 정유사업에서 2천억원 규모의 적자를 내며 전체적으로 영업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재고이익에 힘입어 작년 3분기 2천971억원의 흑자를 냈던 GS칼텍스도 4분기 적자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4분기 GS칼텍스 예상 적자 규모를 BNK투자증권은 120억원, 현대차증권은 670억원으로 예상했다.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는 흑자를 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증권가는 양사의 흑자 규모가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의 영업손실보다 적거나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적 집계가 완료된 지난해 3분기까지 정유 4사가 낸 2020년 누적 적자는 4조8천74억원으로, 4분기 실적까지 포함되면 총 적자 규모는 5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 손익분기점 이하 '1달러' 수준 정제마진…"하반기부터 본격 반등"
정유사들의 수익에 직결되는 정제마진은 지난해 3분기보다 소폭 개선됐지만, 여전히 손익분기점 이하인 1달러 수준에서 머무르고 있다.
정제마진은 원유 1배럴을 공정에 투입했을 때 원료인 원유 가격과 각종 수송비·운영비 등 비용을 제외하고 남는 이익이다. 업계에서는 정제마진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올해 초 코로나19 발생 이후 석유제품 수요 감소로 올해 5월 마이너스(-) 1.5달러까지 추락한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하반기부터 점차 회복해 12월 넷째 주 기준 1.3달러로 집계됐다.
정제마진이 소폭 개선됐지만 여전히 손익분기점 이하에 머무르면서 실적 반등 기회를 찾지 못하는 형국이다.
올해 4월 배럴당 13달러까지 추락했던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최근 50달러를 돌파해 기대감을 높였지만, 정유사들이 큰 이익을 거두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국제유가가 오르면 정유사들은 가격이 오르기 전 싸게 사들인 원유로 석유제품을 비싸게 팔 수 있는 '래깅 효과'(Lagging Effect)를 누릴 수 있는데,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좀처럼 오르지 않아 래깅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국내 정유 4사의 공장 가동률은 지난해 1월 83.8%에서 11월 71.8%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백신 개발과 코로나19 종식 기대감 때문에 원유시장에 투자가 몰리면서 실제 수요와 무관하게 원유가격이 오른 것 같다"며 "유가가 상승했지만, 석유제품 가격에는 반영되지 않아 수익성이 악화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 '최악의 시기' 지났다…"백신 영향 받는 하반기 실적 본격 반등"
업계에서는 올해 정유사 실적이 회복세를 타기 시작해 코로나19 백신으로 경제활동이 회복되고 석유제품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부터 본격 반등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연간 정제마진을 6.6달러로 예상하며 "경기 반등에 따른 디젤 수요와 백신 보급 및 이동 심리개선으로 제트유 마진이 개선돼 업황 회복을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BNK투자증권도 "코로나19 백신 출시로 올해 시황 개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1∼2월 등유·경유를 중심으로 정제마진이 회복하고, 3월 이후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가 경기 정상화로 연결되는 것이 긍정적 시나리오"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낸 정유 4사들이 올해에는 대거 흑자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안타증권 황규원 애널리스트는 "올해 SK이노베이션의 예상 영업이익은 1조원 규모로, 하반기 회복이 뚜렷할 전망"이라며 "코로나19 백신효과로 휘발유와 항공유 등 수요회복이 가시화되고,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 수준까지 회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플러스'(OPEC+)의 원유 감산량 축소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석유 시장 안정화를 위해 감산에 합의한 OPEC+는 점진적으로 감산 규모를 줄이고 있는데, 감산량이 크게 줄 경우 국제유가가 다시 폭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가 올해 2월부터 감산량을 크게 줄일 것으로 관측되는데, 시장에 원유 공급이 늘면서 국제유가가 폭락할 위험성이 존재한다"며 "정제마진은 백신 접종이 완료되는 하반기부터 본격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kc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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