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 몰린 트럼프, 의회난동 후폭풍·해임론 쇄도에 사실상 백기

입력 2021-01-08 11:45   수정 2021-01-08 13:31

궁지 몰린 트럼프, 의회난동 후폭풍·해임론 쇄도에 사실상 백기
대변인 통해 "대통령도 폭력 규탄" 수습 시도…결국 '승복' 영상
바이든 당선 의회 확정에 불복수단 없어져…의회난입 책임론 비등
측근 등 돌리고 참모진 줄사퇴…수정헌법 발동 해임·탄핵 압박도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순탄한 정권 이양에 초점을 맞추겠다며 사실상 대선 패배 승복 입장을 밝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 동영상에서 "새 행정부는 1월 20일 출범할 것"이라며 "이제 내 초점은 순조롭고 질서있고 빈틈없는 정권 이양을 보장하는 것으로 전환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인정하겠다는 뜻이자 부정 선거를 주장하며 두달 넘게 끌어온 불복 운동을 중단할 가능성이 담긴 말로 받아들여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실상 백기투항은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고 시도한 법적 수단이 사라진데다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사태 후폭풍으로 궁지에 몰린데 따른 것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측은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고 그동안 60개가 넘는 소송을 제기하고 일부 경합주의 재검표까지 했지만 번번이 가로막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의회의 대선 선거인단 투표 결과 인증 저지를 마지막 기회로 여겼지만 '충복'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마저 등을 돌림에 따라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 확정을 막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더는 시도해볼 카드가 없는 막다른 골목에 가로막힌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와중에 자신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의회에 난입해 당선인 인증 회의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불과 하루 새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한 것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시위대 앞 연설에서 지지자들이 의회로 향하도록 독려해 폭력사태를 선동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후 거센 후폭풍이 불어 우군마저 대거 등을 돌리는 등 말 그대로 고립무원의 궁지로 내몰리고, 해임, 탄핵 요구가 빗발쳤다. 내란음모를 선동한 혐의로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우선 핵심 참모들마저 줄줄이 반발했다. 행정부의 이인자이자 충복으로 통하는 펜스 부통령은 자신이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폐기할 권한이 없다고 선언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었다.
공화당의 의회 일인자인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불복 소송이 대규모 불법성을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일레인 차오 교통장관을 비롯해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믹 멀베이니 북아일랜드 특사,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 등이 전날 시위사태를 비판하며 줄줄이 사임했다.
CNN방송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랫클리프 국가정보국장,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 등 국가안보 핵심 참모들에게 사임하면 안 된다는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할 정도로 '엑소더스' 우려까지 제기됐다.
오죽하면 야당인 민주당 조 맨친 상원의원이 성명을 내고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할 때까지 트럼프 참모진이 민주주의 보호를 위해 자리를 지켜달라고 당부할 정도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강제 해임, 탄핵 위기에도 직면했다.
행정부 고위당국자들이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민주당 '투톱'인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약속이나 한 듯 이날 일제히 펜스 부통령을 향해 25조 발동을 촉구했다.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이 직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될 경우 부통령이 직무를 대행하도록 허용한다. 대통령이 거부하면 상·하원이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해임을 강제할 수 있다.
민주당은 25조를 발동하지 않을 경우 의회의 권한인 탄핵을 추진하겠다고까지 압박했다. 실제로 일한 오마르, 데이비드 시실린 등 2명의 민주당 의원이 각각 작성한 탄핵소추안 초안이 회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에서도 애덤 킨징어 하원의원과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는 공개적으로 25조 활용을 주장했다.
사법당국이 시위대에 내란음모 혐의 적용을 검토할 정도로 엄벌을 예고한 가운데 검찰은 범죄 혐의가 있는 누구라도 수사한다는 원칙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의미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자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그는 이날 새벽 의회가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확정한 후 성명에서 "첫 번째 임기는 끝났다"는 표현과 함께 "20일 질서 있는 권력 이양이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어 의사당 내 폭력이 끔찍하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한 뒤 "우리는, 그러니까 대통령과 이 행정부는, 가장 강한 어조로 이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변인을 통해 행정부와 함께 자신도 규탄한다는 식의 소극적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이 브리핑은 질의응답도 없이 1분 50초간 입장만 읽고 끝났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이날 저녁 사실상 대선 패배를 인정하고 승복하는 뉘앙스의 동영상을 트위터에 올렸다.
그는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는 시도는 투표의 진실성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일 뿐이었다고 말했고, 치유와 화해라는 단어를 썼다. 대통령으로 봉직한 것이 일생의 영광이었다고도 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이 동영상 연설에 대해 "대선 패배에 대한 대통령의 첫 인정"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공식적 승복에 가장 가까운 것"이라고 전했다.

jbry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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