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 쏘아 올린 기본소득…본격 공론화 하나

입력 2021-02-09 05:41  

이재명이 쏘아 올린 기본소득…본격 공론화 하나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 여당의 유력 대권 후보 가운데 한 명인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보편 복지인 전 국민 기본소득을 자신의 간판 복지 정책으로 밀어붙이면서 이 문제가 여당 대선 경선의 핫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 지사는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자신이 구상하는 기본소득과 관련, 개념과 지급액, 재원 조달 방안, 기대 효과, 시행 시기 등의 청사진을 구체화했다. 이 지사가 그간 일관되게 기본소득을 주장했으나 이처럼 구상의 전모를 소상하게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일시 지원금인 4차 재난지원금의 선별 또는 보편 지급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정부와 여당으로서는 차원이 다른 기본소득 공론화에 당장 나서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대선일이 가까워질수록 이 문제는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도 큰 폭발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보편적 기본소득은 재난 등에 따른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차별 없이 정기적으로 꼬박꼬박 지급하는 일종의 국가 배당금이다. 이는 전통적 재정 문법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으로 국가의 재정 설계를 근본부터 다시 짜야 하는 엄청난 일이기에 정치적, 사회적 논의를 충분히 거칠 필요가 있다.

◇ 이재명이 쏘아 올린 기본소득
이 지사는 한국형 기본소득의 단기 계획으로 국민 1인당 연간 50만원, 중기 계획으로는 1인당 100만원을 일단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1인당 연간 100만원(분기별 25만원) 기본소득은 결단만 하면 수년 내 얼마든지 시행할 수 있다"고 했다.
1인당 50만원(25만원씩 연 2회 지급)씩을 전 국민에게 주려면 연간 26조원, 100만원씩을 주려면 52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 지사는 이 가운데 26조원은 일반 예산 절감으로, 추가 26조원은 연간 50조∼60조원 수준인 조세감면을 절반 정도로 축소하면 조달 가능하다고 봤다.
이 이상으로 기본소득을 늘리기 위해선 장기적으로 증세가 불가피하며, 기본소득목적세나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기본소득환경세, 데이터 주권 확보를 위한 기본소득데이터세, 노동을 대체하는 로봇에 부과하는 기본소득로봇세, 불로소득에 물리는 기본소득토지세 등을 도입해 충당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지사는 증세를 통한 기본소득 증액은 10년 이상의 장기 목표 아래 기초생계비 수준인 국민 1인당 월 50만원(연간 600만원)이 될 때까지 국민 합의를 거쳐 서서히 늘려가면 된다고 했다.
이 지사는 전액 지역화폐로 지급될 기본소득은 가계소득을 지원하는 복지제도인 동시에 경제 활성화와 수요확대로 지속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4차산업혁명 시대의 획기적 경제정책이라고 규정했다.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는 데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영업자가 많아 플랫폼 노동 등 비정형 노동이 더 확산할 가능성이 유럽보다도 더 높기에 이에 대한 보호를 위해 기본소득이 상당히 시급하다"고 했다. 그는 또 "고용보험이 취업자의 50%도 채 포괄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분배와 재분배가 모두 적신호"라면서 "기본소득이 정치권에서만 논의될 게 아니라 시민사회에서 폭넓게 공론화 과정을 꼭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말콤 토리(영국 런던 정경대 선임연구원) 기본소득지구네크워크 단장은 작년 9월 경기도가 온라인으로 주최한 기본소득 토론회에 참석해 "얼마나 실효성 있는 기본소득을 도입하는지가 중요하다"면서 "현대 자본주의의 문제인 자본 또는 부의 소유 편중으로 인한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 문제는 재원…넘어야 할 산 첩첩산중
하지만 문제는 재정이다. 당장 대선 경쟁자이기도 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정세균 총리가 보편적 기본소득은 시기상조라고 반대한다. 이 대표는 "알래스카 빼고는 그것을 하는 곳이 없다. 기존 복지제도의 대체재가 될 수는 없다"고 했고, 정 총리는 "지구상에서 기본소득제도를 성공리에 운영한 나라가 없다"며 현 여건상 적절치 않은 제도라고 지적했다.
나라 곳간을 책임진 기획재정부는 당연히 반대다. "기본소득이 취약계층 우선 지원이라는 복지원칙을 흔들 수 있고, 대규모 재원이 소요돼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도입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해외 복지선진국에서도 아직 도입한 사례가 없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결단만 하면 예산 절감과 세 감면 축소로 초기 재원을 얼마든지 조달할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 예산 편성 경험이 있는 관료들의 얘기는 다르다. 역대 정권들이 대부분 공약 사업 등을 위해 예산 절감이나 조세 감면 축소 등을 들고나왔으나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예산 관료 출신은 "예산이라는 게 전체로 보면 덩치가 커서 잘라낼 부분이 있어 보이지만 실제 하려고 들면 용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1조∼2조원도 손보기가 벅차다"고 했다. 결국 기본소득을 지급하기 위해선 국채나 증세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꼭 필요한 사람한테 주는 것이 오히려 정의로운 것이지 모든 사람한테 다 준다고 해서 보편복지로 포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경기부양 측면에서도 상위 10%에게 주는 것보다는 하위 10%에게 더 두텁게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고 했다.
경제개혁연대 소장인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 확대 차원에서 증세하거나 세금을 누진적으로 더 걷어야 한다는 데는 찬성하지만, 양극화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상황에서 부자들에게까지 기본소득을 준다는 것이 맞는 방향인지는 의문이다"고 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세금 감면은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나 중소기업 저소득층에 집중돼 있는데 이를 깎아낸다는 게 쉽지 않으며 글로벌 스탠더드와 비교해 기업에 대한 세 부담을 늘리면 누가 투자를 하겠느냐"고 했다.
kimj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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