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腸) 세균의 '군체 전쟁', 후속 감염 방어에 역이용한다

입력 2021-01-21 16:59  

장(腸) 세균의 '군체 전쟁', 후속 감염 방어에 역이용한다
아미노산 타우린, 대사 부산물 황화수소로 군체 형성 억제
병원체 '세포 호흡' 차단 효과…저널 '셀'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장(腸)의 미생물은 나중에 들어온 세균의 군체 형성을 방해한다.
이런 걸 '군체 형성 저항'(colonization resistance)이라고 하는데 결과적으로 세균의 후속 감염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과학자들이 세균 종 간의 이런 '군체 전쟁'에 관심을 두는 건, 항생제를 대체할 자연 치료법 개발에 실마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미노산의 일종인 타우린(taurine)이 세균의 군체 형성을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담즙산에 다량 함유된 타우린은 심혈관 질환 예방, 저밀도(LDL) 콜레스테롤 억제 등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피로해소제, 자양강장제 등의 주성분으로 널리 쓰인다.
미국의 국립 알레르기 전염병 연구소(NIAID) 등 국립보건원(NIH) 산하 5개 기관이 공동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저널 '셀'(Cell)에 논문으로 실렸다.





21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타우린은, 장내 세균이 이전의 감염 기억을 되살려 폐렴간균(Kpn) 같은 침입 세균을 죽이는 걸 도왔다.
앞서 Kpn 감염을 경험한 장내 세균을 무균 생쥐 모델에 이식했더니 실제로 Kpn의 재감염을 차단하는 효과를 보였다.
Kpn 감염에 직접 맞서 싸우는 건 텔타프로테오박테리아(Deltaproteobacteria)였다.
타우린은 지방과 지질의 소화를 촉진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황화수소를 배출해, 이런 장내 세균의 황화물 생성을 가능하게 했다.
황화물은 수많은 병원체가 숙주세포에 감염할 때 필요한 세포 호흡(cellular respiration)을 억제한다.
타우린이 병원체 감염에 맞서는 장내 세균에 치명적인 공격 무기를 달아 주는 셈이다.
결론은, 타우린 수위가 낮으면 장에 침입한 병원체가 쉽게 군락을 형성하고, 타우린 수치가 높아 황화수소가 충분히 생성되면 병원체 감염이 차단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식수에 타우린을 섞어 먹인 생쥐는 장내 세균이 다른 유해균의 감염을 거뜬히 막았다.
반면 설사·배탈용 일반 의약품인 '차살리실산 비스무트'(bismuth subsalicylate)를 함께 먹인 생쥐는 병원체 방어력이 약해졌다. 비스무트가 황화수소 생성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장의 미생물은 특정 병원체 감염을 한 차례만 가볍게 경험해도 후속 감염에 저항할 태세를 갖췄다.
그 연장선에서 담즙산을 만들고 보관하는 간과 담낭은, 장기적으로 병원체 감염 방어에 유리하다는 것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병원체가 침입했을 때 숙주가 장내 세균에 타우린을 공급해 후속 감염 저항을 유도하는 과정이 이번에 밝혀졌다"라고 강조했다.
ch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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