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발달 토대 엄지손가락 진화 약 200만년 전 이뤄져

입력 2021-01-29 13:13  

인류 발달 토대 엄지손가락 진화 약 200만년 전 이뤄져
남아공 초기 사람속 화석서 현대인과 비슷한 기능 확인
최초 도구 사용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침팬지 수준 그쳐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인류 발달 역사에서 엄지손가락의 진화는 일대 전환점으로 여겨지고 있다. 엄지손가락이 다른 손가락과 맞닿는 '맞섬(opposition) 움직임'이 가능해지면서 도구를 잡는 악력이 늘고 손재주도 향상돼 고유의 복잡한 문화를 형성하며 진화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엄지손가락의 진화가 언제, 어떤 사람 속(屬)에서 시작됐는지 불분명했는데 약 200만년 전 남아프리카에서 등장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에버하르트 카를스 튀빙겐대학교의 고인류학자 카테리나 하바티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가상 근육 모델링으로 화석 인류의 엄지손가락 생체역학과 효율을 분석한 결과를 생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
이 저널을 발행하는 셀 프레스와 외신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화석 인류의 손가락뼈 크기와 형태를 현생 인류와 비교하던 기존 연구 방법에서 벗어나 엄지손가락의 맞섬 움직임을 지탱하는 핵심 근육인 무지대립근(musculus opponens pollicis)에 초점을 맞췄다.
인간과 침팬지의 손가락뼈와 근육의 상호작용에 관한 자료를 토대로 3D 모델을 구축하고, 화석에는 남아있지 않은 무지대립근의 손가락뼈에 붙는 위치, 엄지를 손바닥과 다른 손가락 쪽으로 굽혔을 때의 작용 등을 분석해 12개 화석 인류의 엄지손가락 사용 기술을 측정했다.
그 결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스와르트크란스 유적에서 출토된 약 200만년 전 화석 인류가 현대인과 비슷하게 엄지손가락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화석은 초기 사람속이거나 사람아족 내 다른 속인 파란트로푸스 로부스투스인 것으로 추정돼 왔다.
연구팀은 이 화석 인류에서 엄지손가락 기술과 효율이 상당히 증가한 것을 분석했다.
반면 약 330만년 전 최초의 도구를 제작해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온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에서는 엄지손가락 사용 기술이 일관되게 낮게 나타났다.
이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의 한 종(種)인 A.세디바가 현대인과 엄지손가락 비율이 같아 도구 제작 능력을 반영한 것으로 제시해온 이전 연구 결과와는 결을 달리하는 것이다.
하바티 교수는 과학전문 매체 사이언스뉴스와의 회견에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도구 관련 손 움직임을 할 수 있었겠지만 현생 인류나 우리가 연구한 다른 사람 종만큼 효율적이지는 않았다"면서 돌로 견과를 깨거나 작은 가지로 흰개미를 잡는 침팬지 수준에 가까웠을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네안데르탈인을 비롯해 이들보다 뒤에 출현한 다른 사람 종은 고도의 손재주를 공유한 것으로 분석하면서, 작은 뇌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호모 날레디도 석기와 관련된 유적이 발굴되지는 않았지만 똑같다고 밝혔다.
하바티는 "사람 속이 일관되게 보이는 고도의 손재주는 인류의 생물문화적 진화에서 엄지손가락의 맞섬이 갖는 대단한 적응력의 가치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가장 중요한 것은 약 200만 년 전 엄지손가락 사용 기술이 늘어난 것이 화석 인류가 점점 더 복잡한 문화로 발전하는 토대가 됐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큰 두뇌를 가진 호모 에렉투스계가 등장해 아프리카 밖으로 퍼져나가는 것과 같은 생물문화적 발전이 이뤄지고, 이와 함께 동물 자원을 활용하고 석기 기술 의존도가 늘어나기 시작한 때가 바로 이즈음이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앞으로 현생 인류와 마지막까지 공존했던 네안데르탈인에 초점을 맞춰 어느 정도의 손재주를 갖고 현대인과는 얼마나 다른지 등을 규명할 계획이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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