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샵 아프리카] 신발이 없나? 맨발의 남아공 아이들

입력 2021-01-16 08:00  

[샵샵 아프리카] 신발이 없나? 맨발의 남아공 아이들
자연친화적 양육 문화 영향 때문인 듯…"흙과 가까워 좋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지난해 2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와서 길을 가며 눈에 띄는 아이들이 있었다.
바로 신발을 싣지 않고 부모와 함께 걸어가는 아이들이었다.
한두 명이 아니고 자주 이런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신발이 없어서 그럴까.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뭔가 자녀 양육 문화와 관련 있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대화를 나눠 보니 맞았다.
부모들은 딱히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그냥 그렇게 키운다고 했다.
또 다른 부모는 신발을 신지 않는 것은 "자연 친화적이고 보다 건강하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그냥 자연스럽게 아이들을 맨발로 돌아다니게 하는 것이다.
심지어 쇼핑센터와 식당에서도 천연덕스럽게 맨발로 돌아다니는 아이들이 있었다.
골프장 주택단지와 같이 잔디가 바로 집 앞에 있는 환경이야 더 말할 나위 없다.
지난 13일 프리토리아 주택가 인근에서 만난 한 아이는 "신발이 많지만, 맨발로 다니는 게 더 좋다"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흙과 가까워서 더 좋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다른 아이도 그냥 맨발로 노는 게 훨씬 좋다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
한국에선 아이들이 맨발로 뛰어노는 모습을 이처럼 자주 보기 힘들다.
이미 도시화가 많이 됐고 맨발로 다니다가 자칫 뾰족한 것에 다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릴 적 시골에선 맨발로 뛰노는 경우가 왕왕 있었던 거 같다.
그래도 대부분은 고무신이라도 신발을 신었다.
그렇지만 요즘 흙과 접촉이 좋아 맨발로 산을 오르는 사람들도 있다.
대전 계족산에 맨발로 황톳길을 걷는 곳이 있다.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아무튼 신발을 신지 않고 돌아다니는 아이들을 보면 조금 신기한 생각이 든다.
실내 신발 문화는 우리와 정반대다.
우리는 실내서 신발을 벗지만, 남아공은 대체로 그렇지 않다.
세 들어 사는 집에 주인이나 현지인 배관공 등이 올 때는 신발을 벗고 슬리퍼를 신어달라고 정중히 부탁한다.



클 때 신발을 벗고 자라서 그런지 간혹 신발을 벗고 산책하는 어른도 집 주변에서 볼 수 있다.
이웃집 포르투갈계 남성도 집 앞에 맨발로 돌아다니길래 물어봤더니 그 아내가 "유럽인과 남아공 사람이 또 다르다"고 말했다.
즉 자기 시부모는 포르투갈 사람인데 밖에서 신발을 벗지 않는 반면 남아공에서 자란 자기 남편은 신발을 벗고 다니길 즐긴다는 것이다.
유럽 출신이라도 아프리카에서 자라면 좀 더 자연 친화적으로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남아공 수도 프리토리아 근교에 있는 헤리티지 재단에 가봤더니 흥미로운 사진이 있었다.
먼저는 1920년대 영국 식민지였던 남아공이 경제적으로 곤궁할 때 아프리칸스어(남아공 토착 백인어) 계통 아이들의 헐벗은 모습이었다.
당시 아이들 가운데는 진짜 가난 때문에 신발을 살 여유가 없어서 맨발로 있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백인 여성 마라토너가 맨발로 달리는 사진도 있었다.
세계적인 여성 마라토너로 줄곧 맨발로만 달렸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맨발로 뛰어놀아 신발을 신지 않고 달리는 게 워낙 익숙했을 수 있다.
현재 같은 맨발이라도 백인 아이들과 가난한 흑인 아이들의 경우는 좀 다르다.
한 백인 아버지는 "흑인 소년들은 가난해서 신발을 못 신는 경우가 있다"라고 말했다.
흑인과 백인의 소득 격차는 평균 다섯 배로 알려져 있다.
흑백 통합을 지향하는 남아공이 풀어야 할 과제 중의 하나다.
흑인 아이도 신발이 있지만, 그냥 맨발로 맘 놓고 뛰어다니는 자유 말이다.


sungj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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