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성차별 발언' 도쿄올림픽위원장 사퇴 촉구…논란 확산

입력 2021-02-05 08:58   수정 2021-02-05 09:02

日언론, '성차별 발언' 도쿄올림픽위원장 사퇴 촉구…논란 확산
마이니치 "올림픽 책임자로 실격"…아사히 "사임 않고 용서 못 받아"
모리 위원장, 사임 생각 없지만 "난, 대형 쓰레기일지도"…가능성 내비쳐
IOC 대변인 "문제 발언에 본인이 사죄…종결된 사안으로 생각"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모리 요시로(森喜朗·83)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장의 여성 비하 언급을 둘러싼 논란이 본인의 사죄와 문제 발언 철회에도 진정 기미는커녕 오히려 파문이 커지는 양상이다.
일본 언론은 이번 논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올해 7~8월로 1년 연기된 도쿄올림픽·패럴림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면서 사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일단 밝힌 모리 위원장의 향후 거취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일본 주요 일간 신문 6개지 가운데 4곳이 5일 자 지면에 '일본올림픽위원회(JOC)의 여성 이사를 늘리면 말이 많아져 회의 시간이 길어질 것'이라는 취지의 모리 위원장 발언 파문과 관련한 사설을 게재했다.
이중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을 제외한 3곳은 직접적으로 모리 위원장을 겨냥해 사퇴를 촉구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올림픽 책임자로서 실격'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문제 발언은 "사람의 행동을 성별에 따라 분류하고 야유한 것"이라며 성차별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마이니치는 "올림픽 헌장은 성별이나 민족, 국적, 종교 등 모든 차별을 허용하지 않는 이념을 내걸고 있고, 도쿄올림픽도 다양성과 조화가 기본 콘셉트"라며 올림픽 정신에 상처를 안긴 발언이 도쿄올림픽 개최에 장애가 되고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일련의 언동은 도쿄 대회를 이끄는 책임자로서 실격"이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아사히신문도 '여성 차별 발언, 모리 위원장의 사임을 요구한다'는 제하의 사설을 실었다.
이 신문은 모리 위원장의 문제 발언을 "그렇지 않아도 회의론이 국내외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도쿄) 올림픽 개최에 결정적으로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주는 폭언이자 망언"으로 규정한 뒤 "신속한 사퇴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아사히는 모리 위원장이 전날 해명 기자회견을 열어 반(反) 차별과 남녀평등 원칙을 목표로 하는 올림픽 정신에 반하는 것이었다고 사과하고 문제 발언을 철회했지만 사임 의사는 밝히지 않은 점을 거론하면서 "그래서는 용서받을 수가 없다"고 일갈했다.
아사히는 이어 "이렇게 비뚤어진 생각을 하는 수장(首長)의 지휘하에 열리는 올림픽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며 올림픽 개최에 거액을 쓰고 국제 사회에서 망신만 사는 것은 아닌지 계속 의구심이 솟는다고 한탄했다.



도쿄신문은 '올림픽의 얼굴로 적임자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올림픽) 개최 준비가 어려움에 빠지고, 대회에 대한 국민적 지지율도 떨어지고 있다"며 올림픽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인물이 조직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닛케이는 '너무나 거친 올림픽 조직위원장의 여성 발언'이란 사설에서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고 지적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의 국회 언급을 소개하면서 모리 위원장이 문제 발언을 철회했지만, 그것만으로 끝난 일이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세계 각국도 큰 관심을 두고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며 거친 언동으로 조직위원장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사태는 올림픽 개최 기운 등을 훼손할 수 있는 만큼 신뢰 회복을 위해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앞서 모리 위원장은 3일 오후 열린 JOC 임시 평의원회에서 여성 이사 증원 문제를 언급하면서 "여성이 많은 이사회는 (회의 진행에) 시간이 걸린다"고 발언했다.
온라인 참가자를 포함해 51명이 함께한 이 회의에선 JOC 여성 이사 비율을 40% 이상으로 하는 목표가 제시됐다.
현재 JOC 이사는 25명이고, 이 중 20%인 5명이 여성이다.
모리 위원장은 언론에도 공개된 이 회의가 끝날 무렵의 인사말을 통해 자신이 회장과 명예회장을 맡았던 일본럭비협회에서 여성 이사가 늘고 있는 점을 예로 들면서 "종전보다 (회의할 때 ) 배(倍)의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성은 경쟁의식이 강하다. 누군가 한 사람이 손을 들고 말하면 자신도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그래서 모두가 발언하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여성 이사를 늘리게 되면 발언 시간을 어느 정도 규제해야 한다며 그러지 않을 경우 회의가 좀처럼 끝나지 않아 곤란해질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이 알려진 뒤 일본 국내외 언론이 잇따라 문제를 제기하고 인터넷 공간을 중심으로 그의 사퇴를 촉구하는 의견이 쏟아졌다.
4일 도쿄도(東京都) 신주쿠(新宿)구에 있는 JOC 건물 앞에서는 그의 발언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파문이 확산하자 모리 위원장은 4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올림픽·패럴림픽 정신에 반하는 부적절한 표현이었다. 깊이 반성한다"며 사죄하고 문제 발언을 철회했다.
총리 출신인 그는 자신의 거취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는 "사임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다만 일본 국내외의 비판 목소리가 커지면서 도쿄올림픽 개최 준비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조직위원장으로 지난 7년여 동안) 열심히, 헌신적으로 일해왔다. 나 스스로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은 없다"면서 "'늙은이'(老害)가 대형 쓰레기가 됐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쓸어내 주면 좋겠다"고 말해 자리에 연연해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국제올림픽위원회 (IOC)의 마크 애덤스 대변인은 요미우리신문의 관련 질의에 "모리 위원장은 (문제) 발언에 대해 사죄의 뜻을 밝혔다"며 "문제는 종결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parks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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