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얀마 쿠데타에 '줄타기'…"난처한 입장"

입력 2021-02-03 12:48   수정 2021-02-03 14:18

중국, 미얀마 쿠데타에 '줄타기'…"난처한 입장"
군부·정부 모두와 좋은 관계 유지…서방 개입 반대 외칠 듯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김윤구 특파원 = 미국이 미얀마의 군사 쿠데타를 강력히 비난하며 제재 가능성을 경고한 가운데 중국은 사태를 관망하면서 표면적으로는 어느 쪽의 편도 들지 않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2일(현지시간) 미얀마 사태와 관련해 정권 장악을 노린 군사 쿠데타라고 규정하고 군부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발행하는 환구시보는 3일 사설에서 "불 위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사태를 더 악화할 뿐"이라면서 개입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쿠데타 당일인 지난 1일 유엔과 미국 등 국제사회가 일제히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를 비난했지만 중국은 안정을 강조하기만 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당시 브리핑에서 "중국은 미얀마의 좋은 이웃"이라면서 "미얀마 각측은 헌법과 법률의 틀에서 갈등을 적절히 처리하며 정치사회 안정을 수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신화통신과 환구시보 등은 '쿠데타'라는 단어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중국이 이처럼 국제사회와 동떨어진 입장을 보이면서 어느 한쪽 편을 들기 어려워 미얀마 군부와 정부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미얀마 정부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중국 또한 그동안 미얀마 군부 뿐 아니라 수치 고문에도 굉장히 공을 들여왔다는 점에서 미얀마 사태에 쉽사리 개입하기 힘든 상황"이라면서 중국으로서는 난처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이 미얀마 군부 편을 들면 문민정부와 담을 쌓게 되고 군부를 비난하면 중국 군부와 미얀마 군부의 갈등이 일어날 것이다. 난처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미얀마는 중국에 중요한 전략적 가치가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지난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으로 확산하기 전에 유일하게 방문해 선물 보따리를 안긴 나라는 미얀마였다. 중국 언론들은 당시 방문이 중국 국가 주석으로는 19년만의 미얀마 방문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양국 관계의 새 장을 열 것이라는 기대감을 피력한 바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올해 첫 아시아 순방국도 미얀마였다.
중국은 미얀마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미얀마에 대한 투자 규모가 두 번째로 큰 나라이고 미얀마 무역의 3분의 1을 차지, 미국의 10배에 달한다.
미얀마는 중국의 에너지 안보에 중요한 곳이다. 중국은 윈난(雲南)성 쿤밍(昆明)과 미얀마 차우크퓨항을 연결하는 송유관을 건설해 인도양과 남중국해 사이의 말라카 해협을 통과하는 기존 해상 운송로를 보완할 새로운 원유 조달 경로를 개발하고 있다.
미얀마는 중국의 전통 우방으로 캄보디아, 라오스와 함께 친미 성향의 베트남을 견제하는 전략적 가치도 있다고 베이징 소식통은 전했다.
과거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미얀마의 민주화를 지원한 것에는 미얀마를 중국으로부터 떼어내려는 의도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얀마는 군부 독재 시절에는 중국에 의존했지만 민주 정부 집권 이후에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해 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얀마 쿠데타는 바이든 대통령에 시험대"라며 미얀마를 중국에 밀착시키지 않으면서 대응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은 미얀마의 현 상황에 대해 미국과 서방이 내정간섭을 해서는 안 된다며 내부 해결을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y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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