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사냥꾼' 전기뱀장어도 무리 지어 협력 사냥

입력 2021-01-15 12:02  

'고독한 사냥꾼' 전기뱀장어도 무리 지어 협력 사냥
열대어 얕은 곳 몰아넣고 2~10마리 동시 전기 충격
최대 8천600V 방전…전구 100개 켤 수 있는 전력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전기뱀장어는 먹이 활동을 혼자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밤에 잠자는 물고기에 몰래 접근해 순간적 방전으로 감전시켜 꼼짝 못 하게 만든 뒤 잡아먹는다.
그러나 고독한 사냥꾼인 줄로만 알았던 이런 전기뱀장어가 무리를 지어 작은 물고기를 좁은 곳으로 몰아넣은 뒤 동시에 방전해 먹이를 잡는 것이 목격돼 학계에 보고됐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연구소에 따르면 국립 자연사박물관의 어류 연구원 데이비드 드산타나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브라질 파라주 이리리강 강기슭을 따라 형성된 작은 호수에서 100여 마리의 전기뱀장어가 협력 사냥하는 것을 관찰하고 연구한 결과를 개방형 정보열람 학술지 '생태 및 진화'(Ecology and Evolution)에 발표했다.
포유류는 늑대나 범고래 등 많은 종(種)이 무리를 지어 협력 사냥을 하지만 어류에서는 극히 드물다.
전기뱀장어는 지난 250년간 한 종만 있는 것으로 알려지다 지난 2019년에 드산타나 박사가 발표한 연구 결과를 통해 모두 3종이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협력 사냥 장면이 관찰된 전기뱀장어도 이때 새로 밝혀진 볼타 전기뱀장어(Electrophorus voltai)종으로 최대 860V의 전기 충격을 가할 수 있다. 이는 동물이 가진 감전 능력 중 가장 강력한 것으로 기존 기록보다 210V나 높은 것이다.



연구팀은 볼타 전기뱀장어가 협력 사냥을 하면서 10마리까지 무리를 지어 동시 방전한 것을 고려할 때 최대 8천600V의 전기충격을 가했을 수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전구 100개를 밝히는데 필요한 전력과 같은 것이다.
전기뱀장어를 통한 감전은 1천분의 2초가량 순간적으로 진행되지만 고통스러운 근육경련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팀은 볼타 전기뱀장어의 협력 사냥을 지난 2012년 8월에 처음 목격했다.
이번 논문의 제1저자인 브라질 국립 아마존연구원(INPA)의 도글라스 바스투스 박사가 석사 과정 대학원생으로 이리리강의 어류 생태탐사를 하다 강과 연결된 작은 호수에서 1m 이상 되는 100여마리의 성체 전기뱀장어가 모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어 2014년 10월 같은 곳에서 72시간 동안 연속해 관찰하며 볼타 전기뱀장어의 협력 사냥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이때 볼타 전기뱀장어는 하루의 대부분을 호수 깊은 곳에서 미동도 하지 않고 지내다 해 질 녘과 동틀 때 모여 협력 사냥을 시작했다.
우선 큰 원을 만들며 헤엄쳐 2~5㎝ 크기의 열대 담수어인 '테트라' 수천 마리를 몰아넣고 포위망을 점점 더 좁히며 수심 3.5m에서 1m의 얕은 수역으로 몰았다. 그런 다음 2~10마리씩 짝을 지어 테트라에 근접해 동시에 전기 충격을 가했으며 그때마다 테트라는 물 밖으로 튀어 올랐다가 마비된 채 물로 떨어져 손쉬운 먹이가 됐다.



볼타 전기뱀장어의 이런 협력 사냥은 한 시간가량 지속했으며 5~7차례의 전기충격이 가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드산타나 박사는 "전기뱀장어의 협력 사냥이 목격된 곳은 이곳뿐"이라면서 쉽게 잡히지 않는 작고 빠른 먹잇감이 많고 전기뱀장어 성체가 한꺼번에 많이 서식할 수 있는 곳에서만 일어나는 상대적으로 희귀한 장면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이리리강 호수에 서식하는 볼타 전기뱀장어들의 조직 시료를 채취하고 무선 태그 등을 부착해 협력 사냥을 하는 무리가 서로 친족 관계인지, 무리 내 서열이 있는지, 낮은 전압의 전류를 이용해 의사소통을 하는지 등을 연구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볼타 전기뱀장어 10마리를 포획해 독일의 특수시설에서 생태 연구를 병행할 계획이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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