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종결 안 됐다"…싱가포르서 장기 미제 살인사건 관심 커져

입력 2021-01-25 13:13  

"수사 종결 안 됐다"…싱가포르서 장기 미제 살인사건 관심 커져
26년 전 '7세 살해사건' 가족 호소 기자회견 뒤 제보…연말엔 13년전 사건 범인도 체포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최근 싱가포르에서 십여 년에서 수십 년 전 발생한 '미제 살인사건'들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지난 1995년에 발생한 림시우롱 살인 사건이 대표적이다.
25일 SCMP 및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츠 타임스에 따르면 당시 7세이던 시우롱은 장사에 바쁜 엄마를 뒤로하고 혼자 아빠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나갔다가 실종됐다.
다음날 마지막 목격된 곳에서 7㎞가량 떨어진 북동부 지역의 한 배수관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부검 결과, 시우롱은 성폭행을 당한 뒤 목이 졸려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과 질서를 강조해 온 싱가포르에서 발생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결국 아직까지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이달 초 시우롱의 여동생 지아후이(27)가 실종자나 살해 피해자 가족을 돕는 단체 '크라임 라이브러리 싱가포르'의 도움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사건 해결을 도와달라며 시민들에게 호소하면서 여론이 관심이 커졌다.
지아후이는 "엄마는 언니를 잘 보살피지 못했다는 죄책감 속에 살아왔다. 언니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새벽부터 밤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커피숍에서 일하다가 지쳐 쓰러져 잠을 잔다. 20여년간 그런 생활이 계속됐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님이 90년대 말과 2014년 각각 경찰을 찾아가 딸 살해 사건의 진전 과정을 물었지만, 진전 사항이 있으면 연락을 주겠다는 말만 들었다고 전했다.
지쳐가던 차에 한 줄기 빛이 비쳤다.
2007년 발생한 19세 여성 펠리시아 테오 살해 사건의 범인으로 지난해 말 한 남성이 전격 체포된 것이다.
펠리시아는 당시 밤에 친구 아파트를 방문한 뒤 실종됐고, 다음 달인 7월3일 실종신고 됐다.
아파트에 함께 있었던 남성 2명은 펠리시아가 일찌감치 나갔다고 주장했고,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 등을 살펴봤지만 이들의 유죄를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중순 남성 중 한 명이 펠리시아 살해 혐의로 체포됐다.
나머지 한 명은 잡히지 않은 상태고, 펠리시아의 사체 역시 발견되지 않았지만, 범인이 체포됐다는 소식은 지아후이 가족에게 희망을 줬다.
지아후이는 기자회견에서 "경찰이 오랜 세월이 지나서도 누군가를 체포해냈다면, 언니 사건도 누구의 짓인지 경찰이 밝혀낼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언니가 심하게 폭행을 당한 만큼, DNA와 지문 관련한 것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과는 있었다. 기자회견 직후 누군가가 '크라임 라이브러리 싱가포르'측에 제보를 해왔다.
이 제보자는 시우롱 엄마가 운영하던 음료 가판대를 자주 찾던 손님 중 한 명이 경찰이 사건 당시 공개한 용의자의 몽타주 합성사진과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제보를 전달받은 경찰도 지난 18일 스트레이츠 타임스에 "사건은 아직 종결되지 않았다"면서, 제기된 새로운 제보를 확인하기 위한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SCMP는 두 '미제사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다른 미제 살인사건들에 대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들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지아후이는 기자회견에서 자신들과 같은 처지의 가족들에게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정의를 찾는 일을 중단하지 말자고 호소했다.
그는 "경찰도 포기하지 않고 있으니, 피해자들 가족 여러분 모두도 포기하지 말고 앞으로 나와 무언가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sout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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