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로 시작하는 한국계 학교 교가 日고시엔서 울려 퍼진다

입력 2021-02-01 11:55   수정 2021-02-01 20:59

'동해'로 시작하는 한국계 학교 교가 日고시엔서 울려 퍼진다
박경수 교토국제고 교장 "야구 통해 한일 간 가교 역할"
NHK로 한국어 교가 생중계되면 일본 우익 반발 가능성도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
외국계 학교 최초로 일본 선발고교야구대회(봄 고시엔)에 진출한 한국계 민족학교 교토국제고등학교의 교가는 이렇게 시작한다.
모든 경기가 현지 공영방송 NHK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되는 고시엔 대회에서 '동해'로 시작하는 한국계 학교의 한국어 교가가 울려 퍼지는 셈이다.

교토국제고의 고시엔 진출 소식에 현지 언론도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고시엔 진출 32개 고교의 명단이 발표된 지난달 29일 교토국제고에는 NHK와 교도통신, 요미우리·아시히·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의 취재진 약 40명이 몰려들었다.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인 고시엔에 처음 출전하는 외국계 학교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박경수(61) 교토국제고 교장은 1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감독과 선수 모두 고무돼 있다"며 전국 무대에서 실력을 선보일 기회를 잡은 선수단의 분위기를 전했다.

일본고교야구연맹과 마이니치신문이 주최하는 봄 고시엔 대회는 오는 3월 19일부터 효고(兵庫)현 소재 한신고시엔(阪神甲子園) 구장에서 열린다. 주최 측은 관중을 수용한 가운데 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교토국제학원은 1947년 교토조선중학교로 시작해 1958년 학교법인 교토한국학원 법인 설립을 승인받았고, 1963년에는 고등부를 개교했다. 한국 정부의 중학교, 고등학교 설립 인가에 이어 2003년에는 일본 정부의 정식 학교 인가도 받았다.
1999년 창단된 교토국제고 야구부는 초기엔 야구 미경험자가 대부분이어서 첫 연습 경기에서 0-58로 대패하는 등 고시엔 진출은 꿈도 꿀 수 없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서서히 실력을 키운 교토국제고 야구부는 2016년부터 지역 대회 4강에 진입하기 시작했고, 2019년 춘계 지역 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교토의 야구 명문고로 부상했다. 두산베어스의 신성현 선수도 이 학교 출신이다.

그러나 교토국제고는 '동해'로 시작하는 한국어 교가 때문에 일본 우익의 공격 대상이 되기도 한다.
박경수 교장은 "(교가 때문에) 일본 우익이 홈페이지나 트위터 등을 통해 시비를 걸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인가한 정식 학교인데 '일본해'를 '동해'라고 부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국제사회에서 동해를 어떻게 표기하느냐는 문제는 한일 간 외교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일본 전역에 생중계되는 고시엔 대회에서 교토국제고 교가가 울려 퍼지면 우익의 공격이 더 심해질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박 교장은 "70년을 불러온 교가다. 한국어 교가를 부르지 못하면 전국 대회에 나가는 의미가 자체가 퇴색된다"며 "졸업생과 교포 사회는 우리말 교가를 불러야 한다는 게 염원이다. (K팝을 좋아하는) 일본인 재학생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토국제고 재학생 131명 중 일본인은 93명으로 한국계 학생(37명)보다 많다.
교토국제고의 가사에는 한국과 일본이 수천 년 전부터 교류해왔고, 우리의 선조들이 일본에 건너와 뿌리를 내리기도 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박 교장은 "한국과 일본 아이들이 같이 뛰면서 야구를 통해 조선통신사와 같은 한일 간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 교장으로서 꿈"이라고 말했다.
hoj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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