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통통]수백억 횡령에 여신도 농락한 희대의 '가짜 부처'

입력 2021-02-03 11:24   수정 2021-02-03 16:52

[차이나통통]수백억 횡령에 여신도 농락한 희대의 '가짜 부처'
교도관 출신 '사이비 수련법'에 제자만 3천여명…여신도들 강간
'종교 활동 통제' 중국서 이례적 사건에 긴장…중형으로 엄단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10년 동안 2억 위안(한화 345억원)이나 횡령하고 여신도들을 농락했다니…."
종교 활동이 사실상 통제된 중국에서 '살아있는 부처' 행세를 하던 가짜 스님의 엽기 행각이 드러나면서 중국 사회에 던진 충격파가 크다.
3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에서는 3천여 명의 제자까지 거느린 가짜 스님 왕싱푸(王興夫) 사건이 퍼지면서 중국인들의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중국은 공산주의 및 사회주의 체제 특성상 미신 숭배를 금지하고 문제가 될 수 있는 집회를 억제하기 위해 종교 활동을 제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중국 창건 이래 사실상 처음으로 전대미문의 사이비 교주 사건이 터지자 중국 정부는 아연실색하는 분위기다.
왕싱푸의 가짜 스님 행각 사건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최근 산둥(山東)성 지난(濟南)시 중급인민법원이 왕싱푸에게 사기와 강간 등의 죄로 징역 25년에 벌금 2천만 위안(34억원)을 선고하면서부터다.
교도관 출신으로 '가짜 부처' 행세를 그의 행각은 한편의 사기 영화 주인공을 방불케 했다.
왕싱푸는 덩샤오핑(鄧小平·1904∼1997)의 개혁개방 정책이 실시된 1980년대에 기공 수련과 치료가 인기를 끌자 승려 행세를 하며 '티베트 불교'라는 이름의 사이비 기공법을 만들어 사기를 치기 시작했다.
자신을 '살아있는 부처'로 우상화하며 이 기공법을 선전해 지난시와 청두(成都) 등에서 한 달에 1인당 5천(86만원)~7천 위안(120만원)씩 수강료 명목으로 받아 챙겼다.
왕싱푸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1990년대 후반 들어 자신이 고안해냈다는 '밀교 기공법'을 토대로 '고대 요가 학설응용 연구소' 등을 차려 수강생들의 돈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다 2008년 쓰촨(四川)성 어뤄사(俄若寺)에서 갖은 아부를 통해 유명한 승려의 도움을 받아 한족 신분을 장족으로 조작하고 이름마저 '뤄쌍단전'(洛桑丹眞)으로 바꿨다.
이후 사제이자 공범인 루룽(魯絨)의 도움으로 '살아있는 부처 계승 의식'까지 하며 '살아있는 부처'라고 떠들었다.

왕싱푸는 사이비 교주들이 흔히 쓰는 수법인 환생 스토리까지 그럴듯하게 만들어 냈다.
그는 인도와 청나라 때도 살았다가 환생했다고 주장하며 신도들을 현혹했다.
중국의 티베트학 연구가들은 "왕싱푸는 티베트 불교와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티베트 불교와 동등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비난했다.
결국 왕싱푸는 살아있는 부처 행세로 10년간 2억 위안의 재물을 긁어모았다.
그는 베이징(北京), 청두 등 전국 20개 성과 시에 총 3천여 명의 제자가 있었는데 '사찰 건립' 등 자선 사업을 명분으로 신도들에 거액을 거둬들였다.
심지어 100위안짜리 꽃병도 법사(法事)를 한다는 명분으로 신도들에게 수십만 원씩 받고 팔았다. 체포되기 1주일 전에도 제자들에게 47만 위안(8천100만원)을 끌어당겼다.
자신의 손을 거치면 신들이 먹는 술인 '감로수'가 된다며 값비싼 마오타이 등 중국 바이주를 대거 상납받기도 했다.
이렇게 긁어모은 재산만 중국 전역의 호화 부동산 12채를 포함해 현금, 골드바, 명주, 귀금속 등 2억 위안어치나 된다. 스님이라 자칭했던 왕싱푸는 아내와 아들도 있었으며 이 거액의 재산을 아들에게 빼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왕싱푸는 평소 지인들에게 "농촌에서 자라서 현금을 좋아하고 은행보다는 돈을 내 금고에 보관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한다"며 주변의 의심을 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 가관인 것은 왕싱푸는 제자들이 배신하지 못하도록 극약 처방까지 썼다.
왕싱푸는 제자들에게 기공을 수련할 때 자신을 배신할 경우 '벼락을 맞겠다', '차에 치여 죽겠다'는 서약을 하도록 강요했다.
왕싱푸는 악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불교 교리 중 남녀 간 화합 부문을 자기 마음대로 왜곡해 여신도 10여 명을 성폭행한 것이다.
왕싱푸는 가족 문제로 찾아온 여신도들에게 자신의 은혜를 내려주겠다며 성폭행했으며 피해 여신도들은 후환이 두려워 반항하지 못했고 일부는 이후 정신 질환까지 앓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경찰 측은 "왕싱푸와 관련해 진실을 말하기 두려워하는 여성들도 고려하면 그에게 성폭행당한 여자들만 최소 10명이다"고 전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종교를 강력히 통제함에 따라 은밀하게 사이비 종교가 퍼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주변 공원을 가도 '사이비 종교 타도' 문구가 걸려있는 것을 보면 그만큼 만연해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president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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