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3,000 고지' 오른 코스피…단기 과열은 경계해야

입력 2021-01-06 10:39  

[연합시론] '3,000 고지' 오른 코스피…단기 과열은 경계해야

(서울=연합뉴스) 최근 수개월 동안 수없이 새로운 기록을 세웠던 한국 주식시장이 마침내 장중 '코스피 3,000'이라는 전인미답의 고지에 올랐다. 6일 오전 2,993.34로 시작한 코스피지수는 불과 몇 분 만에 가볍게 3,000을 넘어섰다. 2007년 7월 25일 2,000을 돌파한 후 약 13년 5개월 만이다. 코스닥지수도 장 초반 990을 넘어서 1,000 돌파를 눈앞에 두게 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암울한 경제 전망이 지배하던 지난해 3월 19일 1,457까지 추락했던 코스피가 3,000을 찍게 된 것은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사태의 어려움을 딛고 도약할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자신감과 믿음이 투영된 결과로 보여 반갑다. 그동안 우리 주식시장은 한국의 경제 규모와 비교해 저평가돼 왔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 내부 거래나 '작전'으로 불리는 주가 조작, 기관투자가를 비롯한 '큰 손'들과 개인투자자들 간 정보 격차 등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초래하는 부정적 행태들이 만연했던 것도 사실이다. 코스피 3,000 돌파가 한국 증시의 이러한 고질을 극복한 결과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는 어려울지라도 증시 제도와 관행을 더욱 선진화해 한국이 금융 강국으로 우뚝 서는 계기가 된다면 그 또한 큰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그러나 코스피 3,000 돌파를 마냥 축하만 하기 어렵게 만드는 우려스러운 점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 이후 강세장을 주도한 것은 '동학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다. 기관이나 외국인투자자들에 가려 존재감이 미미했던 개인투자자들이 장세를 이끌 정도로 적극적인 역할을 하게 된 것은 증시의 저변 확대라는 점에서는 반길 일이겠지만, 최근 개인들의 투자 열기는 '과열'을 우려할 정도다. 지난해 주식시장에서 개인의 순매수는 47조원을 넘었고 이 가운데 상당액이 빚이었다. 지난해 투자자들이 '빚투(빚내서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빌린 단기 신용거래융자 잔액만 20조원에 육박했을 정도다. '주식 투자는 여유자금으로'라는 증시 격언이 있다. 그러나 지난해 봄 이후 증시가 상승 일변도의 장세를 보이면서 빚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풍조까지 조성됐다. 증시가 기본적으로 변동성이 매우 큰 시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관이나 외국인과 비교해 정보가 부족하고 위험 회피 수단이 모자란 개인들이 빚까지 내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주식시장 강세의 주된 요인이 경제의 펀더멘털이나 기업 실적이 아니라 넘쳐나는 유동성이라는 점도 우려스럽다. 코로나19 사태라는 미증유의 위기를 맞아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주요국들이 예외 없이 돈 풀기에 나선 결과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시중에는 갈 곳 없는 자금이 홍수를 이룰 정도다. 저금리와 과잉 유동성은 세계적인 증시 호황과 부동산 가격 앙등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돈의 힘'으로 끌어올린 자산 가격은 언젠가는 꺼질 수밖에 없는 거품이라는 점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새해 벽두부터 약속이나 한 듯 한목소리로 실물·금융의 괴리와 자산시장의 유동성 쏠림을 우려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경제의 패러다임 전환을 들면서 지금의 장세가 거품은 아니라는 견해를 내놓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주가의 일반적 평가지표인 주가수익비율(PER), 한국 증시와 가장 상관관계가 높은 수출 대비 주가, 증시 시가 총액을 명목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이른바 '버핏지수' 등 거의 모든 지표가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증시의 또 다른 격언 가운데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말도 있다. 당국이나 투자자나 지금의 상승세가 언제까지나 지속할 수는 없다는 엄연한 현실을 직시하고 위험 대비에 소홀하지 말아야 한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