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베일 벗은 대규모 주택공급 대책…전국 집값 안정에 기여하길

입력 2021-02-04 11:35  

[연합시론] 베일 벗은 대규모 주택공급 대책…전국 집값 안정에 기여하길

(서울=연합뉴스)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은 물론 많은 국민이 관심을 두고 기다려왔던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이 드디어 발표됐다. 4일 당정 협의를 거쳐 확정된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은 도심 내 신규사업과 신규 공공택지 지정 등을 통해 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겠다는 것이 골자다. 예상 물량이 서울에만 분당신도시의 3배인 32만호이고 전국적으로 83만6천호에 이른다고 하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대로 '시장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할 만하다. 지난 몇 년 동안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겠지만, 주택이 수요를 감당할 만큼 충분히 공급될 것이라는 믿음을 시장에 주지 못한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오죽하면 젊은 무주택자들 사이에서 지금 집을 사지 못하면 영영 불가능할 것이라는 절박함에 앞뒤 가리지 않고 무조건 사고 보자는 '패닉 바잉'이라는 말까지 유행했을까 싶다. 그런 면에서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라거나 '주택 물량은 충분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정부가 공급 확대로 눈길을 돌린 것은 늦은 느낌이 있지만 올바른 방향 설정으로 평가한다.

이번 대책은 물량 면에서 유례없이 큰 규모일 뿐만 아니라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방식을 동원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우선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은 사업지 내 주택과 땅 소유자가 설립한 조합이 주도하는 재개발·재건축과 달리 공공기관이 직접 사업을 주관함으로써 신속히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이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주거지 등의 땅을 확보해 고밀 개발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방식이다. 두 방식 모두 사업지 내 땅과 주택 소유자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사업 추진에 필요한 동의 요건을 완화하고 용적률 상향 등 인센티브와 함께 각종 도시규제 완화 혜택을 준다. 사업 참여자에게 적정 수익을 보장하고 이를 웃도는 개발이익은 생활 SOC 확충, 세입자 지원,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공임대·공공자가주택에 활용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수도권에 신규 공공택지를 지정하고 토지주가 정비사업을 주관하는 '소규모 정비사업', 신축 매입, 비주택 리모델링, 도시재생 등 방식도 추진할 방침이다.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총동원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런 대책들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추진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이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관련 법 개정에 관해 국회와,또 세부 추진 과정에서 정부 관계 부처·지자체와 각각 협의하는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해도 저마다 처한 상황과 이해관계가 다른 민간 참여자들의 의견을 조화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업지별 특성에 맞게 인센티브를 개발하고 주민 의견을 적절히 반영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과거의 많은 사례에서 봤듯이 대규모 개발은 해당 지역과 인근의 부동산 가격 인상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물론 정부의 대책에는 개발 대상 지역의 토지거래허가제 지정과 이날 이후 취득자에 대한 분양자격 미부여 등 투기 억제 방안이 포함돼 있지만, 시장 동향을 면밀히 파악해 불안 요인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처를 면밀히 강구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부동산 대책의 '약한 고리'였다고 할 공급 문제에 관해 큰 틀에서 대처 방안의 가닥이 잡혔다고 할 수 있으나, 전임 국토부 장관이 한탄스럽게 지적한 것처럼 주택 공급은 하루아침에 뚝딱 이뤄질 수 없다. 또 여러 요인이 난마처럼 얽혀 있고 사실상 전 국민이 참여자일 만큼 많은 사람이 관여하는 주택 시장의 특성상 어느 대책이 만병통치약이 될 리도 없다. 정부는 그동안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는 데 주력해 왔으나 이를 위한 규제 일변도의 정책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온 측면이 없지 않았다. 예컨대 새 주택을 공급하는 일 못지않게 기존 주택이 원활히 거래되도록 하는 것 역시 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하지만, 과도한 양도소득세 때문에 여분의 집을 가진 사람들이 이를 팔기보다는 차라리 증여하거나 보유세 부담을 안고라도 계속 보유하는 쪽을 택해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난다고 많은 전문가가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기존 입장을 바꿔 공급 확대의 결단을 내렸듯이 차제에 부동산 세제에 관해서도 합리적으로 개편할 부분이 없는지 살펴보기를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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