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콘테 총리에게 닥친 두번째 위기…이번에도 생존할까

입력 2021-01-27 22:26  

이탈리아 콘테 총리에게 닥친 두번째 위기…이번에도 생존할까
총리직 사퇴로 낙마-유임 갈림길…정치적 운명 마타렐라 대통령 손에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정치 경험이 전무한 무명의 법학 교수 겸 변호사에서 일약 이탈리아 정계 최고봉 자리에 오른 주세페 콘테(57) 총리가 또다시 위기 대응의 시험 무대에 섰다.
콘테 총리는 26일(현지시간) 정국 위기를 관리하는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사퇴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M5S), 중도 좌파 민주당(PD) 등과 함께 연립정부를 운영해온 중도 정당 '생동하는 이탈리아'(IV)가 지난 1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등과 관련한 정책적 이견을 이유로 연정 탈퇴를 선언한 지 2주 만이다.
그는 IV의 이탈로 무너진 상원 과반을 복구하고자 중도파·무소속 의원들을 설득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하자 마지막 위기 돌파 카드인 사퇴를 결단했다.
오성운동과 민주당을 주축으로 새로운 연정 구성을 위한 정파 간 협상을 촉발하겠다는 의도다.
물론, 총리직을 지키려는 의지가 담긴 행보이기도 하다. 바람대로 마타렐라 대통령으로부터 다시 연정 구성 권한을 부여받는다면 반전의 기회를 노릴 수 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27일부터 사흘간 상·하원 의장과 정당별 대표자들을 차례로 만나 새 연정 구성 방안을 협의한다.
협의 결과에 따라 콘테 총리의 정치적 운명도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 정가의 관전평대로 '결과가 불확실한 도박', '연정의 미래를 건 승부수'인 셈이다.
콘테 총리가 낙마의 벼랑 끝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8년 3월 총선에서 나란히 1∼2위를 차지한 오성운동과 극우 정당 동맹(Lega) 간 연정이 구성된 뒤 별안간 정계에 등장한 인물이다.
루이지 디 마이오 당시 오성운동 대표(현 외무장관)와 마테오 살비니 동맹 대표가 서로 총리직을 하겠다고 싸우던 와중에 오성운동 측이 타협안으로 그를 총리로 천거했고 마타렐라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피렌체대 법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변호사 활동을 겸하던 그를 아는 정계 인사는 거의 없었다. 총선 이전 디 마이오의 개인 변호사로 일하며 오성운동 쪽과 인연을 맺은 게 그나마 유일한 정치권과의 연결고리였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데다 행정 능력조차 검증되지 않은 법조계 인사가 행정수반으로 낙점되자 정가는 술렁였고 기대나 신망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도드라졌다.



콘테 총리는 취임 일성을 통해 자신을 "국민의 변호인"으로 지칭하며 낡은 특권과 강고한 권력 구조를 해체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밝혔으나 공허한 메아리로 치부됐다.
'실권 없는 바지 총리', '연정 세력 균형을 위한 꼭두각시' 등의 비아냥도 공공연하게 나왔다.
취임 이후 비교적 무난하게 연정의 조정 능력을 발휘한 그가 존재감을 떨친 것은 지난 2019년 8월의 1차 연정 위기 때였다.
동맹이 조기 총선을 통해 단독 집권할 목적으로 연정을 파탄 내자 살비니를 정치적 이익만 추구하는 믿지 못할 정치인이라고 강력하게 비난하며 사퇴의 길을 택해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콘테 총리의 사퇴는 우여곡절 끝에 오성운동-민주당 간 새 연정 구성의 물꼬를 트는 마중물이 됐고 이는 '콘테 2기 내각' 출범으로 이어졌다.
당시 정가에서는 '살비니가 부른 연정 위기의 최대 승자는 콘테'라는 관전평이 나오기도 했다.
1차 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그의 사퇴 카드가 총리직을 지키는 '해피 엔딩'으로 귀결될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가 더는 정계의 힘 없는 종속 변수가 아니라는 점에 많은 전문가가 동의하고 있다.



1차 연정 위기를 겪으며 중량급 정치인으로 급부상했고, 연정 내 입지 역시 확연히 달라졌다. 연정 구성 정당 간의 중재·조율 역할을 넘어 책임 있게 국정을 이끈다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오성운동과 민주당 지도부가 이번 위기 국면에서 콘테 총리를 대체하긴 어렵다며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한 것도 그의 달라진 위상을 반영한다.
민주당은 1차 위기 당시 오성운동과의 연정 협상 과정에서 콘테 총리 유임에 강하게 반대하며 협상 무산 직전까지 몰고갔으나 이번에는 입장이 180도 달라졌다.
코로나19 사태 당시 늑장 대응으로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도 많이 받았지만, 그는 지금도 60% 안팎의 지지율로 주요 정치인 가운데 가장 높은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콘테 총리의 사퇴 이후 현지 여러 언론이 '콘테 3기 내각' 출범 가능성을 비중 있게 보도하는 것도 이러한 대내외적 여건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콘테 총리 자신도 직을 지키겠다는 권력 의지를 굳이 숨기지 않고 있다.
그는 26일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사임계를 낸 뒤 페이스북을 통해 국가적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며 새 연정 구성을 위한 의회의 적극적인 지지를 다시 한번 당부했다.
그는 "광범위한 국민의 고통, 심각한 사회·경제적 곤란에 직면한 현 위기는 명확한 비전과 함께 폭넓고 더 안정된 기반의 정부를 요구한다"며 "의회에서 국가의 운명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와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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