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병원들, 코로나 와중 병원비 밀린 환자에 무더기소송

입력 2021-01-06 16:12  

미국 병원들, 코로나 와중 병원비 밀린 환자에 무더기소송
76만원 못 낸 환자에도 소송…코로나 여파로 직장 잃은 사람까지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미국 뉴욕주 병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와중에 병원비를 내지 못한 환자를 상대로 소송을 무더기로 냈다.
5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뉴욕주에 있는 약 50개 병원이 지난해 3월부터 제기한 미납금 청구 소송은 총 5천건에 달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코로나19 위기로 경제난을 겪어 병원비를 내지 못한 환자를 상대로 소송을 내지 말아 달라고 공공병원에 요청했으며, 사립병원들도 이 요청에 자발적으로 동참해왔다.
그러나 이런 당부와는 달리 쿠오모 지사의 최측근이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비영리법인 노스웰 병원이 고소한 환자는 2천500명 이상이었다.
병원비를 내지 못한 이들 중에는 교사, 건설노동자, 식료품점 직원, 코로나19로 실직한 사람도 있었으며, 평균 청구금액은 1천700달러(약 185만원)였다. 미납금액이 700달러(약 76만원)에 불과한 경우도 있었다.
노스웰 병원의 지점인 롱아일랜드 주이시병원에 발작을 일으켜 입원했다가 4천43달러(약 439만원)를 못 내 피소된 카를로스 카스티요 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월급이 절반으로 깎였고, 일주일에 이틀만 직장에 나간다"고 말했다.
롱아일랜드에 있는 노스웰의 다른 지점 존 T. 매더 메모리얼 병원은 식료품점에서 일하는 환자를 상대로 미납금 2만1천28달러(2천286만원)와 이자 4천달러(약 435만원)를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이 환자는 "말 그대로 빈털터리다"라면서 "아이 셋을 키우는데, 병원이 내 월급을 가져가면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라고 호소했다.
리처드 밀러 노스웰 병원 최고 경영전략 책임자는 "지난해 경기부양금을 받았지만 3억달러(약 3천257억원) 손실을 봤다"면서 "소송을 중단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소송의 피고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하기 수개월, 수년 전에 병원에 입원했던 환자"라면서 "노스웰 병원에는 미납금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노스웰 병원은 뉴욕주에 23개 지점을 소유하고 있으며, 매년 125억달러(약 13조6천억원)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 병원은 지난해 '경기부양 패키지법(CARES Act)'에 따라 지원금으로 12억달러(약 1조3천억원)를 받기도 했다.

노스웰 병원은 미납금 청구 소송을 무더기로 제기하기도 했지만, 쿠오모 주지사와 인연이 깊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는다고 NYT는 지적했다.
마이클 다울링 노스웰 병원 CEO는 쿠오모 주지사와 삼십년지기다.
쿠오모 주지사는 다울링 CEO가 작년 출간한 책에 추천사를 써주기도 했다.
다울링 CEO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쿠오모 주지사를 위해 병원들의 연락책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그는 쿠오모 주지사의 선친 마리오 쿠오모가 뉴욕 주지사였을 당시 뉴욕주 보건국장을 지내기도 했다.
NYT 보도가 나간 후, 노스웰 병원 측은 갑작스럽게 지난해 제기했던 미납금 청구 소송을 취하하겠다며 입장을 바꿨다.
한편 미국에서 의료비가 비싸지고 보험사가 고객에게 더 많은 책임을 전가하기 시작하면서 병원 미납금 청구 소송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뉴욕 커뮤니티 서비스 소사이어티'가 지난해 초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뉴욕주 비영리법인 병원이 2015∼2019년 제기한 미납금 청구 소송은 4만건을 넘는다.
이 중 노스웰 병원이 제기한 소송은 총 1만4천건, 연평균 2천800건으로 전체 소송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honk0216@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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