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총리 내정자 드라기, 거국 내각 구성에 한발 앞으로

입력 2021-02-10 19:07  

이탈리아 총리 내정자 드라기, 거국 내각 구성에 한발 앞으로
정당별 2차 협의까지 마무리…좌우 이념 떠나 다수 정당 지지 확보
원내 1당 오성운동 당원투표가 최대 변수…금명간 대통령 면담할 듯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차기 총리로 내정된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새 내각 구성을 향해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가는 모양새다.
드라기 전 총재는 8∼9일 이틀에 걸쳐 2차 정당별 협의를 진행했다.
1차 협의가 각 정당 지도부와의 상견례를 겸해 그들의 입장을 탐색하는 단계였다면 2차 협의는 차기 내각의 구체적인 국정 운영 방향을 토대로 각 정당의 지지 의사를 타진하는 절차다.
1차 때와 마찬가지로 2차 협의에서도 이념 성향을 떠나 거국 내각 구성의 가능성이 확인됐다는 평가다.
중도 좌파 성향의 옛 연립정부 구성 정당인 오성운동(M5S)·민주당(PD)·생동하는 이탈리아(IV)는 물론 야권 우파연합 소속 동맹(Lega)·전진이탈리아(FI) 등도 드라기 내각에 대한 지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우파연합 일원인 극우 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I)이 유일하게 반대의 뜻을 거듭 밝혔으나 대세를 거스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드라기 전 총재는 2차 협의에서 차기 내각이 미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범대서양주의'와 친(親)유럽연합(EU)에 기반한 정부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아울러 보건 위기 극복·일자리·친환경·경제성장·교육 등 5대 국정 과제와 공공행정·세제·사법제도 등 3대 개혁 과제를 제시했다.
세제와 관련해서는 증세 및 소득세 단일세율 도입을 배제하고 기존 세율의 재조정을 골자로 하는 점진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놨다. 이탈리아의 고질적인 병폐인 탈세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도 천명했다.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는 공공 부문 일자리 확대와 건설 공사 활성화 등의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차 협의까지 마친 현재 판세는 일단 드라기 내각 출범에 유리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의회 신임안 표결에서 의회 과반은 물론 3분의 2 이상의 지지도 가능하다.
정계 일각에서는 공공연하게 '탈EU'를 내세우고 단일세율을 중심으로 한 세제 개선을 주창해온 극우 정당 동맹이 2차 협의를 마친 뒤에도 드라기 내각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것은 급격한 방향 전환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최대 변수는 원내 1당인 오성운동의 당원 투표다. 오성운동은 애초 10∼11일 드라기 내각을 지지할지를 묻는 당원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투표 개시를 하루 앞두고 전격 연기했다.
이러한 결정은 당원들 사이에서 드라기 전 총재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한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당 지도부가 드라기 전 총재에 열린 입장을 표명한 것과 달리 밑바닥 여론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경제 엘리트 출신인 드라기 전 총재가 부패한 기성 엘리트 정치 타파라는 창당 이념은 물론 기본소득 보장 등과 같은 복지 정책 강화를 내세운 당의 정책 지향점과도 맞지 않다는 것이다.
오성운동 측은 일단 드라기 내각의 성격과 국정 운영 및 정책 방향 등이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난 뒤에 당원 투표를 시행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성운동을 창당한 코미디언 출신 베페 그릴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드라기 전 총재의 생각이 명확해질 때까지 좀 더 기다려보자"고 썼다.
드라기 전 총재가 내각 진용을 어떻게 짤지에 대해선 아직 언급한 바 없다. 금명간 자신을 총리로 지명한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정당별 협의 결과를 보고할 때 내각 장관 후보자 명단을 함께 제출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계 안팎에서는 그가 의회의 안정적인 지지를 담보하고자 전문 관료 중심이 아닌, 관료와 정치인이 조화를 이룬 혼합 내각을 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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