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거대자본 이긴 '미국 개미들'…투기 광풍에 당국 비상

입력 2021-01-28 14:31  

월가 거대자본 이긴 '미국 개미들'…투기 광풍에 당국 비상
'공매도 세력 혼내주자'며 게임스톱 1,700% 띄워…헤지펀드 '백기'
'골리앗 이긴 다윗' 평가 속 이상과열 등 부작용 우려 목소리
공매도 업체들, 보유주 팔아 지수 급락 분석도…백악관 "모니터링"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미국에서 수백만 '개미'(개인 투자자)들이 월스트리트의 거대 자본을 무너뜨려 화제다.
특정 주식을 공매도하는 헤지펀드에 반발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선 것이어서 공매도 재개로 논란이 뜨거운 한국에서도 이목이 쏠렸다.
그러나 공매도 세력을 혼내주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주식들의 이상 폭등을 비롯한 부작용도 낳고 있어 우려의 시선도 있다. 미국 당국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나섰다.

◇ 하루 135% 뛴 '게임스톱', 301% 치솟은 'AMC'…헤지펀드는 26조원 날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유되는 개미들과 헤지펀드의 대결이 주로 펼쳐진 전장은 미국 비디오게임 유통 체인인 '게임스톱'과 영화관 체인 'AMC 엔터테인먼트' 주식 등의 거래장이다.
게임스톱은 2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134.8% 폭등하면서 주당 347.51달러로 거래를 마쳤고, AMC 주가도 하루에만 무려 301% 치솟았다.
이로써 게임스톱은 한 달여 만에 1,700%라는 기록적인 상승률을 기록했다. 며칠 만에 시가총액도 20억달러(약 2조2천억원)에서 242억달러(약 26조9천억원)로 수직 상승했다.
AMC 또한 올해 들어 840%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주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한물간 회사로 보였던 게임스톱의 이해할 수 없는 폭등세는 몇몇 헤지펀드가 이 회사 주식을 공매도한다고 공개 선언했다가 개인투자자들의 반감을 샀기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라는 이름의 토론방을 중심으로 뭉친 개인 투자자들이 집중적으로 게임스톱 주식을 사들이면서 하락에 베팅한 헤지펀드의 자본력을 압도한 것이다. 개미들은 레딧뿐만 아니라 디스코드, 페이스북, 트위터 등 다양한 소셜미디어에서 서로를 격려하며 대오를 유지했다.
시트론 캐피털과 멜빈 캐피털 등 헤지펀드들은 이 회사 주가의 하락을 예상하고 보유하지 않은 상태의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나중에 사서 갚는 방식의 공매도에 나섰다가 오히려 주가가 폭등하는 바람에 엄청난 손실을 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멜빈 캐피털은 올해 들어 지난 22일까지 불과 3주 만에 30% 가까이 손실을 내고 다른 펀드로부터 수조 원대 자금을 수혈받아야 했다. 메이플레인 캐피털도 이날까지 30%에 가까운 손실을 냈다. 두 회사 모두 게임스톱 공매도 때문에 주로 손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멜빈 캐피털과 시트론 캐피털은 게임스톱에 대한 공매도 포지션을 포기한다며 개미들에게 백기 투항했다.
금융분석회사 S3 파트너스는 게임스톱 주가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올해 들어서만 236억달러(약 26조3천억원)를 잃은 것으로 추산했다. 27일 하루에만 이 중 143억달러(약 15조9천억원)가 날아갔다고 S3는 밝혔다.



◇ "월가 역학관계 바뀌었다"…거품 일으켜 부작용 우려도
이런 결과를 놓고 WSJ은 "월가의 역학관계가 바뀌었다. 개인투자자들이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크게 이기고 승리를 만끽하고 있다"라고 촌평했다.
뉴욕타임스(NYT)도 고도로 숙련된 전문 투자자들을 결코 이길 수 없을 것으로 여겨졌던 개인 투자자들이 하나로 뭉쳐 월가의 속설을 깨뜨리고 있다며 이 현상을 집중 조명했다.
위스콘신주의 고교생 벤 패티(16)는 NYT에 게임스톱 주식으로 750달러를 벌었다면서 "돈도 벌고 헤지펀드를 혼내줄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을 개미들의 통쾌한 승리로만 읽고 넘어가기에는 개운치 않은 구석이 많다.
기업의 실적이나 전망과는 무관하게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뤄지는 집단적 매수 현상은 투기 광풍에 불과하다는 것이 미국 언론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게임스톱이나 AMC처럼 기업 외적인 이유로 단기간에 과도하게 오른 주식의 경우 거품이 꺼질 때 나중에 들어간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입을 우려가 제기된다. TD 아메리트레이드 등 몇몇 증권사가 이날 게임스톱 등의 주식 거래를 일부 제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NYT는 온라인 게시판을 통한 특정 주식 급등 양상이 1990년대 말 '닷컴 버블'을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이날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일제히 2% 이상 급락한 것도 게임스톱 등 일부 주가 과열에 따른 부작용일 수 있다고 CNBC방송이 분석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공세에 어마어마한 손실을 낸 공매도 업체들이 마진콜(손실 보전을 위한 추가 증거금 요구) 때문에 다른 보유 주식을 팔아 자금 마련에 나서는 바람에 증시 전반에는 부정적인 여파가 가해졌다는 것이다.



◇ 사태 추이 모니터링 나선 바이든 정부…'법 위반 아냐' 견해 우세
심지어 소셜미디어에서 여론을 주도해 특정 주식을 띄우는 행위를 사실상의 주가 조작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까지 일각에서 나온다.
나스닥의 아데나 프리드먼 최고경영자(CEO)는 익명의 소셜미디어 게시물들이 일명 '펌프 앤드 덤프'를 유발할 가능성을 당국이 단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펌프 앤드 덤프는 헐값에 사들인 주식에 대한 거짓 정보를 온라인에 퍼뜨려 주가를 올린 뒤 그 주식을 팔아 차익을 얻는 불법 거래를 일컫는다.
그는 규제당국이 "조작 행위 가능성을 의심한다면 조사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조 바이든 신임 행정부도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증권 규제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날 성명을 통해 투자자 보호와 효율적인 시장 관리를 위해 유관 기관들과 협력하고 있다며 "상황을 적극적으로 모니터링 중"이라고 밝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기자들과 만나 재닛 옐런 재무장관을 비롯한 행정부의 경제팀이 게임스톱 등 이상 주가 흐름을 보이는 주식들과 증시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다수의 법률 전문가들은 개인 투자자들의 집단행동을 현행법 위반으로 보기 애매하다는 견해를 보인다고 NYT가 전했다.
유명 투자가 차마스 팔리하파티야는 CNBC에 "평범한 사람이 프로 투자자와 똑같이 접근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며 "기관 투자자에 더 많은 투명성을 요구하는 게 해법이지 개인 투자자의 접근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firstcirc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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